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9 15:30
수정 : 2019.04.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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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한 이마트24 편의점이 영업 중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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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마켓연합회 이마트24 겨냥 성명
“점포 5000개 확장… 동네슈퍼 죽이기”
‘매년 점포 1000개 증가’ 목표 내걸어
자율협약에 발 묶이자 소매점 일부 전환
편의점에 경쟁력 못미치는 슈퍼 고사 우려
협약 직후 다른 편의점들도 점포수 순증
비슷한 갈등 계속 반복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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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한 이마트24 편의점이 영업 중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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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에 동시다발적 공격이 쏟아진다. 편의점 후발주자로서 공격적인 점포 확장 전략을 두고 주변 업계가 미리부터 강력히 견제하는 모양새다.
이마트24는 지난 5일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가 발표한 성명의 대상이 됐다. ‘코사마트’ 등 중소슈퍼마켓 점주들로 구성된 연합회는 성명에서 “출점제한 자율규약을 스스로 어기고, 이마트24가 연말까지 5000여개 편의점을 달성한다는 야심을 보이는 것은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을 저버리는 반인륜적인 처사”라며 “동네슈퍼 죽이기를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 성명은 이마트24가 올해 점포수를 1300여개 늘려 모두 5000개 점포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발표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7년 편의점 이름을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바꾸며 “그룹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래, 이마트24는 공공연히 ‘매년 점포수 1000개 확장’을 목표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신규출점 제한 자율규약이 시행되며 발이 묶이자, 경쟁사 우량 점포를 사들이거나 다른 소매점을 인수하는 등 다른 업체와 유사한 방식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 1~3월 170개 점포를 확장했는데, 경쟁사 브랜드 전환은 17.5% 수준이다. 나머지는 신규 출점이나 소매점 등을 전환한 점포다.
연합회는 ‘골목 상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기존 동네슈퍼만 있던 지역에 편의점이 들어서면, 동네슈퍼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합회 차원의 구매력·협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임원배 연합회 회장은 “이마트24 등이 자율규약을 어겼다는 구체적 사례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편의점 계약 기간이 5년인데다 쉽게 체인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동네슈퍼가 (주된) 인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마트24의 공격적 확장에 대한 견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엔 이마트24가 전남 목포에 ‘편의점 중심 주유소’를 선보이기로 하자 한국주유소협회가 “주유소 시장을 교란시키고 생계형 주유소들을 고사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4위인 이마트24 점포 수는 업계 양강인 씨유(CU)와 지에스(GS)25의 4분의1 정도 수준이지만, 최근 비교적 빠른 속도로 확장해온데다가 유통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에서 선제적인 견제가 속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합회 성명은 이마트24를 특정했지만, 다른 편의점업체들도 점포 확대를 목표로 비슷한 틈새 전략을 펼치고 있어 갈등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인 씨유(CU)는 지난 한 해 점포 666개를 늘렸는데, 자율협약 이후인 올 1분기엔 173개 점포를 추가 확장했다. 자율협약에도 점포 확장세는 여전한 것이다. 지에스(GS)25 역시 지난해 678개, 올해 1분기 153개의 점포를 늘렸다. 편의점 업계가 자율협약에 발이 묶여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네슈퍼 인수’가 관심 사안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마켓 점주가) 편의점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슈퍼마켓을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게 쉽지는 않다. 다만 편의점 예비창업자 입장에서는, 슈퍼마켓 자리(인수)를 안정적 창업의 방법중 하나로 볼 것”이라고 했다.
신민정 현소은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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