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바가지 XYZ 기자 고속도로 개통으로 힙플레이스 된 강원도 양양 가다…
캠핑과 서핑, 막국수와 비빔냉면 등 놀거리 먹을거리 깨방정 알코올 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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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 시작됐다. 당장 떠나야 한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7월18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법수치계곡. 바위 위에서 Z기자(오른쪽)가 날아차기를 하는 모습을 물 속의 X기자가 물끄러미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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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국토대종주였다.
여름휴가 특집을 위해 4대강 자전거길을 기자 4명이 자전거-킥보드-도보-인라인스케이트 등으로 2박3일 릴레이 완주한다. 편집장은 재미있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자기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겠다고 결의도 했다. 아니다. 4대강은 식상하다. 강원도 양양에서 시작해 울산까지 7번국도를 이용해 릴레이하자. 편집장은 재미있겠다고 또 맞장구를 쳤다. 자기가 킥보드 타겠다고 다짐도 했다. 마감 데스킹 안 보시나? 창대한 ‘아무말 대잔치’였다. 자전거레이서인 후배 변호사 류에게 자문했다. “형, 가출한 정신 어서 데리고 와요. 지금 이 날씨에 자전거 30분도 못 타요. 자전거만으로 2박3일 종주는 택도 없고 초보자라면 최소 일주일은 잡아야 해요.” 되지도 않는 계획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다.
굴레를 벗어나 아재지옥으로
힙플레이스 양양·속초 2박3일 바캉스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으로 더욱 가까워진 양양에서 캠핑과 서핑을 즐기자는 콘셉트였다. 술만 있으면 어디든 따라오겠다는 Y기자와 도보로 릴레이하겠다고 허풍 떤 Z기자를 멤버로 규합했다. 동료 기자들은 “취재를 빙자한 사실상 놀고먹는 아이템”이라며 난리 부르스였다. 사람들아~ 놀고먹어도 마감은 해야 한다. 집에 와 출장 계획을 말하자 와잎은 “나도 따라가면 안 되냐”고 묻고 또 물었다. 응, 안 돼(회사 선배도 같이 가셔서 좀 그런데~). 같이 가서 공포영화 찍을 일 있냐(날 더워서 가면 고생이야~). 간만에 당첨된 놀고먹는 출장을 망칠 순 없지(집에서 쉬고 있어~). 으하하.
전날 잠을 설쳤다. 무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1박 캠핑을 위해 장비를 차에 실었다. 식전 댓바람부터 땀으로 흠뻑 젖었다. 출발도 하기 전에 만신창이가 됐다. 왜 캠핑을 하자고 했을까. 왜 내가 장비를 챙긴다고 했을까. 후회했다. 오전 10시30분. 서울 사당역에서 Y와 Z를 픽업했다. Z기자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개그맨 이혁재인 줄~. 출발과 동시에 집에서 가져온 <듀스 고별 라이브> CD를 틀었다. “이렇게 나에게 펼쳐진 나의 많은 날들을 이제는 그대와 함께하리~.” ‘굴레를 벗어나’를 마구 따라 부르자 Z가 말했다. “아재지옥이구만~.” 혁재야~ 니도 아재 아니니?
서울 잠실에서 사진부 박승화 기자를 태운 뒤 곧바로 서울∼양양 고속도로에 올랐다. 마침 차에선 김건모 노래가 흘러나왔다. 박 선배는 안 어울리게 ‘블랙핑크’ 노래가 듣고 싶다고 했다. 블랙핑크는 집에서나 들으시고 웰컴 투 더 김건모 헬~. 별명이 ‘총채’인 Y기자는 군소리 없이 모든 노래에 즐거워했다. 총체적으로 무난하구만.
양양 고속도로는 터널의 하이웨이였다. 특히 11km에 달하는 인제터널은 통과하는 데만 8분가량 걸렸다. 체감 시간은 더 길게 느껴졌다. 국내 1위, 세계 11위의 길이었다. “터널처럼 외로웠다”는 어느 시인의 시구가 이해될 법했다. 사고라도 나서 터널을 걸어 빠져나온다면 정말 외로울 수 있겠다. 화요일 오전, 교통량은 많지 않았다. 중간에 지쳐 휴게소에 들른 시간을 감안해도 2시간여 만에 양양에 도착했다. 쉼없이 달린다면 9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실제 7월 초 양양 고속도로 개통 이후 양양을 찾는 관광객이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아놔~ 목구멍이 수챗구멍이니?
양양공항 근처에 있는 실로암막국수(
‘X기자 부부의 음주활극’ 참조)에서 점심을 먹었다. 법수치계곡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가기 전 마트에서 장을 봤다. 소고기 살치살과 토시살, 삼겹살을 두 근 정도 끊었다. 라면과 물도 샀다. 맥주와 소주에 와인 한 병까지~. 카트에 실린 술을 보고 박 선배가 말했다. “이게 하루치야?” “아뇨, 법수치죠~”라고 답했다. 혁재가 깐족댔다. “수치스럽구만~.”
하조대해수욕장에서 10km 정도 내륙으로 가면 ‘흐르는 강물처럼’ 펜션캠핑장이 있다. 캠핑장은 이름처럼 펜션 앞에 냇물이 흘렀다. 산이 에워싸고 있어 풍경이 어마어마했다. 평일인 까닭에 캠퍼들은 거의 없었다. 서둘러 짐을 내리고 텐트와 타프(그늘막)를 쳤다. Z는 폴대를 반대로 잡고 서 있었다. 아놔~, 도로 측량하니? 소싯적 보이스카우트 안 했니? 아람단도 안 했니? 초보 캠퍼들을 부려가며 겨우 타프로 베이스캠프를 세웠다. 육수 대방출로 빤스까지 젖었다. 이런 날 보고 혁재가 낄낄댔다. “선배~ 그러다 수육 되겠는데요?” 수육~ 주먹이 날아가는 수가 있다~.
텐트까지 정비를 마치고 캔맥주 하나를 나눠 마셨다. 내장계곡으로 시원한 폭포가 쏟아졌다. 아, 좋다~는 탄성이 마구 터져나왔다. 아그들아~ 이거시 캠핑의 맛이여~. 이제 진짜 계곡에 들어갈 시간. 래시가드로 옷을 갈아입었다. 주말 내린 비로 법수치 계곡물은 불어 있었다. 총채와 혁재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생각만큼 물이 차지 않아 놀기에 적당했다. 혁재는 물고기를 잡는다며 가져온 그물에 떡밥을 깔았다.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이겠다고 포부는 야무졌지만 그물에 걸리는 건 니 헛된 바람뿐이었다. 쯧쯧. 그늘진 계곡물에 몸을 담그니 캬~ 천국이 따로 없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았다. 허푸허푸 허우적대자 혁재가 말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구만~.” 그러다 돼지한테 뒈지는 수가 있다~.
우물에 빠진 돼지수영으로 물가 건너편 바위로 이동했다. 다이빙을 안 할 수 없지. 혁재와 나란히 서서 포인트를 찾았다. 멀리서 박 선배가 사진을 찍으려고 대기 중이었다. 근데 조금 깊은 곳은 냇가 중간 쪽이었고 바위 밑은 너무 얕았다. 혁재를 그쪽으로 유인했다. 영악한 혁재는 뛰기를 망설였다. 뭐야, 한번 보여줘야지~. 박 선배 기다리고 있자나, 어서~. 혁재가 뛸 때 뒤에서 살짝 도움을 줬다. 녀석은 빡 소리를 내며 배로 입수했다. 머리를 지키고 배를 내준 명민한 친구였다. 난 이단옆차기로 멋지게 뛰어올랐다. 물에 들어가면서 옆구리에 충격이 전해졌다. 빡~. 박 선배가 찍은 사진을 보니 이단옆차기가 아니라 날으는 돈가스였다. 그 사이 튜브에 타고 있던 총채는 물살과 함께 하류로 흘러가고 있었다. “선배~ 이거 어디로 가는 거야?” 벌써 서울 가게? 계속 흘러가면 한 달 뒤 마포대교에 당도할 텐데. 그때 연락해~. 멋진 자유형으로 5m만 가다 나머진 걸어서 총채의 튜브를 끌어당겼다. 총채는 질질 끌려나왔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배고프다는 얼라들을 위해 씻지도 못한 채 숯을 피웠다. 처음은 와인으로. 살짝만 익힌 살치살에 레드와인은 궁합이 괜찮았다. 총채가 “너무 맛있다~”를 연발했다. 술이 맛있겠지~. 고기인간 혁재는 말도 없이 고기를 탑재했다. 차곡차곡 쌓는구나~. 박 선배도 이런 꿀출장이 얼마 만이냐며 감격해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선 쿨이 <해변의 여인>을 부르고 있었다. 아, 시간이 멈추면 좋을 만큼의 만족감이 밀려오는데~ 혁재가 말했다. “엄마~ 고기 더 없어요?” 아놔~. 목구멍이 수챗구멍이니? 토시살을 올리고 삼겹살을 올리고 굽고 굽고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어머니는 씻는 게 싫다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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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대해수욕장에서 10㎞ 정도 내륙에 위치한 ‘흐르는 강물처럼’ 펜션캠핑장은 이름처럼 펜션 앞에 냇물이 흘렀다. 산이 에워싸고 있어 풍경이 어마어마했다. 7월18일 오후, X기자(왼쪽)가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타프(그늘막)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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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스피커에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가 나오자 우리는 일제히 고갤 들어 위를 봤다. 청청 양양의 하늘은 별천지였다. 수년째 캠핑을 다녔지만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XYZ는 일제히 아~ 감탄사를 뿜었다. 어서 와~, 양양의 별은 처음이지? 총채는 설치한 해먹 위에서 별을 봤고 혁재와 난 같은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별을 봤다. 박 선배는 별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셔터를 눌러댔다. 모두가 은혜받는 순간이었다.
맥주에서 소주로 주종을 변경해가며 학창 시절 에피소드와 첫사랑, 기사 아이템을 안주 삼아 이뤄진 첫날의 캠핑은 새벽 3시께 끝났다. 자식들을 먹이고 재우느라 샤워도 제대로 못했다. 타프 야전침대에 누우니 냇가의 물소리가 크게 들렸다.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갈까. 까무룩 잠이 들었다. 밤새 바람이 불고 해는 일찍 떴다. 아침 몰골들을 보니 어제 같이 술 마신 사람들은 간데없고 모르는 사람들만 앉아 있었다. 누구냐, 너희는? 혁재가 날 보고 말했다. “선배~ 선풍기 아주머니인 줄.” 착한 총채마저 “어제 선배 안 씻었죠?”라며 협공을 해왔다. 혁재가 god의 <어머님께>를 패러디했다. “어머니는 씻는 게 싫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선풍기가 좋다고 하셨어~.” 내 이것들을~.
라면으로 후다닥 아침을 때우고 전동킥보드에 올라 주변을 유람했다. 서는 킥보드를 처음 타는 총채는 중심을 잡고 잘도 탔다. 오른쪽 법수치 계곡을 끼고 달궈진 도로를 내달릴 때 청량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이렇게 놀고먹으면 안 되나, 싶지만 마감은 내일이었다. 망할~. 캠핑장으로 돌아온 우리는 서둘러 서핑하러 나섰다. 서핑 포인트로 유명한 죽도해변에 도착했다. 이게 웬일. 바람이 잦아서 서퍼가 많지 않았다. 업체에 문의했는데 배울 수는 있지만 오늘은 파도가 약해서 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아쉽지만 파도가 거세지면 그때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에라 모르겠다~. 참 포기도 빨랐다.
다른 취재로 상경해야 하는 박 선배를 양양터미널에 배웅해드리자 점심 밥때가 됐다. 하는 게 없는데도 배는 고팠다. 양양 시내의 비빔냉면 맛집이라고 혁재가 강추한 ‘단양면옥’에 갔다.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비냉 2개, 물냉 1개, 소주 1병을 시켰다. 말린 명태 고명이 올라가고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먹는 게 속초의 비냉 맛집인 함흥냉면옥과 같았다. 면의 찰기와 육수의 칼칼함이 훌륭했다. 소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총채는 “캬~ 살맛 난다”고 했다. 에라, 모르겠다~. 우리는 결국 맛있는 안주에 술을 ‘처묵’하러 양양에 온 것이었다.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하나씩 들고 양양의 대표 비치 하조대해변으로 이동했다. 바닷물은 계곡물보다 더 찼다. 우리는 너~ 하며 물장구를 치고 깨방정을 떨었다. 자신을 서퍼라고 설레발을 친 혁재가 튜브 위에 배를 깔고 파도타기를 시도했지만 물속에 잠겨버렸다. 뚱땡이를 띄울 파도는 쓰나미밖에 없어~. 사실 서핑이 별건가~. 가끔 큰 파도가 몰려오면 그 흐름에 몸을 맡겨 같이 흘러가면 될 일이었다. 정신승리가 따로 없었다. 튜브에 타고 있던 총채가 물결에 넘실넘실 춤을 췄다. 그때마다 꺄악 꺄악 비명이 터졌다. 까마귀인가.
꿀출장은 날아가고 마감이 코앞에
물놀이에 출출해진 XYZ는 해변 앞 컵스테이크 집 ‘어쩌다 양양’에서 레드락 생맥주와 함께 스테이크와 슈림프 컵을 시켰다. 우리 바캉스도 결국 ‘어쩌다 양양’이 됐는지 알 수 없었다. ‘스테키’는 육즙이 살아 있었고 슈림프는 살이 통통했다. 서울 연남동 ‘연트럴파크’에서 유명하다는 컵스테이크를 양양에서 처음 먹어봤다고 하자 혁재가 말했다. “그래서 의기양양하구만~.”
저녁에 속초로 넘어가려면 캠핑을 정리해야 했다. 이 폭염에 텐트를 걷을 생각을 하니 노답이었다. 어린것들은 저녁은 무조건 속초에서 회를 먹고 쾌적하게 자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다. 하루 자려고 타프까지 친 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뼈캠(뼛속까지 캠퍼)의 말은 듣지도 않았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땀 두 바가지를 쓰고 1시간여 만에 짐을 정리했다. 계곡에서 백숙을 끓여 먹기로 한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속초에 도착해 싸고 쾌적한 호텔로 숙소를 잡았다. 예약한 속초 동명항 ‘비치횟집’에 도착했다. 2층 창가로 자리를 잡고 대게 2마리와 모듬회 중자 같은 소자, 소맥을 시켰다. 마지막 날이다. 때려먹자. 총채와 혁재는 전의를 불태웠다. 우리 여지껏 안 먹었니? 러시아산 대게는 겨울이 아닌데도 살이 실했다. 내가 “대게 맛있다”며 되게 많이 먹자 총채가 말했다. “대개의 경우 그렇게 말을 하죠~.” 너도 이제 아재(아주 재밌는)개그에 푹 빠졌구나~. 대게를 되게 많이 먹다보니 사실상 회는 거의 손도 못 댔다. 회를 포장해서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호텔방에서 강원도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했다. 혁재는 “휴가는 에어컨이죠~”라며 철부지 아들 같은 소리만 하고 앉았다. 총채는 “술이나 한잔 하시죠~”라며 자리를 잡았다. 아주 북 치고 장구 치는구만~. 배부른 자식들은 가져온 회에 손도 대지 않았다. 아니 이것들을~. 결국 술 먹기 게임만이 회에 대한 예의일 것이었다. 손가락접기 게임으로 총채와 혁재에게 골고루 회를 먹일 수 있었다.
호텔 조식뷔페에는 가지도 못하고 오전 11시께 서울로 향했다. 밥때를 놓친 배에선 비명이 나왔다. 강원도 홍천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경기도 양평 ‘옥천고읍냉면’으로 마지막 행선지를 잡았다. 실로암처럼 새 건물을 올린 옥천고읍냉면에는 손님이 바글바글했다. 제육 반 완자 반, 물냉 3, 소주를 시켰다. 황해도식 냉면으로 불리는 옥천고읍냉면은 짜고 진한 육수에 굵은 쫄면 면이 특색이다. 오랜만에 먹었지만 맛은 큰 차이가 없었다. 총채가 말했다. “이거 묘한 매력이 있는데요~.” 마이 묵으라~. 두툼한 돼지 수육 한 점에 소주를 마시니 꿀출장은 저 멀리 날아가고 마감이 코앞에 닥쳐와 있었다. 혁재가 말했다. “메인 기사는 선배가 쓰는 거죠?” 메인 기사 쓰는 메인 몸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라고 난 완자를 욱여넣으며 절규했다.
튜브 타기엔 민망한 서핑 천국 강원도 양양
초보 서퍼들이여,일어서라!
양양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보다 서핑하는 이가 훨씬 많았다.
여름 시즌이 막 시작된 7월19일 강원도 양양군 죽도해변엔 생각만큼 사람이 많진 않았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동해안을 찾은 내 눈앞에 낯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원래 바다에 가면 튜브를 타고 노는 것 아니었던가! 혹시라도 누군가 서핑보드를 들고 지나가면 “오, 멋지다~” 하며 신기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곳에선 대부분의 사람이 서핑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돌아다녔다. 그 속에서 혼자 튜브 들고 다니려니 왠지 유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니, 여름 시즌이 본격화되는 8월엔 서핑을 즐기려는 사람으로 해변이 꽉 차 주변에 주차 공간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모두 폼 잡고 보드를 바다에 띄우기는 하지만, 여름 서핑객 대부분은 서핑 초보자다. 한국 바다에서 서핑하기 좋은 때는 거친 파도가 나타나는 10월부터 3월까지다. 여름바다는 잔잔하지만 파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초보자가 기본기를 다지기에 좋다. 이날도 서핑족은 죄다 바닷물 위에 보드를 얹어놓고 그 위에 엎드려만 있었다. 얕으나마 물결이 일어나면 파도의 힘을 이용해 보드 위로 일어서서 균형 잡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일어나 성공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몇몇이 일어났다가 몇 초 안에 바다로 떨어졌다(사진). 그럴 바엔 모양은 빠져도 차라리 튜브가 낫지 않니?
지난 6월 죽도해변 옆 인구해변에서 처음 서핑을 배웠다는 Z기자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스포츠는 웬만하면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서핑은 정말 일어날 수가 없었다.” 서핑을 처음 시작할 때는 묵직한 남성보다 날렵하고 가벼운 여성이 더 빨리 일어선다고 하니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양양에서 서핑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죽도해변, 인구해변, 설악해변 등이다. 하루에 3~5번 이뤄지는데 입문 강습은 1인당 8만원 정도다. 강습 시간은 1시간30분에서 2시간이고 이후 익힌 기술로 혼자 연습할 시간을 준다.
양양의 서핑 인구가 많아지면서 2015년에는 서핑 전용 해변도 오픈했다. 하조대해수욕장 북쪽으로 그동안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해온 군사지역을 40년 만에 개방하고 이름을 ‘서피비치’(Surfyy Beach)로 지었다. 이름만큼 풍경도 이국적이라 서핑하는 이들에겐 ‘힙’한 곳으로 떠오른다. 모래사장 위 ‘코로나 선셋바’에선 맥주 등 주류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판매한다. 서핑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다. 8월26∼27일에는 음악과 함께하는 ‘2017 코로나 선셋 페스티벌’도 열린다.
양양·속초(강원)=Y기자
양양·속초(강원)·양평(경기)=글 X기자 xreporter21@gmail.com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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