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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4 17:01 수정 : 2005.04.14 17:01

충남 아산 봉수산 자락 봉곡사로 오르는 길. 1㎞가 채 안되지만, 길 양옆으로 소나무들이 울창한 운치있는 산길이다.



넉넉한 품에 잠시 안기라 하네

오래된 절집 들머리엔 대개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 숲길을 걸어오르는 동안 세속의 때를 조금이나마 씻어내라는 뜻일까. 수십 수백년을 함께 서서 숲을 이루고 있는 아름드리 전나무·소나무·참나무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마음속까지 씻길 것 같은, 크고 깊고 서늘한 그늘을 드리운 숲길들이다.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신라때 창건됐다는 고찰 봉곡사로 오르는 아름다운 소나무숲길로 가본다. 아산과 예산 대술면, 공주 유구면이 만나는 자리에 솟은 봉수산 자락, 지난해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한 소나무숲이다. 백년 안팎씩 묵은 큼직한 소나무들이 맑고 시원한 솔바람을 내어뿜는 700m 가량의 산길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들
수백년 그 자리에서
맑고 시원한 바람 뿜어내
그냥 서있기만 해도
마음속까지 씻길것 같다

소나무숲 들머리 오른쪽 언덕엔 가지가 심하게 굽고 기형처럼 튀어나온 모습의 참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다. 주민들이 해마다 정월 그믐날 저녁 제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을 빈다.

▲ 돌축대 위에 들어선 고찰 봉곡사.




산길은 오른쪽에 조그마한 골짜기를 거느리고 오른다. 실낱같은 이 물줄기는 유곡천을 이뤄 마을을 지나 송악저수지로 흘러든다. 길은 완만한데, 걸을수록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길 바닥이다. 굽이쳐 올라간 소나무숲길은 매우 아름답지만,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어 운치를 떨어뜨린다. 스님들을 위해 포장했다지만, 길의 정취는 절반 이상 잃어버린 꼴이다.

산길을 오르다 보면 소나무들에서 이상한 표시들을 발견하게 된다. 거의 대부분 소나무들의 밑둥에 ‘브이’자 모양의 흠집이 새겨져 있다. 일제가 2차대전 당시 비행기 연료 등을 만들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이런 흔적은 이곳뿐 아니라 안면도 등 곳곳의 소나무숲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제가 이 땅에 남긴 또다른 상처인 셈이다.

소나무숲길 끝자락에, 대나무숲에 기대앉은 봉곡사가 있다. 봉곡사는 산비탈에 돌축대를 쌓고 지은 아담한 절이다. 신라시대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는데, 고려 땐 석암사로 불렸다. 조선 말기 고승 만공 스님이 도를 깨우친 절이라고 한다. 이를 기리는 만공탑이 있다. 경내 한쪽엔 꿈에서 계시를 받은 뒤 땅에서 캐냈다는 부처 모습의 돌에 얼굴상을 새겨놓은 커다란 돌들을 모아놓았다. 석축 아래엔 까치집을 머리에 인 220년 됐다는 은행나무와 더 오래된 듯한, 텅 빈 나무 밑둥에 새들이 세들어 사는 고목이 절을 지켜보고 서 있다. 절 앞엔 관리되지 않는 듯한 작은 연못도 두 곳 있다.

지금 절 뒤쪽은 대나무숲이 연초록 바람소리를 내고 있고, 앞쪽 석축 밑에선 노란 산수유꽃이 만발해 봄빛을 노래하고 있다. 여기서 비구승 두 분이 도를 닦고 있다. 절에 이렇다할 문화재는 없으나, 대웅전과 창고로 쓰던 고방 건물은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절 앞의 갈림길에서 산길로 2㎞쯤 오르면 봉수산 정상(534m)이다. 꼭대기가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봉수산(鳳首山)이다. 산의 형세가 남북으로 날개를 펼친 채 동쪽으로 날아가는 봉황새의 모습이라 한다. 꼭대기엔 베틀을 닮은 베틀바위가 있다. 옛날 전쟁이 났을 때 주민들이 이 돌 밑으로 피신해 베를 짰다는 얘기가 전하기도 한다. 봉수산 중턱 임존산성 아래 산자락은 진달래밭이다. 이달 말쯤이면 진달래꽃이 무리지어 피어날 전망이다.

아산/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여행 정보=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을 나가 1번 국도와 21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아산으로 간다. 서해안고속도로 타고 서평택나들목에서 나가 아산호 건너 39번 국도 따라 가도 된다. 봉곡사는 아산 시내에서 39번 국도를 타고 외암리 민속마을 지나 공주·유곡 쪽으로 11㎞쯤 가면 대술·유곡 쪽으로 갈리는 삼거리를 만난다. 616번 지방도 쪽으로 우회전해 900m쯤 가서 봉곡사 팻말 보고 좌회전해 1㎞를 들어가면 마을 끝 주차장에 닿는다. 염치읍 방현리의 방수마을(041-544-3501)은 직접 담근 된장·간장과 각종 장아찌 등 토속 밑반찬을 내는 한정식집이다. 외딴 전통 한옥집. 몇년씩 묵힌 장아찌류와 묵은지·젓갈 등이 맛깔스럽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20여가지의 반찬이 나오는 된장 한정식이 1만원. 온양온천·아산온천·도고온천 등 온천지역에 호텔과 여관들이 몰려 있다.



‘성웅 이순신’ 만나고, 꽃밭에 풍덩 빠지고

아산은 온양온천과 아산온천, 도고온천 등 유서깊은 온천의 고장이자 충무공을 모신 현충사의 고장. 온천이 아니더라도 볼거리·즐길거리들이 즐비해 오가는 길에 들러볼 만하다.

성웅 이순신 축제=올해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 460돌이 되는 해다. 아산시에선 해마다 탄생일인 4월28일을 앞뒤로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을 연다.

올해는 4월26일부터 5월1일까지 현충사 일대 등에서 44회째 축제를 진행한다. 해전탐구관, 세계해전사 전시관, 모형 함선 전시관 등이 마련되고, 거북선 경주대회 및 승선 체험, 무과 체험, 격구·전통복식·화포발사·체험승마 체험, 거북선 조립과 탁본 뜨기 등 이순신과 해전 관련 체험행사들이 펼쳐진다. 대장간·옹기제작·장승깎기·짚풀공예 등 전통 체험도 즐길 수 있다.

30일~5월1일엔 곡교천 특설 경기장에서 ‘성웅 이순신 전국 서바이벌 대회’를 연다. 5인 1조로 참가해 전멸전 방식의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팀에 100만원 등 여섯 팀에 상금을 준다. 아산시청 문화관광과 (041)540-2404.

▲ 아산 세계꽃식물원. 1000여종의 꽃들을 철마다 바꾸며 전시한다.
세계꽃식물원=도고면 봉농리. 지난해 문을 연 꽃 전시장으로, 실내 꽃식물원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꽃 구경을 하면서 꽃을 이용한 각종 체험에다, 꽃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꽃을 주제로 한 종합 체험관’이다. 입장료는 어른 6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4250평 터에 지어진 3개의 커다란 가건물 안에 22개 구역으로 나누어, 튤립 120종, 동백나무 80여종 등 세계 곳곳에서 자라는 1000여종의 꽃들을 전시하고 있다. 늘 같은 꽃들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철마다 전시구역을 새로 꾸며 새 꽃들을 전시하고, 일부는 매주 종목을 바꾸기도 한다. 신기하거나 희귀한 꽃들 위주의 전시가 아닌, 생활 속에서 늘 만나며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꽃들을 푸짐하게, 다양하게 전시한 것이 특징이다.

원장 남기중씨는 관람객이 모이면 이동로를 따라 돌며 꽃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준다. 남 원장은 “기존 대부분의 꽃전시회들이 꽃보다는 놀고 먹는 이벤트성 행사가 주를 이뤘다면, 이곳은 오로지 꽃을 중심으로 한 체험·전시장”이라고 말했다.

먹는 꽃 재배장에선 꽃을 직접 따먹을 수 있다. 한쪽 공간에 마련된 간이식당에선 국화차를 무료로 맛볼 수 있고, 꽃비빔밥·꽃김밥·꽃주먹밥(각 5000원) 등을 먹을 수 있다. 체험장에선 꽃을 이용한 천연염색, 압화 액자 만들기 등 체험(5000원)을 할 수 있다. (041)544-0746.

이밖에 가볼 만한 곳으로 건강·물놀이 테마 온천탕인 아산 스파비스, 전통 민속마을인 외암리 민속마을, 조선초 명재상 맹사성의 고택 등이 있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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