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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2 15:05 수정 : 2017.08.03 10:54

관광객들이 비자나무와 제주도의 각종 나무들이 우거진,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천년의 숲’비자림을 걷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제주&]제주의 숲②제주시 한라생태숲·사려니숲·비자림

숯을 구웠던 숫모르 숲길 낀 한라생태숲
제주에서 가장 걷기 편한 길, 사려니숲
천 년의 숲을 느끼려면 비자림

관광객들이 비자나무와 제주도의 각종 나무들이 우거진,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천년의 숲’비자림을 걷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제주의 숲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숲의 향기를 들이마시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 초록의 빛깔에 감동한다. 여름 짙푸른 생명력으로 제주의 숲은 활기가 넘치고, 청량한 바람을 내뿜는다. 절물자연휴양림과 한라생태숲, 사려니숲은 서로 연결돼 있다. 한라생태숲에서 출발해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갈 수도 있고,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사려니숲으로 갈 수도 있다.

제주시 5·16도로 개오리오름(견월악) 서쪽 196ha의 한라생태숲은 자연을 재활용한 숲길이자 원시림이다. 한때 목장으로 이용돼 훼손된 채로 방치돼 가시덤불만 무성했던 곳이다. 2000년부터 복원해 가꾸기 시작해 문을 여는 데 9년이 걸렸다. 탐방안내소와 가까운 곳에 있는 혼효림(침엽수와 활엽수가 혼합된 숲)에서는 수생식물원과 생태숲을 보며 사색을 즐길 수 있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잔디광장과 함께 그늘이 우거지는 팽나무와 느티나무 등의 큰키나무(교목)를 심었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숲해설가가 동행하는 숲 체험 탐방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숲길에서 뿜어져나오는 숲 내음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숫모르 숲길’ 한라생태숲에서 개오리오름, 샛개오리오름, 족은개오리오름을 거쳐 ‘장생의 숲길’과 만난다. 벚나무숲 삼거리에서 숲길로 들어서자 수국과 아그배나무·동백나무·산딸나무가 반갑게 맞아준다. 숲의 향기가 물씬 묻어난다. ‘숯을 굽는 동산’이라는 뜻의 ‘숫모르 숲길’에선 제주의 자연을 느끼며 걸으면 된다. 왕쥐똥나무의 푸른 잎들이 숲길 위로 아케이드처럼 펼쳐져 있다. 늦은 오후 시간, 간간이 짝을 지어 걷는 이들이 보이지만 이들이 지나간 길에는 고요만 남는다. 산새가 숲길의 주인이라고 지저귀고, 까마귀의 울음은 사방에 흩날린다. 바람 한점 안 들고 습하지만, 자연의 소리에 몸과 마음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

한 노부부가 샤려니 숲길을 걷고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제주시 5·16도로를 따라 가다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가기 전, 비자림로에서 만나는 지점에 ‘사려니숲길’이 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제주의 숲길이다. 제주의 숲 내음을 잠깐 맛볼 관광객도 가벼운 차림으로 온다. 경사가 별로 없고 우거진 나무가 초록빛 그늘을 만들어줘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다. 때때로 노루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도 보인다. 코스마다 잘 뻗은 삼나무, 편백 등이 그늘과 시원한 바람을 만들었다. 비자림로 사려니숲 어귀에서 얼마 가지 않은 곳에는 제주 4·3 당시 무장대의 은거지로 무장대 지도자 ‘이덕구’의 이름을 딴 ‘이덕구 산전’도 있다.

비자림에 와보면 안다. 제주도의 숲길은 원시림이자 그늘이다. 본격적인 비자림으로 들어서면 이끼 낀 양치식물로 둘러싸인 ‘숨골’이라는 게 눈에 띈다. 빗물이 지하로 흘러가는 구멍이다. 화산섬 제주에서는 숨골을 통해 지하로 스며든 빗물이 암석 틈새를 통과해 깨끗해지면서 지하수를 형성한다.

웅장한 비자나무의 수형이 ‘천년의 숲’을 느끼게 한다. 고려 명종 29년(1189년)에 심었다는 비자나무가 지난 2000년 ‘새천년 나무’로 지정돼 ‘천년의 숲’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키 14m에 둘레가 2m는 넉넉히 될 듯한 나무는 보기에도 ‘비자나무의 아버지’ 급이다. 가장 키가 큰 나무는 16m, 대부분 11~13m 정도다. 44만8000여㎡의 비자림에는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그루가 자라는 비자나무숲이 형성됐다.

비자림엔 비자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옛사람들이 가지를 꺾어 말채찍으로 썼다는 ‘곰의말채’, 비자림에 자생하는 제비나비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상산나무도 있다. 문지르면 말 오줌 냄새가 난다고도 하고, 열매가 말 오줌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말오줌대’(지렁쿠나무), 인정이 두텁고 거짓이 없다는 후박나무, 역겨운 냄새가 나지만 여름철 무리 지어 피우는 하얀 꽃이 아름다워 반전의 매력을 보여주는 누리장나무 등 제주의 자생식물들이 어우러져 공존한다.

송이(붉은 화산재)길과 돌멩이 길을 따라 다 걸으면 2.2㎞, 송이길만 돌고 나오면 1㎞ 정도 된다.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송이가 깔린 비자나무 숲길을 걸으며 천년을 지켜온 비자나무와 그와 더불어 사는 수풀이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가려면

-한라생태숲-사려니숲길-절물자연휴양림을 이용하기에는 제주시청이 운영하는 제주시티버스가 좋다. 모든 지점에 내린다. 성인 1200원, 초·중·고교생 등은 900원이다.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첫차는 오전 8시, 막차는 오후 4시이며, 매시 정각(12시 제외)에 출발한다.

-사려니숲길(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137-1, 064-900-8800):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 710-1, 720-1, 730-1을 탄다. 40분.

-비자림(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 064-710-7912):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순환 990번. 1시간 30분. 시외 710번을 타고, 송당초등학교 정류장에서 순환 990번으로 환승. 1시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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