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뉴스쿨러 김주용씨가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파크의 하프파이프에서 살로몬 뉴스쿨 스키를 타고 멋진 공중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평창/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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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가 지겨워? 허공을 갈라봐! 익스트림 스포츠가 설원을 수놓고 있다. 한다 하는 스노보더들의 절반 이상이 눈 위의 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보더들에게키커(점프대의 한 종류)를 박차고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은 스노보더의 이상형이다. 스키장 대부분에 마련된 하프파이프(파이프를 반으로 잘라놓은 모양의 묘기대)에는 이처럼 날기를 꿈꾸는 보더들로 가득하다. 스노보더들 뿐이랴. 스키를 타고 보더들 못지 않게 화려한 묘기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뉴스쿨러’라 불리는 이들은 뉴스쿨 계열의 스키를 타고 점프, 회전 등 다양한 묘기를 펼친다. 이들이 하프파이프나 키커에 뛰어올라 묘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 흡사 한 마리의 알바트로스를 보는 듯 하다. 설원 익스트림 스포츠에 있어서 변방으로 밀려 왔던 스키어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뉴스쿨러가 국내에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건 5년전께부터. 극소수에 머물던 뉴스쿨러들이 뭉쳐 동호회를 만들기 시작한 게 불과 2년전이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최초의 뉴스쿨팀 ‘스타일스키어’( www.styleskier.com )도 생겼다. 프로 뉴스쿨러 5명을 포함해 15명이 소속돼 있다. 5년전 10명 안팎에 불과하던 뉴스쿨러들이 지난해 50명을 거쳐 이번 겨울에는 100여명까지 늘어났다. 뉴스쿨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점차 알려지면서 동호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스타일스키어의 팀장을 맡고 있는 프로 뉴스쿨러 김주용(25)씨는 지난해 겨울 스키보드에서 뉴스쿨로 전향했다. 1m 이하의 짧은 스키를 타고 각종 묘기를 펼치던 그는 뉴스쿨이라는 새로운 스키를 접하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스키보드보다 훨씬 긴 뉴스쿨 스키를 신으면 더 빠른 속도를 낼 수가 있고, 이로 인해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펼칠 수 있는 묘기의 폭이 한층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뉴스쿨러 가운데 80% 정도는 스키보더에서 전향한 이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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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스키장들도 이들 모험족들을 위한 공간과 시설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용평리조트의 드래곤파크, 휘닉스파크의 익스트림파크 등 모험족들을 위한 놀이터들이 해가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시설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8일 휘닉스파크에서는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모든 스노보더들이 참가해 각종 묘기를 펼치며 승부를 겨루는 이엑스아르(EXR) 스노보드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열렸다. 이 행사에는 프로 뉴스쿨러들이 시범을 보이는 시간도 마련돼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설원을 질주하는 쾌감과 하늘 높이 날고픈 욕망이 합쳐져 설원의 모험족을 탄생시켰고, 바야흐로 이들의 모험 시대가 눈밭에서 펼쳐지고 있다.
넌 보드, 난 스키…우린 ‘날개없는 새’ 스키보드 모험족 점프는 기본…레일·박스타고 묘기대행진 국내에 설원 익스트림 스포츠가 처음 소개되기 시작한 건 스노보드가 처음으로 들어온 1990년 즈음이다. 스노보드가 익스트림 스포츠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당시 처음으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이들은 이전에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스노보드를 타고 눈밭을 질주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점프 등 각종 묘기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미 스케이트보드로 여러 묘기를 부리는 데 익숙해진 터였다. 처음에는 스키장에서 눈을 뭉쳐 작은 점프대를 만들어 뛰어올랐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스키장 안전요원들이 위험하다며 여지 없이 점프대를 없애버렸다. 승합차에 눈을 싣고 나와 계단 난간 위 등 장애물이 될 만한 곳에 뿌리고 그 위에서 스노보드로 묘기를 부렸다.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 산간 마을도 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보드를 타며 스케이트보드 기술을 새로운 스노보드 기술로 발전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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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들어 용평리조트를 비롯한 몇몇 스키장에서 이들을 위한 보드파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또 해를 더하며 하프파이프, 키커 말고도 레일, 박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계단 난간 위를 미끄러지듯이 스노보드를 타고 레일이나 박스 위를 미끄러지는 묘기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묘기들을 ‘집’ 스타일이라고 한다. 집 묘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스노보드 데크(판)가 가볍고 부드러우며 엣지(날)가 거의 서있지 않은 집 전용 보드가 적당하다. 엣지가 날카롭게 서있으면 레일 위를 미끄러지다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캐피타 등에서 집 전용 보드가 나오고 있다. 집 묘기는 하프파이프나 키커보다 처음 시작하기에 더 수월하다. 빠른 속도를 내며 높이 점프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스노보더들이 집 묘기를 펼치는 걸 옆에서 구경하다가 직접 용기내어 시도해본 뒤 재미를 붙이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보호장구 없이 함부로 시도해선 안된다. 헬멧, 엉덩이보호대, 무릎보호대, 척추보호대 등 각종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크고 작은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은 물흐르듯, 점프·회전은 우아하게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마냥 질주하는 데 싫증난 이들은 프리스타일 스키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스노보드로 묘기를 즐기는 것처럼 스키로도 다양한 스타일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프리스타일은 크게 모글, 뉴스쿨, 스키크로스, 빅마운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모글은 국내 스키어들에게도 익숙한 분야다. 대부분의 스키장에 작은 둔턱이 규칙적으로 이어지는 모글 코스가 마련돼 있어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두 발을 모으고 무릎으로 충격을 흡수하며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모습은 물이 구비구비 흐르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모글 코스를 내려오기 위해선 스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숏턴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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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뉴스쿨은 스키를 타고 하프파이프, 키커 등에서 점프, 회전 등 각종 묘기를 즐기는 분야. 유럽이나 북미에선 이미 대중화됐고, 일본에서도 급속도로 동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스키의 앞과 뒤 모두가 위를 향해 살짝 구부러진 트윈팁 스타일의 스키를 타는데, 묘기를 부릴 때 뒤로 가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스노보드보다 속도가 빨라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고, 스노보드와 달리 두 발이 자유로워 보다 다양한 공중 묘기를 펼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스키크로스는 5명의 스키어들이 동시에 출발해 기문, 롤러(웨이브), 키커, 범프 등 각종 기물을 통과하며 승부를 겨루는 신종 경기를 말한다. 가벼운 몸싸움도 허용된다. 단순히 기문을 통과하는 기존 경기에 비해 훨씬 박진감이 넘치고 보는 재미를 배 이상 증가시킨다. 아직 국내에는 전용 경기장이 없지만,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곧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빅마운트는 스키장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눈덮인 산에서 스키를 타고 질주하는 것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빅마운트를 즐길 만한 곳이 없지만, 외국에는 알프스산맥, 록키산맥 등 빅마운트에 적당한 장소가 많고 동호인 또한 많다. 우리도 통일이 되면 백두산 등지에서 빅마운트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익스트림파크’ 이제 스키장의 꽃 용평, 국내 첫 터레인파크
휘닉스·성우 초보자도 거뜬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점프 등 각종 묘기를 즐기는 모험족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각 스키장은 경쟁적으로 ‘파크’를 만들어 이들을 불러들이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용평리조트는 국내 최초의 터레인파크인 ‘드래곤파크’의 문을 새로 열었다. 프로 스노보더인 이덕문·김승묵·김성호씨가 외국의 유명 터레인파크를 둘러보고 설계해 국제적인 수준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외국의 뉴스쿨러들이 이곳 사진을 자신들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며 극찬을 할 정도라고 한다. 초급자용부터 상급자용까지 다양한 형태의 레일과 박스 15개가 설치돼 있다. 국내 최초로 에스(S)자형 박스를 설치하고, 대형 레일 밑에 자동차를 세워놓는 재치도 발휘했다. 계단 난간 분위기를 낸 레일과 박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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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닉스파크는 큰 규모의 슈퍼파이프와 초보자들을 위한 미니파이프를 함께 운영한다. 또 키커, 레일, 박스, 롤러(웨이브) 등 각종 시설을 한 슬로프에 갖춘 ‘익스트림파크’를 마련했다. ‘스노보더들의 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보더들이 다양한 재미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현대성우리조트는 국제대회 규모(길이 150m, 폭 16.5m, 높이 4.5m)의 대형 하프파이프를 설치했다. 옆에는 길이 200m의 파이프 전용 보드워크를 설치해, 편하게 파이프 상단까지 오를 수 있다. 레일과 점프대가 설치된 ‘펀 파크’도 곧 문을 열 예정이다. 무조리조트는 하프파이프 길이를 기존의 80m에서 100m로 늘리고 경사도 또한 기존 12도에서 18도로 높였다. 파이프 바로 옆에 멀티 리프트를 설치해 스노보더들이 쉽게 올라갈 수 있게 했고, 하프파이프 무료 강습도 열 계획이다. 각종 레일과 박스를 설치한 스노보드파크도 문을 연다. 대명비발디파크도 기존 보드 파크인 ‘엑스-존’의 시설을 대폭 확장해 ‘익스트림파크’로 새로이 문을 열었다. 국제대회 규모의 하프파이프를 갖추고 있다. 평창/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요상한 시설 희한한 묘기
하프파이프 점프뒤 방향전환·그립기술
키커·램프 높이 날아올려 갖은 공중동작 레일·박스 서서 미끄럼틀 타듯 ‘주르르르’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펼칠 수 있는 묘기는 그 종류를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이용하는 시설에 따라 그 형태를 대략 나눌 수 있다. 하프파이프에서는 주로 점프를 한 뒤 방향을 바꾸거나 스키나 보드의 끝을 잡는 그립 기술을 구사한다. 파이프를 탈 때는 양쪽 끝을 오가며 연속적인 묘기를 펼칠 수 있다. 하프파이프 국제 대회도 인기 종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키커, 램프 등 점프대에서는 높이 뛰어올라 다양한 공중 동작을 펼친다. 크게 좌우로 회전하는 스핀과 상하로 회전하는 플립으로 나뉜다. 상급자는 2~3바퀴를 너끈하게 돌기도 한다. 좌우 회전과 상하 회전을 동시에 하는 고난이도의 3-디(D) 플립 기술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점프를 한 뒤 그립 기술이나 스키를 엑스(X)자로 만드는 뮤트그랩 기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계단의 난간을 변형해 만든 레일과 박스에서는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미끄러지는 기술을 선보인다. 폭이 좁은 레일보다는 비교적 폭이 넓은 박스가 처음 도전하기에 무난하다. 최근에는 무지개 모양의 레인보우 레일, 씨(C)자형 박스, 에스(S)자형 박스 등 다양한 모양의 기물들이 등장해 타는 재미를 훨씬 더한다. 서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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