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인천의 한 작업실에서 패션크리에이터 최유리씨를 만났다. 그는 유튜브에서 ‘패션힐러 최유리’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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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표현하고 싶은 열망 컸죠”
작년 유튜브 ‘패션힐러 최유리’ 열어
‘명품 안 입고도 빛나는 법’ 등 소개
‘정체성 입는 법’ 다룬 책도 출간 그동안 보고, 사고, 입었던 수많은 직접 경험과 패션 채널·잡지로 얻은 간접 경험을 버무려 자신만의 이론도 만들었다. “학자가 되려고 오래 훈련했기 때문에 유사한 것들을 묶어서 이론을 만드는 건 익숙했어요. 이 장점을 발휘해서 ①반대 ②빼기·더하기 ③여백 ④색상 조화의 법칙을 만들었죠. 예컨대, 디테일이 많은 옷보다는 심플한 옷이, 여러 색이 배색된 옷보다는 단색 옷이 다양한 방식으로 조화시켜 입기 좋죠.” 동시에 실습도 했다. 학교 게시판에 ‘박사 논문 엎고 스타일링 도와드려요’라는 글을 올리고 신청자 열다섯 명에게 무료로 패션 컨설팅을 했다. 그러면서 ‘정체성을 입는 법’을 구체화했다. “사람들이 명품과 신상에 휩쓸리는 이유는 자기가 누군지, 정체성을 몰라서 그래요. 저는 쇼핑을 가기 전에 스스로 정체성을 규정하도록 해요. ‘무엇이 당신을 화나게 하는지’, ‘3개월 안에 죽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거죠. 저도 이런 질문을 통해 ‘조용한 말괄량이’라는 제 정체성을 찾았거든요. 자기 욕망과 정체성을 옷으로 정확히 표현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어요.” 이런 시도를 종합해 그는 책 <오늘 뭐 입지?>(2017·새잎)와 오디오북 <박사 논문 엎고 스타일링>(2019·팟빵)을 펴냈다. 이달 셋째 주 책 <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가제·흐름출판)를 출간한다. 2018년 4월부터 유튜브에서 ‘패션힐러 최유리’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영상은 제목부터 다른 패션채널과 구별된다. 유명 스타일리스트의 채널이 ‘명품 매장 털기’, ‘2019 에스에스(S·S) 컬렉션 신상 뽀개기’를 다룬다면, 그의 채널 ‘패션힐러 최유리’는 ‘명품 안 입고도 빛나는 법’, ‘화이트 티셔츠 스마트하게 입는 법’, ‘패션 잡지 스마트하게 보는 법’을 다루는 식이다. 그는 이 영상을 통해 자신이 ‘어떤 옷’을 사는지가 아니라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옷을 사는지를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거식과 폭식 사이에 건강한 식생활이 있듯이, 쇼핑 중독과 극단적 미니멀리즘 사이에 건강한 의생활이 있어요. 명품이나 인싸템(유행하는 옷)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자기 자신에 집중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누리세요. 정체성을 입었을 때 옷은 좋은 소통의 수단이 됩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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