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8 15:23
수정 : 2018.08.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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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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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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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달과 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위안이고 희망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스스로 빛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제 빛은 삶과 산업의 수단을 넘어 창작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수단이다. 수원 문화재 야행에서도 LED를 이용한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와 빛을 투사해 콘텐츠를 보여주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기법으로 탄생한 예술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야행에서는 7명의 작가가 정조와 수원화성이 간직한 경험하지 못한 옛날과 가보지 못한 미래를 현실 세계에서 보여준다. 김성준 작가의 <낙남헌 프로젝션 맵핑>은 정조의 꿈을 재현한다. 낙남헌에서의 회갑연, 과거시험, 군사훈련 등 화성에서 벌어진 행사는 작품에서 전통문양과 한글의 다양한 변주로 표현된다. 정조가 꿈꾸던 빛나는 정원은 김영대 작가의 <빛의 정원>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정조의 이상과 현재가 융합해내는 미디어아트의 무한한 표현력을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김영태 작가가 경룡관에서 보여줄 <쉼(休)>은 수묵의 부드러움으로 ‘정적인 쉼’이 ‘역동적 꿈’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표현한다. 작품은 장소가 지닌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김용찬 작가는 아이파크미술관 벽면에 <물질과 물체>를 통해 빛 또한 물질임을 보여준다. 정조의 효성을 간직한 봉수당에서는 불로장생 이미지를, 사람이 운집한 거리에서는 바닥과 벽에 다양한 영상을 투사해 거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품 <자전가Street>를 선보인다.
김은규 작가의 <니켈로디온>은 그림의 일부분에 손을 대면 맵핑되는 체험을 제공한다. 니켈로디온은 미국 초기 영화관 입장료였던 5센트짜리 동전의 이름이다. 작가는 “인간과 문명이 낳은 다양한 기계들의 소통을 시도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김태규 작가의 <유여택(維與宅), 빛을 품다>는 정조가 화성에서 머물던 유여택을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빛이 만들어낸 선이 과거의 유여택을 불러내고, 자연을 상징하는 면이 유여택과 조화를 이루며 현재를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단청을 의미하는 빛깔이 더해진 화려한 퍼포먼스가 우리가 가야 할 미래를 나타낸다.
조차나 작가의 <행차>는 정조의 굽힐 줄 모르는 정신을 담고 있다. <행차>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딛고 왕위를 물려받은 뒤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자객과 노론의 방해에도 수원화성을 건설하고 행차를 이뤄낸 과정을 표현한다. 수원 문화재 야행이 전국 25개 시의 문화재 야행보다 돋보이는 건 빛을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사유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빛이 만들어내는 과거와 미래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하룻밤 수원 나들이의 가치는 충분하다.
정희경 기자 ahyun04@hani.co.kr/콘텐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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