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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0 16:50 수정 : 2005.01.20 16:50



알몸을 자연에 맡기고 지친 눈을 감는다. 이마는 솔숲을 지나온 찬 바람이, 몸은 땅밑에서 솟은 들끓는 물살이 맡는다. 눈을 뜨면 탁 트인 전망, 푸른 하늘과 굽이치는 산줄기를 따라 흐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머리는 맑아져 있고, 굳은 몸은 느긋하게 풀려 있다. 야외에서 즐기는 온천욕, 노천탕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각별한 체험이다.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더니 오랜만에 큰 눈까지 내려 겨울도 제모습을 찾았다. 물 좋고, 경치 좋은 온천을 찾아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싶어지는 때다. 기왕에 온천을 찾으려면 특색있는 노천탕이 있는 곳으로 겨울 온천여행을 떠나 보자.

전국 곳곳에 수질 좋기로 이름나고, 빼어난 전망의 노천탕까지 갖춘 온천들이 꽤 있다. 깊은 산속에도 있고, 바닷가에도 있다. 시설들은 차이가 나지만, 주변에 펼쳐진 경치를 감상하며 운치있는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온천이란 것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샘물이므로, 애초엔 모든 온천이 노천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질병 치유 및 건강 증진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건물을 짓고 부대시설을 갖추게 됐을 뿐이다. 이제 현대인들은 다시 자연 속에서의 온천욕에 관심을 갖는다. 최근 주요 온천들이 앞다퉈 노천탕을 꾸미고, 새로 짓는 테마온천들이 다양한 실외 온천시설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전망좋은 실외에서 즐기는 온천욕의 재미는 각별한 것이다. 몸을 뜨거운 물속에 푹 담근 채, 맑은 공기와 시원하게 펼쳐지는 경치를 만끽하는 재미다. 짧다면 짧은 시간의 즐거움이지만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아가는, 편안하고 색다른 휴식방법이 아닐 수 없다. 낮이면 푸른 하늘이, 저녁이면 부드러운 석양이 또다른 분위기를 안겨준다. 겨울 노천욕이 더 특별한 것은, 자연 속에서의 온천욕을 실감나게 하는 추위와 눈부신 설경 때문이다. 때맞춰 눈이라도 퍼붓는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있을까?



△ 뜨거운 온천물에 몸 담그고 싶어지는 철. 겨울 온천여행을 떠나 보자. 특히 설경 한가운데서 맛보는 노천욕은 눈도 즐겁고 몸도 즐거운 각별한 체험이 될 터이다. 저녁 무렵의 금강산온천 노천탕(위)과 폭설 직후 노천욕을 즐기는 금강산 관광객.


노천욕이 좋기는 해도, 지나치게 되면 건강을 해치는 건 당연한 일. 주의해야 할 점도 실내 온천욕보다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노약자나, 심혈관계 질환자는 노천욕을 삼가는 게 좋다. 1회 입욕시간은 10분 정도로 하고, 윗몸이 추워지면 수시로 몸 전체를 물에 담가 덥혀 준다. 눈이 올 경우엔 노천탕 주변에 살얼음이 덮이게 되므로, 미끄러짐에 유의해야 한다. 바깥 기온이 너무 춥다고 느껴지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 때도 노천욕을 삼가는 게 좋다.


절경 속 노천탕 ‘즐거운 겨울’

많은 온천들이 부대시설로 노천탕을 갖추고 있지만, 노천욕을 즐기며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산줄기를 만나려면, 고지대 숲속 노천탕을 찾아야 하고, 바다 경치를 즐기려면 해변가 높은 지역의 온천으로 가야 한다. 수질까지 인정받은 온천의 노천탕의 수는 더 줄어든다. 전망 좋고, 수질 좋은 노천탕을 갖춘 유서깊은 온천으로 가본다.

금강산 온천 노천탕

뜨거운 몸, 차가운 머리
비로봉 설경에 시린 눈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자락의 마을 온정리. 이곳에, 마을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유서깊고 수질 좋은 금강산온천이 있다.


△ 금강산온천 노천탕. 집선연봉·채하봉 등 금강산 자락을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남녀 온천욕장 밖에 각각 세 개의 노천탕과 옥돌 보행탕, 황토한증탕이 마련돼 있다.


구룡연·만물상·삼일포·해금강 코스 등 굵직굵직한 금강산 관광거리들 중에서 금강산온천은 얼핏 보기에, 그저 곁들여 즐길 만한 일정의 하나로 여겨진다. 그러나 금강산 여행객들에게 가장 만족했던 일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흔히 ‘금강산온천욕과 북한교예단 공연’을 꼽는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물이 좋고 공기가 좋아서인지 온천욕을 하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물론, 금강산 일대의 날씨가 궂을 때가 많아 금강산 자체에선 기대만큼의 감흥을 받기 어렵고, 짧은 일정에서 오는 피로를 온천에서 풀게 돼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엔 단지 온천욕을 하기 위해 다시 찾고 싶다는 관광객도 있을 정도라니 온천을 다시 보게 된다.

“아이고, 금강산에서 눈 맞으며 노천욕하니 정말 신선이 된 기분이네.”

지난 1월15일 오후 금강산온천 노천탕에 푹 잠겨 있던, 서울서 온 한 50대 남성의 혼잣말이다. 온천을 많이 다녔지만, 눈을 맞으며 온천욕을 하는 건 처음이라는 그는 “그냥 금강산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쌓인 피로가 다 풀리는 듯한 느낌”이라며 즐거워했다.

금강산온천은 그 유래가 10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깊은 온천이다.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이곳에서 목욕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고, 조선시대엔 세조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중탄산나트륨 온천으로 피부병에 특효가 있고, 관절염·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수량이 줄었지만, 자갈밭에서 샘솟는 원탕이 북한 군부대지역에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길이 열리면서 새 온천공을 뚫어 1999년 현대식 온천시설이 세워졌다. 온천수가 충분치 않아 초기엔 하루 2시간씩 제한적으로 운영했다. 지난해 11월엔 또다른 온천공(지하 203m)을 뚫어 낮 1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한다. 물을 섞지 않고 ‘100% 천연온천수’를 공급한다. 용출 온도는 48~50도.

대형 실내탕과 가족탕, 사우나, 마사지실 등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만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이 바로 노천탕이다. 큼직한 돌로 담을 쌓았지만, 그 너머로 시원하게 벋어내린 금강산 줄기가 눈을 사로잡는 곳이다. 가까이로는 작은 바위봉우리인 닭알봉이, 멀리론 집선연봉·채하봉, 맑은 날엔 비로봉까지도 눈에 들어오는 경치좋은 노천탕이다. 옆엔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노천탕 시설도 수준급이다. 뜨거운 물이 쏟아져내리는 옥류탕, 련주탕과 찬물이 쏟아져내리는 폭포탕 등 3개의 탕이 있고, 옥돌 자갈이 깔린 위로 찬물·더운물이 흐르는 옥돌보행탕도 있다. 통나무로 짓고 내부에 황토를 바른 황토한증탕(사우나)도 마련돼 있다.

온천이용료 1회권 어른 12달러(2회권 20달러), 어린이 10달러(2회권 16달러). 가족실(8인실) 50달러, 단체실(15인실) 100달러.

울진 덕구온천 스파월드 노천탕

자연 용천수 ‘콸콸…’
신경통·피부병 썩 물렀거라



덕구온천은 온천공을 일부러 뚫지 않고, 자연적으로 솟는 용출수를 그대로 끌어다 쓰는 온천으로 이름 높다.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리, 응봉산(999m) 자락 덕구계곡에 있다. 고려 말기 사냥꾼들이 멧돼지를 쫓다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약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으로 신경통·근육통·피부병 등에 좋다고 한다.

응봉산 중턱에서 솟아오르는 원탕은 높이 4m 높이로 솟구치는데, 하루 용출량 4000톤이나 된다고 한다. 용출 온도는 41.8도. 데우지 않고 그대로 송수관(4㎞)을 연결해 사용한다.

덕구온천호텔에 대온천장이 있고, 별도로 운영하는 테마온천탕 덕구온천스파월드에 딸린 전망좋은 노천탕이 있다. 산 속에 자리잡아 주변 산세가 바라다보이고 공기도 맑다. 맥반석동굴사우나·물안마폭포탕·레몬탕·자스민탕·히노키탕·황옥쉼터를 갖췄고, 노천탕 옆 원목을 깔아놓은 선탠장에선 숲경치를 즐길 수 있다. 실내엔 대형 물치료시설인 액션스파·테라쿠아가 있다.

대온천탕 6000원. 스파월드(수영복 입장)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 매일 아침 7시 덕구계곡을 따라 원탕까지 직원 안내로 2시간짜리 트레킹을 한다. 각국의 이름난 다리를 본떠 만든 다리들을 볼 수 있다. (054)782-0677.

충주 수안보파크호텔 노천탕

월악산 봉우리 보면
10년 묵은 체증이 싸∼악



충북 충주시 상모면 온천리. 수안보파크호텔의 대중온천탕에 노천탕이 하나 딸린, 작은 규모지만 온천리(수안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1000년 전부터 알려졌다는 전통의 온천. 1985년 노천탕식의 욕조를 설치했고, 1929년엔 온천공을 뚫고 온천시설을 건설했다. 용출온도 53도. 피부병·신경통·부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멀리 월악산 봉우리가 바라다보이는 등 전망이 시원하다. 노천탕 옆은 소나무숲이다. 1만원(체력단련실 무료). (043)846-2331.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노천탕

부산 앞바다 한눈에…
심심하면 야외수영장 풍덩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요금이 비싸기는 하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고급 온천이다. 피부병·신경통·고혈압 등에 좋다고 전한다. 남녀 실내 사우나와 노천탕, 2개의 옥외 수영장, 2개의 헬스클럽, 실내 골프연습장, 에어로빅센터, 야외 조깅트랙을 함께 갖췄다. 노천온천은 38~44도짜리 5개의 노천탕을 갖췄고, 자체 온도조절이 가능하다. 사철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옥외 수영장에서는 오륙도·동백섬이 보이고, 맑은 날엔 대마도까지 눈에 잡힌다. 3만3000원(투숙객은 50% 할인). (051)749-2355.

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온천욕만 하면 2% 부족

물놀이 테마파크
한겨울 별천지로세

요즘은 대규모 실내외 물놀이시설인 이른바 ‘테마워터파크’들이 잇따라 만들어져, 사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사용하는 물이 온천수가 아닌 곳도 있지만, 이색 노천 테마탕과 유수풀·수영장·물미끄럼틀·실내파도풀 등을 갖추고 있어 온가족이 한겨울 물놀이를 즐겨볼 만하다.

용인 캐리비언베이=사철 물놀이가 가능한 대표적인 물놀이공원이다. 폭 150m에 파고 1.2m의 파도를 만드는 실내 파도풀과 길이 250m의 야외 유수풀, 20m 높이의 물미끄럼틀 등 겨울에도 여름 못지 않은 시설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14개에 이르는 각종 스파시설과 사우나들이 실내외에 있어 물놀이를 즐기며 건강도 다질 수 있다. 어른 3만원, 어린이 2만3000원(오후 2시 이후 입장은 각각 2만6000원, 2만원). (031)320-5000.

아산 스파비스=충남 아산온천지구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물치료 개념의 건강 테마온천탕. 700m 땅밑에서 끌어올린 섭씨 35도짜리 온천수를 이용해 실내외 시설에 공급한다.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천으로 신경통·관절염·당뇨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남녀 따로 이용하는 대욕장을 통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실내 바데풀과 실외 노천탕·온천수영장으로 갈 수 있다. 유아풀과 유수풀, 이벤트탕, 야외사우나, 동굴탕 등 20여가지 기능성 탕과 시설이 있다.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 (041)539-2000.

신북온천 판타지움=경기도 포천. 수도권에서 가까운 것이 장점인 중탄산나트륨 유황온천이다. 신북온천이 지난해 재공사를 통해 다양한 기능탕과 수영장까지 갖춘 종합 온천휴양시설로 거듭났다. 110m 길이의 온천유수풀, 파도풀·바데풀·수중안마탕·아이템탕·불한증막·헬스탕·노천탕 등이 마련돼 있어 온천욕과 함께 다양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어른 1만2000원. 어린이 9500원. (031)535-6700.

부곡 하와이=경남 창녕. 계곡형 노천탕과 물안마탕, 실내외 수영장, 대정글탕, 동물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테마온천. 숲과 바위로 둘러싸인 대정글탕은 마치 정글에 들어선 느낌을 준다. 용출 온도가 평균 섭씨 74도인 유황온천수로, 호흡기질환·신경통·피부병·성인병 등에 좋다고 알려진다. 9000원. (055)536-6331.

화순 금호리조트=전남 화순. 물미끄럼틀을 갖춘 온천수영장과 황토탕, 인진쑥탕, 황토사우나·원목온천탕 등이 있는 대규모 테마온천. 황토탕엔 화순산 황토를 쓰고, 인진쑥탕엔 인진쑥 원액을 사용한다. 6000원. (061)370-5000.

설악 워터피아=속초의 종합 온천테마파크. 실내수영장, 파도풀 등을 갖췄다. 기포탕·스파빌·노천탕·침탕도 있고 실외수영장도 있다. 3만2000원. (033)635-7700.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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