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3 10:01
수정 : 2017.08.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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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치유의 숲 안에는 과거 소나 말의 방목을 위해 쌓았던 돌담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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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숲③서귀포 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
햇살처럼 자연의 평화가 흘러드는
혼자서 조용히 걷고 싶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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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치유의 숲 안에는 과거 소나 말의 방목을 위해 쌓았던 돌담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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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가서 그 기운을 흠뻑 마셔라. 햇빛이 나무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것과 같이 자연의 평화가 우리에게 흘러들어올 것이다. 바람이 신선함을 그리고 에너지와 열정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서귀포시 치유의 숲에는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이자 자연보호운동의 선구자 존 뮤어(1838~1914)의 글이 붙어 있다. 제주의 숲 가운데 ‘서귀포 치유의 숲’은 ‘치유’라는 이름을 붙인 유일한 곳이다.
‘서귀포 자연휴양림’에서 1100도로를 따라 산록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다시 돈내코 방면으로 가다 보면 서귀포 치유의 숲을 만날 수 있다. 해발 320~760m에 있는 치유의 숲 코스는 모두 11㎞로, 수령이 60년에 가까운 편백과 삼나무 길이 있다. ‘엄부랑 치유숲길’(0.7㎞)에 들어서면 거대한 삼나무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들머리에서 200여m를 올라가면 주차장과 방문자센터가 나온다. ‘가멍오멍 숲길’(1.9㎞)을 따라 걸으면 힐링센터가 있다. ‘치유의 숲’답게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육체적·정신적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이 잘 짜여 운영된다. 마을해설사와 동행하면 치유의 숲에 얽힌 제주 사람들의 삶과 역사와 문화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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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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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관찰로를 따라 걸으면 한라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서귀포/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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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은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산림녹화 차원에서 조림이 이뤄졌다. 그 무렵 이곳은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던 화전 터였고, 그 뒤는 목장 터였다. 인근 서호동 주민들은 ‘총각 화전 터’라고 한다. 소나 말의 방목을 위한 ‘캣담’(잣성)도 남아 있다. 이곳에서 숲 해설을 하는 서호동 주민은 1960년대 초 초등학생 시절, 한라산에 소를 방목한 뒤 학교에 갔다 한다. 이를 ‘상산 보낸다’고 표현했다.
매표소 앞 ‘노고록(‘편안한’의 제주 말) 무장애 숲길’(870m)은 휠체어를 타는 보행 약자도 삼림욕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든,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다. 생수병을 하나씩 든 노부부가 천천히 걷고 있었다. 치유의 숲 광장에서는 나무로 만든 긴 의자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치유의 숲길은 제주도 숲길 가운데 프로그램이 가장 잘 마련돼 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숲속 힐링콘서트 쓰담쓰담’이 여름철 무더위를 잊고 사색하는 탐방객들을 맞는다. 4월부터 시작한 이 콘서트는 이달 30일 오후 6시30분과 9월27일 오후 4시 등 두 차례 남아 있다. 치유의 숲을 걷다 보면 오감을 자극하는 숲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고, 산새 소리와 푸르디푸른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대는 소리가 들린다. 돌담과 숯가마 등 옛 제주 사람들이 살았던 삶의 숨결도 만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놀멍 치유숲길’(2.1㎞) 끝자락에 있는 시오름 주변은 제주 4·3사건 당시 피신처와 주둔소가 있었다. 치유의 숲길은 추억과 역사가 묻어나 더 아름답다.
천연림 향기가 담긴 서귀포 자연휴양림
편백숲 야영장은 상쾌한 피톤치드 천국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아요. 휴양림 자체가 천연 에어컨인데, 틀 필요가 없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서귀포 자연휴양림 김익형 계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럴까? 한낮 온도가 34도 가까이 되던 지난 22일, 서귀포 자연휴양림에 가기 위해 제주시에서 출발해 운전하면서 본 승용차 안의 온도계는 1100도로 따라 한라산으로 가까이 갈수록 뚝뚝 떨어졌다. 영실 입구를 지나 해발 700~800m 지점에 있는 서귀포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28도로 내려가 있었다.
휴양림 매표소 옆 생태관찰로로 발을 옮기자 싱그러움이 몰려왔다. 숲은 천연 에어컨 구실을 했다. 마침 불어온 바람은 선선한 느낌마저 들었다. 관찰로로 들어갈수록 선선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255ha의 서귀포 자연휴양림에는 세 갈래의 생태탐방 코스가 있다. 생태관찰로와 건강산책로를 잇는 ‘어울림 숲길’(2.2㎞), 숲길 산책로~생태 관찰로 건강 산책로를 잇는 ‘숲길 산책로’(5㎞), 서귀포 자연휴양림을 차량으로도 한 바퀴 (3.8㎞) 돌 수 있는 ‘차량 순환로’ 코스다. 차량 순환로도 숲과 숲이 맞닿아 있다. 숲길 산책로에서 ‘법정악 전망대’로 가는 길은 졸참나무·굴거리나무·서어나무·대팻집나무·소나무·편백 등이 줄 맞춰 있다. 표고버섯을 재배했던 표고사의 흔적도 있다. 한라산 등산길에 볼 수 있는 천연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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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자연휴양림 안에 계곡을 막아 만든 물놀이장은 이용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서귀포/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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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악 전망대에선 서귀포시 남원읍 지귀도에서부터 대정읍 마라도까지 서귀포의 3분의 1 이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 서면 한라산 정상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짙푸른 융단이 사방에 깔린 것처럼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의 여름은 온통 짙푸른빛이다. 한라산과 가까워 노루는 늘 나타나고, 족제비와 다람쥐 등도 탐방객들의 눈에 띈다.
편백숲 야영장은 이곳의 명물이다. 기자가 찾은 야영장에는 데크 곳곳에 텐트가 쳐져 있었다. 데크 밑에는 편백 톱밥이 깔려 은은한 피톤치드 향이 묻어났다. 잎이 부드러운 편백은 바람이 불자 편백의 향기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감쌌다. 편백숲에서 뿜어져나오는 피톤치드 향을 마시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심폐 기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각종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상대방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내뿜는 방향성 물질로 살균·살충 성분이 포함돼 있다. 야영객 가운데는 편백숲의 공기를 마시며 요양을 하는 암 환자들도 있다. 최대 3박까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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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자연휴양림에 있는 ’숲속의 집’에서는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서귀포/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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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쉬자 훅하고 상쾌한 공기가 온몸에 스며든다. 데크에는 담소를 나누거나 잠을 자는 이들, 아예 책상을 펴서 부지런히 책을 읽는 중년의 남성도 보였다. 가족이 이곳에 텐트를 치고 제주도 여행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서귀포 자연휴양림의 편백숲 군락지는 광범위하다. 후문에서부터 전망대까지 편백 숲길이 이어진다. 나무는 늘 거기에 있다. 숲은 여유롭고 사람을 품어준다. 여름은 초록이다.
▶가려면
-서귀포 자연휴양림(서귀포시 1100로 882, 064-738-4544):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40번 버스를 탄다. 40분.
-서귀포 치유의 숲(서귀포시 산록남로 2271, 064-760-3067):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 제주공항-1100도로-옛 탐라대 입구 사거리-산록남로(1115도로)-서귀포 치유의 숲
▶체험하려면
-서귀포 치유의 숲: 제주도 숲길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풍부하다. 3개 코스의 숲길 힐링 프로그램과 3개 과정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모두 사전예약제로 진행된다. 숲길 힐링 프로그램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숲을 즐기려면
-여름철에도 긴바지와 긴소매 옷이 좋다.
-모자와 물을 챙기고,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다.
-탐방로 이 외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식물을 꺾지 않는다. 쓰레기만 갖고 온다.
-반려동물을 데려가지 않는다.
-취사 행위나 음주, 흡연을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가방에 두고 자연과 교감한다.
서귀포/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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