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7 15:18
수정 : 2019.01.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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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이천 햅쌀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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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명의 지리학
편의점, 자체브랜드에 지역명 넣어 인식 제고
수제맥주는 동네이름 앞세워 혼술족 겨냥
“원재료, 생산지역 무관한 지역명 앞세워
소비자 오인 땐 식품위생법 위반 여지”
스타벅스 ‘이천 햅쌀’ 음료 3주간 60만잔
‘건강 음료’ 이미지로 홍보 효과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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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이천 햅쌀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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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서 제품 이름에 지역명을 붙인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역 특산물이나 요리법을 앞세워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데다가, 해당 지역에서 매출 신장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편의점 업계에는 지역에서 유명한 요리법을 앞세운 제품이 많다. 특히 자체브랜드(PB) 가운데 매출 효자인 라면과 도시락 이름에 지역 유명음식이 자주 등장한다. 상품기획자들이 ‘지역맛’을 똑같이 구현했다는 점을 강조해 자체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2014년 ‘강릉교동반점 짬뽕’을 시작으로 ‘순창고추장찌개라면’, ‘부산어묵탕라면’ 등을 내놓았다. 씨유(CU)는 명절용 한정식 간편식 ‘횡성한우도시락’ 등을, 지에스(GS)25는 ‘유어스 제주해녀 해물맛 라면’ 등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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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브로이의 ‘강서 마일드 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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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에서는 동네 이름을 딴 맥주가 인기다. 강서지역에 생산공장을 둔 수제맥주 회사 세븐브로이는 2016년 혼술족을 겨냥해 ‘강서 맥주’를 출시했다. 소비자 호응이 좋자 ‘달서 에일’, ‘서초 위트’ 등도 내놨다. 일부 제품의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충성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씨유의 ‘강서맥주’는 강서구에서 서울 매출의 25%를 견인하고, ‘달서맥주’의 경우 달서구가 위치한 대구 지역의 점포당 매출이 서울 평균보다 65% 높다고 한다. 다만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아직 수제맥주 매출이 대부분 서울·경기 지역에서 일어나다 보니 지역 편중은 적은 편”이라고 했다.
다만 별다른 근거 없이 지역 이름을 앞세우다간 ‘허위 표시·광고 금지’ 규정에 저촉될 수도 있다. 식품위생법 등은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혼동시킬 우려가 있는’ 명칭 사용을 금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았거나 지역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지역 이름을 (명칭이나 광고에) 포함하는 경우 법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더부스의 ‘대동강 맥주’가 “대동강 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관 과정에서 제동걸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소비자 오인’을 야기할 정도가 아니라면 판매가 제한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명칭에 지역명을 앞세워, 이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원칙적으로 지명이 들어간 상표는 대개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널리 인식돼 그 자체로 식별력을 갖게 되면 독점적 사용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지역 특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제품 명칭으로도 표기해 ‘재미’를 본 식품업체로는 스타벅스가 있다. 2016·17년 내놓은 ‘문경 오미자 피지오’와 ‘공주 보늬밤 라떼’가 출시 3주 만에 각각 26만잔, 35만잔 판매된 데 이어 지난 1일 출시한 ‘이천 햅쌀’ 음료(라떼·프라푸치노)는 60만잔 팔렸다고 한다. 실제 이천에서 재배, 수확된 햅쌀로 지은 밥을 원료로 했다. ‘소비자 오인’의 여지 없이 ‘건강한 음료’라는 이미지를 챙겼다. 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지역 농가와 상생한다는 홍보 효과도 함께 거뒀다는 평가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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