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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8 14:26 수정 : 2018.08.09 10:38

수원문화재단 제공

밤빛 품은 성곽도시 수원
8가지 주제를 더한 수원 야행
과거와 현대를 거니는
품격 있는 즐거움

수원문화재단 제공
어둠이 어스름 내려 달빛 오히려 밝은 한여름 밤. 골목 한편 돗자리에는 감자, 옥수수, 빈대떡 등 단촐한 음식이 놓여진다. 동네 사람들 너나 구별 없이 모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뛰어노는 아이들 목소리로 소란스럽다. 누군가 동네 양조장에서 받아온 막걸리가 한 순배 돌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들리기도 하고 놀이에 지친 아이들까지 모여들면 입담 구수한 아저씨의 이야기가 은하수만큼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이제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진 여름 밤 골목 풍경이 수원화성에서 재연된다.

‘밤빛 품은 성곽도시’를 주제로 펼쳐지는 수원문화재야행은 정조의 꿈을 간직한 수원화성과 인근이 무대다. 수원화성은 정조의 정신을 상징한다. 정조는 개혁과 대통합을 통해 백성들의 생업이 편안해지고 질서가 잡힌 세계를 꿈꾸었다. 우리가 <잘살아보세>를 부르며 잊은 한여름 밤의 풍경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위해 복무’하는, 정조가 바랐던 세상과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밤이면 닫혀 있어야 하는 화성의 문이 열리면 정조의 꿈이자 우리가 이뤄야 할 세상이 야경·야로·야사·야화·야시·야숙·야식·야설 8가지 주제(2~3면 참조)로 나뉘어 펼쳐진다.

어둠을 밝히는 미디어아트와 전통 등은 정조가 이루고자 했던 이상향을 보여준다. 행궁마을의 골목골목을 걷다보면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된다. 지역상인들은 골목골목마다 먹을거리를 준비해 오래된 도시 수원의 맛을 선사한다. 불쑥불쑥 만나게 되는 공연은 낯선 이와 함께 어깨춤을 추게 할지도 모른다. 오래된 도심 행궁동 일원에서 희망을 찾고 나누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살 수도 있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역사의 현장을 걸으며 듣고 만나는 역사는 그 어떤 문화콘텐츠로 대체할 수 없는 묘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원이 준비한 전통 숙소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이야기 꽃도 피울 수 있다.

박흥식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수원문화재야행을 “수원의 아름다운 문화재에 밤이 지니고 있는 매력을 얹어 현재까지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역사·문화 콘텐츠”라고 설명한다. 현대 건물 사이를 걷는가 싶으면 어느새 옛 골목을 만나고 다시 성곽길로 이어지는수원의 거리를 걸어보면 박흥식 대표이사의 설명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문화재야행은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를 주제로 문화재청이 공모하는 야간형 문화향유 프로그램이다. 2016년 10개 도시에서 시작돼 올해는 전국 25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수원문화재야행은 지난해 선정돼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는 두 차례 개최한다.

1차 야행(8월 10일~11일)의 주제는 <행궁 그리고 골목길, 이야기 속을 걷다>다. 화성행궁, 화령전, 아름다운 행궁 공방길 일대에서 빛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골목길을 걸으며 문화재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경험하는 감성체험이 주를 이룬다.

<수원화성 성곽길, 아름다움을 보다>를 주제로 진행되는 2차 야행(9월 7일~8일)은 ‘고금의 가장 아름다운 것이 갖추어진 수원화성’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건축물인 화홍문, 방화수류정을 새롭게 조명한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 밤을 가장 뜨겁고 진지하게 보내고 싶다면 수원화성으로 떠나보자. 드라마 <이산>에서 정조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서진이 들려주는 정조의 꿈을 듣노라면 우리가 이뤄야할 세상과 버려야할 세상의 경계가 수원화성의 성곽만큼이나 분명해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오래된 도시 수원의 맛과 즐거움은 덤이다.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콘텐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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