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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4 17:11 수정 : 2005.04.14 17:11



내가 바퀴고 바퀴가 나다

인류 역사에 획을 그었던 위대한 발명품들을 꼽을 때, 그 단순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바퀴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존재다. ‘미끄럼 마찰’을 ‘굴림 마찰’로 변화시켜 물체가 이동할 때 저항을 감소시키는 역학적 원리를 이용한 바퀴는, 동력 기관과 결합하면서 인류의 이동 속도를 시속 수백㎞로까지 끌어올렸다. 그 바퀴가 이제 동력기관을 떼내고 사람 몸에 직접 붙어, 몸과 함께 도심을 질주하고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 등으로 대표되는 무동력 바퀴의 전성시대(무동력바퀴 신종 레포츠 소개 35면)가 새삼 돌아온 셈이다.

그 흐름을 타고 무동력 바퀴를 극대화한 레포츠가 등장했다. 최근 방영되기 시작한 한 초고속인터넷망 광고에서 온몸에 바퀴를 달고 기묘한 자세로 질주하는 장면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 없이 실사로 이뤄진 것으로, 묘기의 주인공은 잠깐 얼굴을 내비치는 연기자 현빈이 아니라 ‘롤러맨’이라 불리는 프랑스 남자 장이브(35)다. ‘버기롤링’이라 불리는 독특한 레포츠의 창시자이자 지구상에서 단 한명뿐인 이 레포츠의 기술 보유자다.

누워서도 엎드려서도 달려
‘선수’ ? 지구상에 단 한명뿐

어릴 때부터 롤러 스케이트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겨온 그는 10년전 디자인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시절 “인라인 스케이트를 좀더 특별하고 재미있게 탈 수 없을까?”를 고민하며 이런 구상을 했다. 온몸에 바퀴를 달고 달리는 장비를 직접 고안해 학교 과제로 제출했고, 이후 ‘버기롤링’이라 이름붙인 이 장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수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갑옷에 27~30개의 바퀴를 달아 무게가 15㎏나 되지만, 그에게는 수족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졌다. 엎드리거나 누워서 타는 것은 물론 360도 회전하는 등 다양한 묘기를 개발했다. 내리막길을 달릴 땐 시속 100㎞까지 나온다고 한다.

10년 동안 버기롤링을 세상 사람들에게 열심히 알렸지만, 아직 대중화되지는 못한 상태다. 손으로 일일히 만들어야 하는 장비가 워낙 고가(300만~500만원)인 데다,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때 인라인 스케이트 선수 출신의 제자 5명이 있었지만, 사고에 따른 잦은 부상으로 모두가 팀을 떠났다. 그만큼 타기가 어렵다는 얘긴데, 특이하게도 장이브는 단 한 차례의 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특별한 직업 없이 버기롤링에만 몰두하던 그는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을 하면서도 버기롤링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했다.

마침내 그를 눈여겨본 한국의 한 스포츠 에이전트 회사와 손을 잡게 됐다. 정식 계약을 맺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버기롤링 홍보 활동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인라인 스케이트 대회나 각종 쇼 프로에 나가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당장은 버기롤링을 대중화할 단계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안전한 실내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포츠로 자리잡도록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내가 바퀴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이유는 빠른 스피드와 재미를 통해 얻는 스릴과 희열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퀴와 내가 하나가 됐을 때 작은 바퀴를 통해 진정 나 자신이 더욱 자유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장이브의 바퀴 예찬은 끝이 없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아이엠아이(IMI) 제공


스노보더 봄 여름도 즐겁다

‘금단현상’ 날리는 스케이트 보드 변종들

▲ (왼쪽부터) 마운틴 보드, 스네이크 보드, 플로랩



바퀴를 이용한 레포츠 가운데 단연 두드러진 움직임은 스케이트 보드를 응용한 신종 레포츠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최근 몇년새 급격하게 늘어난 스노보드 동호인들이 비시즌인 봄~가을에 즐길 만한 것들을 꾸준히 찾아나서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뭘 타야 눈밭에서 스노보드를 탈 때와 가장 비슷한 쾌감을 얻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러다 보니 나무로 된 판에 4개의 바퀴가 고정돼 있는 스케이트 보드의 다양한 변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4개 바튀로 산길도 맏대로

마운틴 보드=말 그대로 산에서 타는 보드다. 보드에 4개의 바퀴가 달렸다는 점에서는 스케이트 보드와 비슷하지만, 바퀴가 훨씬 크고 타이어의 형태로 돼있다. 또 스프링이 달려있어 울퉁불퉁한 산길을 질주할 때 오는 충격을 완화해준다. 마운틴 보드의 탄생은 역시 스노보드 마니아들의 ‘금단 현상’에서 비롯됐다. 1993년 미국의 패트릭 맥코넬과 제이슨 리 두 청년이 ‘스노보더 시즌말 증후군’에 시달리다 고안해낸 것. 이후 스키 시즌이 끝나 눈이 녹아 없어진 슬로프 위를 질주하는 마운틴 보더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비시즌에 마운틴 보더들을 위해 슬로프를 개방하는 곳이 많다.

마운틴 보드는 슬로프뿐 아니라 산길, 자갈길, 포장도로 등 다양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포장도로나 인조잔디에서는 매끄러운 온로드용 타이어를, 비포장도로나 자갈이 깔린 언덕을 내려올 때는 크고 울퉁불퉁한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사용한다. 바퀴 종류는 모두 7가지가 있다. 보드 가격은 50만~100만원선. ‘보드매니아’( www.boardmania.co.kr·02-3442-2814 )나 마운틴 보드 동호회(cafe.daum.net/mountainboard) 등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리막길 스노보드 타듯 ‘다운힐’

플로랩=플로랩 역시 스노보드 마니아들이 비시즌에도 스노보드를 즐길 방법을 찾다가 만들어낸 신종 레포츠로, 9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개발됐다. 앞뒤로 바퀴가 2개씩 달린 스케이트 보드와 달리 작은 바퀴들이 7개씩 앞뒤 두 줄로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바퀴축이 부챗살 모양으로 둥글게 굽어져 있어 보드가 좌우로 최대 45도까지 기울어진다. 이 때문에 스노보드를 탈 때 몸을 기울여 날로 타는 ‘카빙턴’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있다.

평지에서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듯이 땅을 발로 차면서 움직이고, 내리막길에서는 스노보드를 타듯이 ‘다운힐’을 하면 된다.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 가면 다운힐을 즐기는 플로랩 마니아들을 제법 볼 수 있다. 스노보드를 탈 줄 아는 이들은 30분 가량이면 배울 수 있고, 완전 초보자도 하루 이틀 정도면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에스(S)자를 그리며 내려오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쉽기 때문이다. 보드 가격은 보통 30만원선. ‘플로우랩코리아’( www.flowlab.co.kr·02-2057-1208 )나 플로랩 동호회(cafe.daum.net/flowlab) 등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카빙턴’ 도 물 흐르듯 부드럽게

▲ 티보드
티보드=보드 앞뒤로 지름 10㎝ 가량의 고무로 된 큰 바퀴가 하나씩 달려있다. 앞에서 보면 보드(데크)와 그 밑에 달린 바퀴가 티(T)자 모양을 하고 있어 티보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와 같은 바퀴 구조라서 속도와 회전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완만한 내리막길에서도 불과 몇초만에 시속 40㎞를 거뜬히 낼 수 있고, 스노보드의 카빙턴 또한 물 흐르듯 부드럽게 구사할 수 있다.

티보드는 보드의 길이(38·41인치)와 바퀴의 종류(고무·우레탄)에 따라 크게 4종류로 나눌 수 있다. 보드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38인치 데크에 고무 바퀴를 달면 된다. 보드가 너무 길면 다루기가 어렵고 바퀴가 우레탄일 경우 가속도가 잘 붙기 때문이다. 가격은 종류에 상관없이 39만원. ‘한국티보드’( www.tierneyrides.co.kr·02-430-8288 )나 티보드 동호회(cafe.daum.net/tboard) 등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땅위에서도 ‘서핑’ 하고 싶어

스네이크 보드=일반 보드의 가운데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뼈대 하나를 연결해 놓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가운데가 또 다른 판으로 된 것도 있는데, 이는 디멘션 보드라고 부른다. 스네이크란 이름이 붙은 것은 보드가 움직이는 모습이 뱀이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 지나간 자국을 보면 영락없이 뱀이 지나간 자국이다. 발로 땅을 박차며 앞으로 나가는 일반 보드와 달리, 발판에서 양발을 떼지 않은 채 오므렸다 벌렸다를 반복하며 허리를 좌우로 돌려줄 때 생기는 반동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8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임스 피셔와 올리버 막셀로드 스미스 두 청년이 바다에서 서핑을 하듯 땅에서도 서핑을 하고 싶어 개발했다.

스네이크 보드의 가장 큰 매력은 다운힐이 주가 되는 다른 보드와 달리 평지에서 짜릿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제대로 기술을 구사하면 평지에서도 시속 30㎞ 이상의 속도를 거뜬히 낼 수 있다고 한다. 바인딩을 달 수도 있어, 점프와 레일 슬라이드 등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가격은 7만∼24만원선. 바인딩은 5만원선. ‘스카이레저’( www.snakebod.co.kr·02-3487-0761 )나 스네이크 보드 동호회(cafe.daum.net/snakeboard) 등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6s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보드매니아·플로우랩코리아·한국티보드·스카이레저 제공


누가 나이를 따지랴

새발 달린 킥보드 ‘트라이크’

바퀴를 이용한 레포츠들 가운데는 모험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약간의 위험을 동반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있다. 조작이 쉽고 그다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30대 이상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신종 레포츠 트라이크가 대표적이다.

3을 뜻하는 트라이(tri)와 자전거를 뜻하는 바이크(bike)의 합성어인 트라이크는 쉽게 말해 ‘세발 달린 킥보드’로 보면 된다. 브라질 출신의 질도 벨레스키가 1999년에 개발해, 2002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특허를 얻었으며, 국제 특허까지 신청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시판되기 시작했다.

트라이크에는 페달이 없기 때문에 발판에 양발을 올린 채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앞으로 나가는데, 온몸의 근육을 골고루 쓰기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도 뛰어나다고 한다. 보기와는 달리 평지에서 시속 30㎞ 이상의 속도를 너끈히 넘길 정도로 기동성이 뛰어나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전거처럼 조종대에 브레이크 손잡이가 달려있어 손쉽게 속도를 줄을 수 있다. 완전 초보자라도 몇 분만 타면 쉽게 익힐 수 있지만, 속도를 내기 위해선 최소 2~3달 동안 꾸준한 연습을 해야 한다. 보통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트라이크를 더 잘 탄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리듬을 더 잘타기 때문이란다.

접이식이라 휴대하기에 편한 것도 장점인 트라이크는 타는 사람의 연령에 따라 3종류로 나눌 수 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2~3학년까지 탈 수 있는 트라이크 5,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이 탈 수 있는 트라이크 6,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고등학생·대학생·성인 및 선수용 트라이크 8, 이렇게 3가지다. 오프로드용 타이어 바퀴가 달린 트라이크 10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가격은 12만~25만원선. 트라이크 전국 총판을 맡고 있는 미소레포츠( www.trikke.co.kr )나 ‘트라이크 매니아’(cafe.daum.net/trikkeunion) 등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정민 기자, 사진 미소레포츠 제공


덩크슛? 식은 죽 먹기!

스카이콩콩 업그레이드된 ‘파워라이저 ’

땅 위에서 수평으로 움직이는 바퀴로는 성에 차지 않는 이들도 있다. 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수직으로 높이 뛰어오르며 즐기는 신종 레포츠가 있으니, 이름하여 파워라이저다.

‘힘’(power)과 ‘뛰어오르는 사람’(riser)의 합성어인 파워라이저는 말 그대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기구다. 1980년대 유행하던 ‘스카이콩콩’의 업그레이드판인 셈이다. 그렇다고 땅에서 불과 10여㎝ 높이밖에 뛰어오르지 못한 스카이콩콩만을 떠올리며 애들이나 타는 놀이기구로만 여기면 큰 오산. 양쪽 발에 활모양의 기구를 신고 체중을 이용해 바닥을 박차면 스프링처럼 솟구쳐 오르는데, 최대 2.5m 높이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파워라이저만 신으면 농구의 덩크슛도 식은 죽 먹기인 셈이다.

배우기가 그다지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공중 제비돌기 등 고난이도의 기술을 구사하려면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초보자는 반드시 헬멧, 손목·팔꿈치·무릎 보호대를 착용해야 하며, 울퉁불퉁한 흙바닥보다는 아스팔트가 깔린 공원처럼 평평한 곳에서 타야 안전하다. 가격은 성인용 37만원, 아동용 19만5000원. 인터넷 동호회(cafe.daum.net/poweriser)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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