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직거래 ‘휴플레이스’‘뷰티 플렉스’ 속속
초저가 체인점 · 인터넷 쇼핑몰 틈 살아남기 화장품 전문점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만개를 헤아리며 화장품 유통경로에서 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 토종 화장품 브랜드들이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한 외국 브랜드들의 한국시장 공략에 버틸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힘이 컸다. 국내 화장품 시장규모는 연간 5조1천억원대로, 토종 브랜드가 3조4천억원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며 동네 전문점들에게 시련의 계절이 찾아왔다. 소비양극화로 백화점·방문판매 등을 중심으로 한 고가 시장과 초저가 체인점 시장에 주도권이 넘어간 데다, 인터넷 쇼핑몰·할인점 등 새 유통경로가 가격체계를 빠르게 무너뜨린 탓이다. 현재 동네 전문점 수는 8천여개로 줄었고,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기준으로 27.7%까지 떨어졌다. “풀뿌리 무너지면 함께 타격” 국내 화장품 제조업계는 유통망 재정비로 승부를 걸었다. 화장품 전문점 매출액이 32%를 차지하는 엘지생활건강 관계자는 “영세 전문점의 덤핑 물량이 인터넷 시장에 흘러들어, 동네 가게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며 “풀뿌리 유통경로가 무너지면 우리도 타격이란 생각에 개선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전문점 매출이 20%를 차지하는 태평양도 단기실적 감소를 감수하며 휴플레이스 점포 확대에 애쓰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달 말 1분기 실적발표 때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 늘었지만, 판매·관리비도 3.5% 증가해 영업이익이 0.8% 줄었다”며 “신규 휴플레이스 증가로 비용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비용 출혈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에 힘쓸 계획이다. 동네 화장품 가게들은 ‘복합 브랜드 매장’으로 변신하면서, 투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입점 브랜드 수를 15~20개 수준으로 대폭 줄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또 피부 테스트기를 도입하거나 매장에 네일샵을 추가하는 등 서비스와 매장 이미지 강화에도 애쓰고 있다. 당연히 군소 제조업체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다. 피부테스트 · 네일샵 서비스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는 420여개에 달하지만, 태평양이 9천억원대로 매출 1위를 달리고 엘지생활건강이 3천억원 안팎 매출로 2위, 초저가 브랜드인 미샤와 더페이스샵이 각각 1천억원대를 넘나들며 3~4위권을 달리는 등 업체간 차이가 크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한영아 연구위원은 “아직 안착단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직거래를 통한 비용합리화는 긍정적”이라며 “덤핑을 줄이고 가격 통제력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제조업체 주도의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유동적이다. 화장품 가게에 들른 김정은(27·회사원)씨는 “지난 몇년간 할인점에서 화장품을 테스트 해보고 구매는 인터넷에서 했다”며 “할인율과 적립률도 따져보고 서비스도 괜찮으면 단골가게가 있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