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외금강 오봉산 자락 하늘문에서 내다본 만물상 세지붕 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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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가지 얼굴이
물 결치듯 일렁
상 생을 빚었네 오만잡상의 총집합체로 불리는 만물상은 곧 외금강의 얼굴이라 할 만하다. 내금강 쪽으로 부는 바닷바람을 막아세우듯 동해바다를 굽어보며 잘디잔 바위봉우리들이 무수히 도열해 있다. 깎아지른 절벽 능선이 모두 뾰족뾰족, 울퉁불퉁, 다듬고 잇대어 짜 세운 거대한 나무울타리이자, 겹겹이 둘러세운 병풍의 모습이다. 저마다 불상같기도 하고 사람같기도 하고 동물같기도 하여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 부질없어 보인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향으로 보느냐에 그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물상이란, 천주봉(1263m)·무애봉·우의봉·천진봉·천녀봉(옥녀봉) 다섯 봉우리로 이뤄진 오봉산과 세지봉(1042m), 두 산의 바위능선이 이룬 기암들을 가리킨다. 마치 수많은 조각칼들을 겹겹이 꽂아놓은 듯한 모습이다. 본디 조물주가 삼라만상을 만들기 위해 초(草)를 잡아놓은 것이라는 뜻의 만물초(萬物草)로 불렸는데, 일제 때 일본인들이 초와 상(相)의 일본어 발음이 같다 하여 만물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상인듯 사람인듯 동물인듯… 온정각에서 버스를 타고 관음폭포·육화암 지나 만상정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오른다. 하늘은 대체로 맑고, 바람은 차갑다. 왼쪽 하늘로 치솟은 세개의 바위가 삼선암이다. 사선암이었으나 한 신선이 따돌림을 당해 골짜기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겨 독선암이 됐다. 다리 건너 왼쪽 가파른 쇠사다리를 오르면 만물상 경치의 70%를 취할 수 있다는 습경대(사자목)다. 전방으로 오봉산·세지봉 줄기가 아득하게 올려다 보이고, 왼쪽에 우뚝한 귀면암(북쪽 천연기념물) 너머로는 우의봉이 버텨 서 있다. 일행이 감탄사를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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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최남선은 여기에 서서 “히히!” 하는 “최대의 경탄”의 소리와 함께, 경관의 기이하기가 “심심밀밀, 곡곡절절, 중중첩첩, 층층구구, 기기묘묘, 환환허허”하다고 묘사한 바 있다.(<금강예찬> 만물초) 습경대에서 내려와 가파른 쇠사다리를 타고 오르며 뒤돌아 서서 바라보는 좌우의 바위자락들은 비로소 만물상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북쪽 여성 안내원들이 곳곳에서 대기하다 바위 형상을 가리킨다. “저기 두더지 안 보인단 말입네까? 그 밑은 멧돼지야요. 그 옆에 절부암이 보이지요? 그게 바로 나무꾼 도끼자국이 아니고 뭐갔습네까?” 상냥하고 재미있는 설명인데, 안내원의 치켜든 손가락은 보지 않고 얼굴만 들여다 보는 관광객들이 많다. 심심밀밀 곡곡절절 기기묘묘… 줄줄이 이어진 쇠사다리를 잡고 오르며, 선녀들이 상팔담에서 목욕한 뒤 무지개 타고 건너와, 천도주를 마시며 춤추고 놀았다는 천선대(936m)로 오르는 동안 가까이론 관음연봉이, 그 너머론 집선연봉이 달려내려가는 모습이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천선대는 구만물상·신만물상·오만물상 등 셋으로 나누곤 하는 만물상의 중심 전망대다. 올라온 쪽 경치를 신만물상, 습경대 쪽에서 보던 경치를 구만물상, 세지봉 쪽 경치를 오(奧)만물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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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려와 작은 바위문인 하늘문을 통해 건너다보는 세지봉 쪽 뾰족바위들이 아름답다. 문 왼쪽 바위엔 ‘금강제일문’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금강산엔 모두 다섯개의 금강문이 있다. 만물상 코스의 정점인 망양대로 가려면, 문을 지나 내려가 망장천 지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산길을 30분 가량 더 올라야 한다. 망장천은 나물 캐러 온 할아버지가 샘물을 마시고 힘이 솟아, 지팡이조차 잊고 내려갔다는 바위샘인데, 두꺼운 얼음이 덮여 있어 물맛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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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연봉 집선연봉 아스라이 경치가 좋아 뒤를 자주 돌아보게 된다는 후고대, 동해바다가 조망되는 천해관 지나 망양대 능선길로 오른다. 쇠난간을 두른 세개의 바다전망대(망양대)가 차례로 나타나는데, 마지막 제3망양대가 세지봉의 주봉이다. 왼쪽으론 동해바다가, 오른쪽으론 만물상의 또다른 경치가 눈을 사로잡는다. 만상정에서 여기까지 2.1㎞.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며 시야가 흐려지자, 안내하던 이관재(47) 산악안전실장이 웃으며 말했다. “금강산 제대로 보려면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 그가 말하는 덕이란 바로 “금강산을 자주 찾는 일”이다. 옆에 서 있던 북쪽 ‘환경순찰원 동무’가 말했다. “우리 서로 덕 좀 많이 쌓자우요.” 금강산/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 금강산 관광코스=만물상 코스(왕복 3시간30분)와 구룡연 코스(목란관~옥류동~구룡폭~상팔담, 왕복 4시간), 해금강 코스(온정리~삼일포~해금강, 왕복 3시간30분), 본격 등산코스인 동석동 코스(영춘대~동석동~배바위~합수목~세존봉~구룡폭~옥류동~목란관, 7시간)가 있다. 매일 오후 4시30분 또는 6시 온정각에서 평양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이 펼쳐진다. 금강산온천(낮 1시~밤 9시)은 온정각에서 600m 거리.
● 금강산 관광상품=현대아산에서 1박2일, 2박3일짜리 금강산 육로 관광상품을 판매한다. 1박2일짜리는 펜션·해금강 숙박 20만원부터, 금강산호텔 숙박 21만원부터 있다. 2박3일짜리는 9만~10만원 추가. 식사 포함가격이며, 조식외에는 일정에 따라 온정각·목란관·금강원·금강산호텔 등에서 골라 먹을 수 있다. 장전항 부근에 북쪽에서 운영하는 자연산 횟집(별도 부담)도 있다. 현대아산 금강산관광 (02)3669-3000.
● 금강산 눈꽃 관광열차=철도청·현대아산은 열차를 타고 다녀오는 1박3일짜리 금강산 눈꽃열차 상품(월·금요일 출발)을 내놨다. 저녁 8시40분 서울역을 떠나(무궁화호) 동해역에 새벽 3시12분 도착, 관광버스로 고성 통일전망대 거쳐 아침에 금강산으로 들어간다. 선택관광을 한 뒤 오후 4시 금강산을 출발해 열차를 타고 서울역(새벽 5시46분)으로 돌아온다. 어른 16만6900원, 경로 15만7700원, 어린이 13만3000원. 침대 객차도 운영한다(5만원 추가). 설날인 2월5일엔 별도의 1박3일짜리 특별열차를 운행한다. 예약 비타민여행사 (02)736-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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