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12 13:32
수정 : 2013.09.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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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많은 백화점 화장품 매장들이 9월 추석을 맞아 각종 세트상품을 충실하게 선보인다. 요즘 중년 부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 브랜드 매장엔 사람들이 줄지어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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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출시와 추석 매출 경쟁으로 혜택 많은 백화점 화장품 매장 120% 활용하기
발문:
카드 할인에 상품권 행사
마일리지·세트구성 활용해
저렴하게 구입 가능
한 곳 주로 이용하면
체험행사 초청도 많아
“백화점 화장품을 살 땐 9월이 가장 좋은 때예요. 추석 특수를 겨냥해 같은 값이라도 다른 제품까지 추가로 챙겨주고 할인 혜택도 많거든요.”
평소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을 자주 방문한다는 회사원 김아무개(30)씨는 이렇게 말했다. 9월은 추석 선물세트뿐 아니라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고, 그해 가을·겨울 화장품 매출의 신호탄이 되기 때문에 각 브랜드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품을 판매하는 때다. 패션·뷰티 제품 판매회사 홍보팀에서 일하면서 평소 미용에 관심도 많은 김씨는 패션지 체험단으로 참가해 꼼꼼한 제품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 같은 ‘고수’들은 화장품 한가지라도 그냥 사는 법이 없다. 웬만한 백화점 기초제품은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데다, 100만원대에 이르는 것까지 있을 정도로 고가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반면, ‘하수’인 기자는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살 때 이리저리 둘러보는 것 없이 뚜벅뚜벅 진격해 들어가 “이것 주세요”라고 뺏다시피 사고 나오는 편이다. 의자에 앉아 테스트하며 설명을 듣는 것도 뻘쭘하고 충동구매라도 할까봐 두려운 탓이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을 잘 아는 사람은 뭐가 다를까? 고수와 함께 강남과 강북 백화점 두 곳을 돌아보며 추석 특수 기간 백화점 화장품 구매의 비결을 배워봤다.
1. 세트 구성을 겨냥하라
“광고를 본 뒤 ‘꽂혀서’ 그냥 덮어놓고 사는 것은 구매자로선 좋지 않아요. 물론 온종일 서서 고된 노동을 하는 판매직원 입장에서는 좋은 손님이지만요.”
서울 명동 한 백화점에서 만난 ‘고수’는 기자의 구매 패턴을 이렇게 평가했다. 평소 테스트해보고 싶었지만 엄두가 안 났던 한 고가 브랜드 화장품 매장을 방문했다. 기자는 의자에 앉는 것조차 민망하고 어정쩡했던 반면, ‘고수’는 의자를 바짝 끌어당겨 관심이 많다는 태도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말하자, 판매직원은 이런저런 제품을 손등에 발라줘가며 장점을 설명했다. 메이크업 제품이 있는 화장품 코너에서는 고객들이 무료 화장을 받고 있었다. 일정 금액 구매를 하거나 예약 뒤 매장을 방문하면 ‘풀 메이크업’을 해주는 매장들이 많단다. 고수는 “둘러보고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직원들 앞에서 너무 전문 용어를 쓰면서 파고들면 부담스러워한다. 적당히 똑똑한 것같이 보여야지 너무 지나치면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진다”고 했다. 요즘은 ‘미스터리 쇼퍼’(고객을 가장한 제품평가단)나 뷰티 블로거들이 시험삼아 매장을 방문하는 수가 많기 때문이란다. 중요한 건 내가 필요한 제품이 뭔지, 어떤 비슷한 것들이 있는지 잘 살피고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하나의 제품만 몇개씩 써오던 ‘하수’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비슷한 값의 화장품들이 ‘9월 추석 특선 세트 구성’이란 묶음으로 다양하고 좀더 풍부하게 진열돼 있다!
2. 혜택 큰 추석시즌, 그러나 버스는 또 온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또다른 매장에서 제품을 테스트하며 고민하고 있으니, 매대에 진열돼 있지 않은 소용량 제품으로 ‘세트 구성’을 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스킨을 살 예정이었지만, 에센스를 함께 사면 작은 용량 로션 3~4개를 풍부한 물량으로 끼워주는 식이다. 매장 매출을 확실히 올려야 하는 추석은 소비자들한테 좀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는 시즌임엔 틀림없어 보였다. 매장이 자체 출혈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나, ‘진상 고객’이 되지 않는 선에서 이익을 챙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또 올 추석은 연휴 전날까지 대개의 백화점에서 ‘할인권 행사’를 시행한다. 20만원 화장품을 구매하면 1만원 상품권을 증정하는 것이다. 김씨는 “백화점 카드로 5% 할인을 받고, 추석 시즌 1만원 상품권 행사, 마일리지, 세트 구성까지 잘 선택하면 짱짱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가’를 주고 사는 게 무색할 정도다. 실제 한 매장 직원은 김씨가 제품 구매를 망설이자 계산기를 두드리며 “마일리지를 지금 이용해서 두가지 제품을 함께 사면 할인이 더 많다”며 몇만원이나 깎아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씨는 좀더 생각해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뒤 말했다. “혜택을 많이 줄 때 마일리지까지 털어 몇 병씩 쟁여두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지만, 필요한 제품만 그때그때 사는 것이 좋습니다.”
3. 한 백화점에서 몰아쓰면 행사가 온다
고수는 “한 백화점만 즐겨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고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초청행사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날, 김씨는 강남의 한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 체험 행사에 초대돼 기자와 함께 참석했다. 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소수의 고객들만을 상대로 화장품 뷰티 교실을 연 것이다. 탁자 위엔 약간의 간식, 제품, 거울이 놓여 있고, 진행자는 브랜드의 각질제거제·스킨·세럼·마사지크림·눈가주름개선크림·재생크림·팩 등 기초제품을 다양하게 써보도록 했다. 여러 화장품을 발라보는 동안 피부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기자에게는 최악의 ‘피부 품평’이 내려졌다. “각질 제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마엔 좁쌀 여드름이 나고, 스킨·로션만 쓰고 재생 크림을 쓰지 않아 콧등 잔주름이 생겼다”고 했다. 얼굴 주름을 펴려면 주름 반대방향으로 마사지를 하고, 팔자주름을 완화하려면 광대뼈 아래쪽을 눌러 가장 아픈 지압점과 귓구멍 앞쪽의 움푹 들어간 곳을 누르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시간 넘게 체험을 해보면서 피부가 광이 나고 순식간에 한층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진행자는 “화장품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혜택이 많은 9월에 화장품을 산다”고 했다. 이날 제품을 살 참석자들에게 제안된 ‘파격 추가구성’은 매장에선 공개적으로 선보이지 않던 것이다. 극진한 대접을 받아 미안한 감정 때문에 뭔가 한두개 구매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지만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이라 고민 끝에 마음을 접었다. 그럼에도 해당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한층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4. 망설여질 땐 샘플을 구하라
김씨는 “추석 홍보 전단지(디엠)를 꼼꼼히 보면 생각보다 혜택이 많다”고 했다. 그가 집에서 가져온 전단지 쿠폰 샘플을 포함해, 이날 기자가 챙긴 샘플만 해도 모두 4개사 제품 10여가지나 됐다. 테스트를 해본 뒤 “샘플을 한번 써보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말하면서 얻은 것들이다. 밤·낮에 쓰는 탄력크림, 단백질 활성 세럼, 재생 세럼, 파운데이션, 비타민C 크림, 안티에이징 크림, 에센스 토너 등으로 최대 5㎖의 소량이지만 테스트용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두 브랜드의 10만원대 세럼 가운데 갈등하던 김씨와, 뷰티 클래스에서 마음에 들었던 제품들을 격하게 고민하던 기자는 둘 다 이날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은 채 헤어졌다. 그는 “무엇을 살 것인지 심각하게 망설여질 땐 일단 샘플을 받아 써봐라. 중요한 건 그날 당장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9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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