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9 15:56
수정 : 2019.03.19 20:12
|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이마트24 노을점에서 열린 ‘맛보장 상품 품평회’에서 MD지원팀 김재윤 팀장(왼쪽 다섯번째)이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현소은 기자
|
12월부터 라면, 도시락 등 일부 PB상품
맛없으면 1차례 환불 서비스 진행중
소비자 피드백 상품 개발에 빠르게 반영
|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이마트24 노을점에서 열린 ‘맛보장 상품 품평회’에서 MD지원팀 김재윤 팀장(왼쪽 다섯번째)이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현소은 기자
|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이마트24 노을점, 프리랜서 김애리(27)씨 앞에 이마트24의 신제품 ‘쟌슨빌 소시지도시락’이 놓였다. 김씨는 스파게티, 치킨가라아게 등 5첩 반상을 시식한 끝에 “특색 있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평가지의 ‘밥과 반찬의 조화’ 항목에 3점(9점 만점)을 주고, ‘재구매의향’ 항목에도 같은 점수를 매겼다. 반면 ‘봄나물 비빔밥’에는 9점 만점을 줬다. “자취해서 나물을 해먹기 어려운데, 괜찮은 가격(4000원)에 신선한 채소를 두루 섭취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이마트24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이용자 등을 초청해 마련한 ‘맛보장 상품 품평회’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2월부터 ‘맛보장 서비스’(맛보장)를 운영하고 있다. 라면·김밥·샌드위치 등 자체브랜드(PB) 및 신세계 계열사 일부 상품을 맛없다고 평가하는 소비자에게는 본사가 환불해준다. 매달 열리는 품평회는 다음달 맛보장 목록에 오를 상품군에 대한 ‘사전 검증’ 성격을 띤다. 15명 안팎인 평가단의 평균 점수가 5점을 넘지 못하면 맛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에서 이런 환불 서비스는 처음이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화제몰이’로 소비자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이마트24 점포 수는 지난달 말 기준 3803개다. 1만3000개가 넘는 씨유(CU)·지에스(GS)25는 물론, 업계 3위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9500여개)에도 못미친다. 이런 한계를 마케팅으로 극복하려는 것이다. 행사 상품이 대부분 자체 브랜드인 만큼, PB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환불 비용보다 소비자로부터 얻는 피드백이 더 값지다는 계산도 있다. 두달 간 환불률이 높은 상품은 맛보장 대상에서 제외되고, 리뉴얼 때 재점검 대상이 된다. 실제 지난 1~2월 환불 요청이 집중됐던 초밥과 찌개 등 7개 제품은 이달부터 맛보장에서 제외됐다. 또 환불을 원하는 소비자가 ‘이마트24’ 모바일 앱에 남겨야 하는 제품 평가는 ‘팁’ 구실을 한다. 정재현 FF(Fresh Food·신선식품)팀 과장은 “‘일품한식반상’ 도시락은 반찬이 짜다는 평가가 많아서 염도를 낮췄고, 초밥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는 피드백을 받아 가격대를 낮춰 재출시할 예정”이라며 “소비자 반응을 바로 접수하기 때문에 제품에도 빠르게 반영되는 편”이라고 했다.
행사 첫달엔 이른바 ‘체리피커’(혜택만 골라쓰는 소비자)도 있었지만, 올초부터 환불 신청 횟수를 6차례로 제한하면서 많이 줄었다고 한다. 환불률은 지난 1~14일 0.2%로 행사 첫달 대비 3분의1 수준이다. 상품 개수가 확대된 데다가, 소비자 반응을 상품 개발에 반영한 결과로 이마트24는 보고 있다. 업계에선 이마트 PB인 ‘노브랜드’ 제품 철수로 인한 공백을 자체 PB 강화로 메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