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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8 16:21 수정 : 2019.05.28 20:38

제일기획 임태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 제일기획 제공

임태진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일기획 임태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 제일기획 제공
잇단 가격 인상 한파로 소비자 지갑이 가벼워지던 올초,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세글자가 작은 훈풍을 일으켰다. ‘사딸라.’ 배우 김영철(66)씨가 버거킹 매장에서 햄버거 세트를 4달러에 달라고 고집하는 내용이다. 한치의 양보 없는 ‘사딸라’ 주문에, 주저하던 직원도 “그럼 4900원으로 하자”고 타협한다. 17년 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씨가 김두한 역을 맡아 미군에 ‘하이볼 전략’(극단적 제안으로 시작하는 협상)을 펼친 장면을 가져온 것이다.

지난해 말 ‘4900원’ 할인행사 콘셉트를 고민하던 임태진(45)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팀장)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딸라’ 지아이에프(GIF, 일명 ‘짤’)를 보고 이 광고를 기획했다. 다른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다소 높은 버거킹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사딸라 석자로 할인 내용은 전달할 수 있다고 봤다. 협상을 마친 김씨가 “오케이 땡큐”라며 마무리 짓는 장면까지 따왔다.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에 집중했어요. 사딸라는 티브이에 예전처럼 집중하지 않는 시청자 귀에 콕 ‘박히는’ 말이기도 하고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임 팀장이 말했다. 17년전 캐릭터가 고착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김씨에게는 뉴트로(복고 재해석) 열풍 등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이 광고로 김씨는 시니어 모델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임 팀장은 밀레니얼 세대를 목표로 한 광고 제작에 잇달아 참여했다. 지난해 말엔 가수 선미를 모델로 배달앱 ‘요기요’ 광고를 선보였다. 별다른 대사도 없지만, 선미가 광고에서 춘 춤과 배경음악이 화제를 모았다. “‘먹으면 즐겁다’는 메시지만 전달하면 충분하다고 봤어요. 주된 소비층인 20~30대가 얼굴 합성이나 춤 패러디로 변주할 가능성도 열어뒀고요.” 이 춤이 ‘인싸(인사이더) 댄스’로 입소문을 타자 요기요는 춤 경연대회를 열어 추가 광고를 제작했다.

업계에서는 임 팀장의 다채로운 경력을 ‘히트 광고’ 제작의 동력으로 꼽는다. 임 팀장은 물리학(학사)과 인터랙션 디자인(석사)을 전공했다. 음악 방송프로 연출(Floor Director) 경험도 있다. 광고계에는 2007년에야 입문했지만, 여러 분야를 거친 경험은 사안을 폭넓게 보는 자양분이 됐다. “국문학과부터 동물학과까지, 다양한 전공의 동료들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어주죠. 그 덕분에 눈높이를 광고주나 제작자보다는 소비자에 가깝게 맞춰볼 수 있고요.” 최근 업계를 휩쓸고 있는 뉴트로 열풍을 볼 때도 ‘소비자 중심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임 팀장은 힘줘 말했다. “익숙한 것도 재해석은 필요합니다. 우격다짐식으로 모방하다가는 메시지와 브랜드가 사라질 수 있으니까요.” 콘텐츠가 늘어나고, 티브이 이용이 줄어든 소비 풍토도 ‘창의적 접근’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6초’를 메시지 전달의 마지노선으로 꼽았다. “장황한 서사보다는 짧고 굵게 전달해야 해요. 소비자가 6초만 곁눈질로 잠깐 봐도 뭔지 알 수 있도록요.” ‘저스트 두 잇(Just do it·그냥 한번 해봐).’ 최근 임 팀장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된 ‘나이키’ 광고를 눈여겨 봤다. 이 브랜드는 30년 가까이 ‘저스트 두 잇’이라는 문구를 고수해왔다. 올초에는 진취적 여성상을 강조한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광고가 시대정신을 반영한 거죠.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광고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할 테고요.”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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