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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9 18:37 수정 : 2005.05.09 18:37

유통도 간판도 인테리어도 다 바꿔!

“일년 사이에 간판을 두번 바꿔 달았어요.”

서울 강서구 화곡3동에서 7년째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전용환(40)씨는 숨가빴던 지난 일년을 돌아봤다. 지난해 6월 아내와 함께 지었던 가게 이름 ‘천하일색’을 밀어냈다. 미샤·더페이스샵 등 초저가 화장품 체인점의 바람이 거셌기 때문이다.

“가맹비 부담이 커서 인지도가 좀 떨어지는 저가 브랜드 체인점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잘 나가는 브랜드 체인점이 금방 들어서서 타격이 심했어요.” 전씨는 지난달 중순 다시 간판을 바꿨다. 화장품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복합 브랜드 매장’으로 갈아탄 것이다. “가맹비는 없어요. 인테리어 비용과 재고·고객관리 포스시스템 도입 등 오히려 1500만원 상당을 지원받았지요. 대신 그쪽 브랜드 비중을 50% 정도 쑥 올렸습니다. 다음달엔 지원사쪽 점주교육도 가보려고요.”

화장품 가게들의 ‘변신’바람이 거세다. 특히 화장품 유통업계의 재래시장 격인 동네 전문점들이 대기업들과 손잡고 간판과 인테리어 등을 재정비하는 ‘분단장’에 대거 나서고 있다. 제조업체 주도로 유통구조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1·2위인 태평양의 ‘휴플레이스’와 엘지생활건강의 ‘뷰티 플렉스’가 대표적이다. 통일된 간판과 내부장식 때문에 얼핏 체인점처럼 보이지만, 1~2천만원선의 가맹비나 보증금이 없고 오히려 점포개선 비용 일부를 회사가 지원한다. 가게 주인들은 지원사쪽 브랜드 비중을 높이고, 대리점 대신 본사와 직거래한다.

선두주자격인 휴플레이스는 10일 500호점을 돌파할 예정이다. 태평양 관계자는 9일 “지난해 7월 이래 498개점이 문을 열었고, 10일중 2개가 추가로 문을 연다”고 밝혔다. 태평양은 연말까지 점포 개수가 600~700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뷰티플렉스 역시 지난해 9월 1호점을 열어 현재 140개를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250개점을 계획하고 있다.

제조업체와 손잡고 복합 브랜드매장 새 단장
본사 직거래 ‘휴플레이스’‘뷰티 플렉스’ 속속
초저가 체인점 · 인터넷 쇼핑몰 틈 살아남기

화장품 전문점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만개를 헤아리며 화장품 유통경로에서 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 토종 화장품 브랜드들이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한 외국 브랜드들의 한국시장 공략에 버틸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힘이 컸다. 국내 화장품 시장규모는 연간 5조1천억원대로, 토종 브랜드가 3조4천억원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며 동네 전문점들에게 시련의 계절이 찾아왔다. 소비양극화로 백화점·방문판매 등을 중심으로 한 고가 시장과 초저가 체인점 시장에 주도권이 넘어간 데다, 인터넷 쇼핑몰·할인점 등 새 유통경로가 가격체계를 빠르게 무너뜨린 탓이다. 현재 동네 전문점 수는 8천여개로 줄었고,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기준으로 27.7%까지 떨어졌다.

“풀뿌리 무너지면 함께 타격”

국내 화장품 제조업계는 유통망 재정비로 승부를 걸었다. 화장품 전문점 매출액이 32%를 차지하는 엘지생활건강 관계자는 “영세 전문점의 덤핑 물량이 인터넷 시장에 흘러들어, 동네 가게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며 “풀뿌리 유통경로가 무너지면 우리도 타격이란 생각에 개선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전문점 매출이 20%를 차지하는 태평양도 단기실적 감소를 감수하며 휴플레이스 점포 확대에 애쓰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달 말 1분기 실적발표 때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 늘었지만, 판매·관리비도 3.5% 증가해 영업이익이 0.8% 줄었다”며 “신규 휴플레이스 증가로 비용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비용 출혈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에 힘쓸 계획이다. 동네 화장품 가게들은 ‘복합 브랜드 매장’으로 변신하면서, 투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입점 브랜드 수를 15~20개 수준으로 대폭 줄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또 피부 테스트기를 도입하거나 매장에 네일샵을 추가하는 등 서비스와 매장 이미지 강화에도 애쓰고 있다. 당연히 군소 제조업체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다.

피부테스트 · 네일샵 서비스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는 420여개에 달하지만, 태평양이 9천억원대로 매출 1위를 달리고 엘지생활건강이 3천억원 안팎 매출로 2위, 초저가 브랜드인 미샤와 더페이스샵이 각각 1천억원대를 넘나들며 3~4위권을 달리는 등 업체간 차이가 크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한영아 연구위원은 “아직 안착단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직거래를 통한 비용합리화는 긍정적”이라며 “덤핑을 줄이고 가격 통제력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제조업체 주도의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유동적이다. 화장품 가게에 들른 김정은(27·회사원)씨는 “지난 몇년간 할인점에서 화장품을 테스트 해보고 구매는 인터넷에서 했다”며 “할인율과 적립률도 따져보고 서비스도 괜찮으면 단골가게가 있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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