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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12 02:29 수정 : 2017.06.12 15:03

타이완 출신 한국학 박사 양수지 교수가 지난달 중순 홍익대 교정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 가슴에 단 브로치는 첫 부임했던 공주사대 제자가 1990년 졸업여행 선물로 준 것이라고 자랑했다.

‘나의 친구 윤봉길’ 번역한 양수지 교수

타이완 출신 한국학 박사 양수지 교수가 지난달 중순 홍익대 교정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 가슴에 단 브로치는 첫 부임했던 공주사대 제자가 1990년 졸업여행 선물로 준 것이라고 자랑했다.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하여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잔 술을 부어 놓으라.’(윤봉길 의사가 두 아들에게 남긴 유서-‘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들에게 이런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아버지가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최근 발간된 <나의 친구 윤봉길>(도서출판 선인 펴냄)의 공동번역자인 양수지 홍익대 교수(楊秀芝·59)는 타이완 출신의 한국학자로서 윤 의사의 전기를 처음 읽으며 가장 감명받은 대목이라고 소개했다.

타이완 출신 국비장학생 뽑혀 한국학 박사
남편 이민원 소장과 공동 작업
“강사시절 88년 ‘한겨레’ 창간주주 인연”

‘매헌 윤봉길 의사 4·29 상하이 의거 85돌’을 계기로, 동아역사연구소(소장 이민원)와 선인역사문화연구소(소장 이동언)가 공동으로 펴낸 <나의 친구 윤봉길>은 훙커우공원 의거 1년 뒤인 1933년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서 중국어로 발간된 <윤봉길전>(김광 지음, 한광사 펴냄)을 새로 번역하고 주석을 곁들여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공동번역자인 이민원 소장은 양 교수의 남편이다.

“한국인 원저자가 중국어로 쓴 까닭에 문장이 독특했어요. 애초 초벌 번역은 2011년 의거 80돌을 앞두고 윤병석 매헌연구원장의 제안으로 ‘윤봉길 전집’ 발간용으로 했지요. 그때 꼬박 4개월간 매일 아침 제가 1차 해석을 하면 남편이 한글로 다듬었어요. 이번에 대중용으로 따로 펴내느라 역주 100여개를 새로 정리했구요.”

초판 영인본과 윤 의사 관련 사진자료 등도 함께 묶은 이 책은 윤 의사의 내면의식과 깊은 영향을 미친 스승 이광운의 가르침, 의거 당시의 국제 정세까지 일목요연하게 담겨 청년학도이자 농촌계몽운동가, 교사, 시인, 애국자였던 윤봉길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원저자 김광에 대한 연구를 더 해보고 싶어요.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정훈처에서 활동하며 의거 이전 1년 남짓 윤 의사와 동거한 ‘고영희’란 분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특히 초판의 <윤봉길전> 제목 글씨를 당대 중국의 항일운동가이자 학자, 명필로 꼽히던 마군무가 써줬는데, 그 인연도 더 연구해보고 싶어요.”

본토에서 국민당 소속으로 항일투쟁을 하다 타이베이로 건너온 부친을 둔 그는 국립정치대학 동방어문학과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애초 대입 성적에 맞춰 선택한데다 한국어가 너무 어려워 부전공인 외교학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교환교수로 와 있던 성균관대 강신항 박사와의 인연으로 운 좋게도 한국 정부의 국비장학생에 뽑혀 서울로 유학 오게 됐어요.”

81년 성균관대 대학원 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그는 84년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과정에 진학해 10년 뒤 ‘조선과 유구 외교 관계’를 주제 논문으로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 남편이 역사학과 조교였어요. 그때 서로 중국어와 한국어를 가르쳐주다 87년 결혼했지요. 남편의 고향인 청주에서 넉넉찮은 신혼살림을 하던 88년 <한겨레> 창간 소식에 (남편 이름으로) 주주로 참여하기도 했네요.”

그는 “성균관대 대학원 유학 초기부터 중국어 강습 ‘아르바이트’ 요청이 끊이지 않은 데다 남편마저도 중국어 가르쳐주기를 더 원하는 바람에 정작 한국말 배울 기회가 없었다”며 내내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박사과정 때부터 중앙대 객원교수로 강의를 시작한 그는 공주대와 충북대, 건국대 객원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홍익대에서 외국인 전임교수로, 30년 넘게 수많은 한국학생들과 사제의 연을 맺고 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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