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12 05:00
수정 : 2018.01.1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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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나눠 지고 나눠 갖자】
롯데리아·모스버거 등 6곳
원재료·임차료 인상 주요인
최저임금 탓 값 인상?
알고보니 ‘가맹점 보복용 인상’ 의혹도
“최저임금 때문에 올린 게 아닌데”
지목된 6개 외식업체들 되레 당혹
직영점체제로 바꾼 신선설농탕
첫 사업전략으로 가격인상 나서
KFC는 실적부진 만회하려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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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때문에 가격을 올린 게 아닌데, 당혹스럽다.” 지난 2일부터 햄버거 가격을 올린 모스버거 담당자의 말이다. 모스버거는 햄버거 단품 5개 가격을 200~400원 올렸다. “품질 향상 차원에서 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고기 패티를 30% 크게 늘렸다. 번(빵)도 더 촉촉하게 하는 등 제품 리뉴얼로 재료값이 늘어나 가격을 올린 것이다.”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모스버거는 햄버거 세트 메뉴 3개를 최대 1000원까지 내렸다. 모스버거 담당자는 “직영매장만 13개 운영하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하는 가맹점이 없어 다른 프랜차이즈처럼 최저임금이 직접적으로 타격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촉발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11일 <한겨레>가 지난해 11월부터 가격을 올린 외식업체 6곳을 전수조사 해보니, 모스버거, 죽이야기, 놀부부대찌개는 “가격 인상에 최저임금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나머지 롯데리아, 케이에프씨(KFC), 신선설농탕도 가격을 인상한 데는 인건비뿐만 아니라 임차료, 원재료 비용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외식업체 가격 인상은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감시가 필요하지만, 최저임금만 부각해 ‘낙인찍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1일부터 10개 제품의 가격을 500원 올린 ‘죽이야기’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죽이야기 관계자는 “다른 경쟁 업체보다 죽 가격이 500~1000원이 저렴하다”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처음엔 그렇게 했는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가격을 맞추자는 요구가 가맹점주로부터 나와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맹점 대부분이 매장 크기가 작아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보다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다. 솔직히 최저임금보다 임차료 부담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7년5개월 만에 7500원에서 7900원으로 400원(5.3%)을 올린 놀부부대찌개도 최저임금 영향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놀부 관계자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가맹점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모르는데 그것을 반영해 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그동안 누적됐던 임차료, 재료비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년 만에 햄버거·음료 등을 2.9~23.5%(100~400원) 올린 롯데리아도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롯데지알에스 관계자는 “소비자 반감 등 부작용도 있어서 최저임금 인상 하나로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며 “매장의 90%가 가맹점이다. 3년 동안 누적된 원재료·임차료·인건비 비용 상승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식업체는 그동안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자 가격 인상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치킨과 햄버거를 파는 케이에프씨는 원자재·인건비가 상승했다며 지난달 29일부터 햄버거 등 24개 제품에 대해 가격을 5.9% 올렸다. 케이에프씨는 지난해 6월 이미 6.8% 인상을 했고, 불과 6개월 만에 또다시 가격을 올린 것이다. 케이에프씨는 매장 208곳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해 가맹점주 부담도 없다. 회사의 실적 부진을 가격 인상으로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케이에프씨는 지난해 190억원의 적자가 났다. 케이에프씨 관계자는 “2년 전에 제품 가격을 많이 내려 회사 사정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회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신선설농탕의 가격 인상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계약 만료를 앞둔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매장을 본사에 넘기지 않는 가맹점에 대해 ‘보복 출점’ 의혹 등 갑질 논란이 있었다. 신선설농탕은 관리가 어려운 가맹점 사업을 중단하고 소비자들을 위해 직영점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는데, 첫 사업전략이 가격 인상인 셈이다. 신선설농탕은 임차료·인건비·재료비 인상 등을 이유로 설렁탕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4.3%(1000원)나 올렸다. 이에 대해 신선설농탕 관계자는 “지금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격을 올린 외식업체는 6곳에 불과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지금처럼 왜곡된 형태로 계속될 경우 자칫 업체들의 가격 인상 빌미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연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다. 최근 소비가 가치를 보는 ‘가심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틈타 우후죽순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들의 반감으로 경영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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