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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7 15:22 수정 : 2019.10.11 16:07

할머니가 일을 하러가면 기용이는 혼자서 할머니가 올때까지 기다립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함께 응원합니다.

할머니가 일을 하러가면 기용이는 혼자서 할머니가 올때까지 기다립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열 살이 된 기용(가명)이가 사는 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두 살 무렵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할머니(79)의 손에 맡겨진 기용이. 아빠는 서울로 일을 하러 떠났고 엄마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기용이에게는 가족은 할머니뿐입니다.

“할머니가 말을 잘 못 알아 들으셔도 우리는 마음으로 얘기할 수 있어요. 사랑의 길이에요” 기용이의 할머니는 청각장애 3급으로 보청기를 착용해도 귀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공공 근로를 하고, 근로가 없는 날에는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더 마련하기 위해 직접 두부를 만들어 이웃에게 팝니다. 기용이는 할머니가 두부를 만들 때면 할머니 옆에서 1등 조수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멋진 손주입니다. 기용이는 할머니를 바라볼 때면 하나뿐인 가족인 할머니가 허리를 다칠까 혹은 쓰러질까 걱정됩니다.

“어린 것이 엄마, 아빠 없이 혼자라 가슴이 아프다”며 할머니는 울음 가득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 할머니의 옆에서 마음의 약을 주겠다며 할머니를 위로하는 기용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직 어린아이가 마음이 먼저 큰 것 같아 할머니의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할머니는 손주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입히고, 먹이고 싶어서 두부를 만들어 팝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할머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두부를 만듭니다. 할머니는 모락모락 따뜻한 두부를 만들며 “없는 살림이지만 조금이라도 좋다는 거 먹이고 싶고 살림에 보탬이라도 될까 봐”라고 말합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 땀을 흠뻑 흘리며 만든 두부를 팔고 나면 고목나무 같이 거칠어진 할머니의 손에 쥐어진 돈은 단 2만 원입니다.

할머니가 기용이에게 더 신경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기용이는 지적장애 3급을 갖고 있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집니다. 기용이의 공부를 봐줄 사람도 없습니다. 집도 시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어 친구를 만날 수도 없습니다. 기용이는 방과 후에 강아지와 놀거나 종이접기, 티브이(TV)를 보는 게 전부입니다.

“우리 착한 강아지, 내가 귀도 잘 안 들리고 초등학교라도 나왔으면, 글이라도 알면 젊은 사람들만큼은 못 해도 조금이라도 가르쳐줄 수 있을 텐데 글도 몰라서…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이 두부밖에 없어요”

기용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두부를 만드는 것뿐이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맺힙니다.

기용이와 할머니가 사는 집은 1950년에 지어져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얼마 전 지원을 받아 조금 튼튼해졌습니다. 할머니는 일을 하러 가면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기용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용이는 아직 시계를 볼 줄 몰라 할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아직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기용이를 위해 할머니가 일 끝나고 돌아오는 시간을 시계에 표시해뒀습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할머니는 손주가 너무 많이 기다리지 않았으면 해서 시계에 ‘할머니’라고 돌아오는 시간을 표시해뒀습니다. 시계에 적힌 많은 글자들 사이에 ‘할머니’라는 글자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을 손자를 생각하면 할머니는 밖에서 일하고 있지만 마음은 어느덧 집에 가 있습니다.

새까만 산골의 밤 기용이는 홀로 밤을 지키며 일하러 간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문을 열고 집으로 오자 참았던 서러움에 울음이 터집니다. 할머니가 두부 만드는 걸 도울 정도로 의젓하지만 아직은 할머니의 품이 좋은 어린아이입니다.

기용이에게는 서울에 일하러 간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아빠 나무’가 있습니다. 기용이의 아빠는 일하느라 전화를 받기 어렵고, 몇 달에 한 번 볼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아빠는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기용이의 아빠는 서울에서 할머니의 집까지 혼자 오지 못해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아빠가 보고 싶을때면 ‘아빠 나무’를 대신 찾아갑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아빠가 보고 싶냐고 묻자 기용이는 고개를 가로로 흔들며 “아빠가 오기 전까지는 아빠 나무한테 다 맡길 거예요”라며 말을 돌립니다. 기용이는 오늘도 몰래 아빠를 향한 그리움은 ‘아빠 나무’에 털어놓고 아빠를 그리워하며 접은 꽃도 가져다 놓습니다.

아빠 나무를 떠나 집으로 돌아온 기용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할머니 품에 안겨 웃습니다. 할머니는 나무에라도 가슴 아픈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하는 기용이의 마른 등을 쓸어내리며 토닥여줍니다.

기용이네 가족은 단둘뿐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며 마음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과는 달리 경제 상황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할머니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제외하고 매번 생활이 빠듯합니다. 생활비를 제외하고 나면 기용이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는 어려워 할머니는 매번 본인의 능력이 없는 탓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할머니와 기용이가 안정적인 경제 상황에서 지낼 수 있게 힘을 모아주세요. 모아주신 후원금은 기용이네가 깨끗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사용될 예정입니다.

<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희망 캠페인입니다.4월부터 12월까지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이들의 꿈을 함께 응원합니다.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세요.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계좌 10279071164429(국민은행)■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전화 ☎ 02-1588-1940■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겨레 독자 후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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