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개별 계약” “단가 높이려” 맞서 비씨카드의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휴카드가 오는 6월부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22일 대한항공과 비씨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월 비씨카드에 대해 제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씨카드의 회원 은행들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는다는 방침”이라며 “각 은행에 계약 의사 여부를 통보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이에 대해 재계약을 하자는 입장이며, 은행들도 아직 대한항공의 개별 계약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비씨카드를 따돌리고 개별 회원 은행들과 제휴하겠다는 것은 마일리지 판매 단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그럴 경우 단가 인상의 부담이 모두 신용카드 회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현재 대한항공으로부터 1마일당 평균 12원 안팎의 돈을 주고 마일리지를 사들여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마일리지 구입량에 따라 단가가 달라지는 시스템으로 돼 있어 은행들이 개별 계약으로 소량을 구매할 경우 단가가 크게 올라가게 된다. 대한항공과 비씨카드의 계약은 오는 5월 말 만료 예정이다. 따라서 두 회사가 원만히 타협하지 못할 경우 6월부터 비씨카드 회원들은 스카이패스를 이용해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없게 된다. 다만 기존에 쌓아놓은 마일리지는 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비씨카드 스카이패스 회원은 33만여명이며, 매직패스 등 비슷한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 회원까지 포함하면 60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계약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마일리지 서비스를 둘러싼 두 회사의 오랜 갈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신용카드사에 제공하는 마일리지 단가를 40% 가량 인상하는 과정에서 비씨카드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신용카드 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여신전문금융업협회는 지난해 대한항공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마일리지 사용을 제한하고 등 부당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 놓은 상태다. 비씨카드는 대한항공 제휴 카드 회원들에게 신용판매 사용액 1500원 당 1마일을 적립해주는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비씨카드는 마일리지 구입을 위해 대한항공에 연간 250억원의 돈을 지불하고 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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