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7 11:48
수정 : 2005.01.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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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는 2003년 중반 마티즈를 스파크란 이름으로 중국 시장에 본격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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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마티즈 베낀 체리자동차 제소…부품 호환 가능, “유례 없는 일”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브레이크 없는 모방 행렬이 철퇴를 맞을까? 최근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GM대우)가 마티즈 지적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중국 체리자동차를 상대로 불공정 경쟁 방지법 소송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이 문제가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GM대우는 체리사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디자인 특허들에 대한 무효 신청서도 관련 당국에 제출했다. 더 이상 체리사의 마티즈 모방을 두고 보지 못하겠다며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GM대우가 체리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까지는 사실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그 전까지만 해도 GM대우가 중국 시장에 마티즈를 선보이지 않았기에 체리사의 유사 모델인 QQ의 존재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터였다. 그러다 GM대우는 2003년 4월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QQ의 존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게 됐다.
외국 기업들, 번번이 패소
하지만 그렇다고 GM대우가 당장 소송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중국 업체들의 무분별한 모방 움직임에 대해 중국 법원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다른 외국 자동차사들은 번번이 패소하곤 했다.
실제로 혼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중국 자동차회사를 대상으로 상표나 디자인 관련 지적 재산권 침해소송을 제기했지만 승소를 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중국의 길리자동차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소송을 냈던 도요타는 2003년 11월 패소했다. 당시 베이징 소재 법원은 판결문에서 길리의 상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도요타 상표와 구분 가능하다며 길리 자동차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중국 법원의 판결은 로고 도용 혐의를 주장하며 길리차를 상대로 17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도요타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뿐이 아니다. 중국의 국영 기업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마치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으로 비쳐져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감도 있었다. 자칫 패소라도 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체리사가 상하이 소재 국영기업으로 정부의 손길이 미치고 있어, 이러한 소송에서 승소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설사 법원이 GM대우의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마땅히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따라서 소송이 늦춰지는 것은 당연한 노릇인 셈. 실제로 2003년 이미 QQ의 존재를 인지하고도 그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랍 레겟 GM 아태 지역 홍보&대외협력 본부장은 “QQ와 마티즈가 어느 정도 유사한지를 결정하기 위한 광범위한 분석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GM대우로서는 중국 자동차 메이커와의 소송에 조심스럽게 대처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GM대우는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모방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거를 확보하는 한편, 체리사와의 조정을 통해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려 했다. 수집한 자료들을 중국 정부와 체리사에 보내 체리사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GM대우가 불법 복제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체리사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말레이시아 등지로 수출을 서두르자 GM대우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랍 레겟 본부장은 “QQ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통한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수 GM대우 부장도 “그동안 중국법에 호소한 적이 없었다”며 “중국 정부 역시 체리사가 아무 반응이 없자 법적 과정을 거치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갔다는 얘기다.
마티즈의 중국 내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체리사의 움직임이 GM대우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GM대우는지난 2003년 6월 처음 마티즈 현지 조립생산을 시작한 이래 1만2천대 정도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반면 체리사의 QQ는 마티즈보다 6개월 정도 먼저 출시돼 6만~7만대 정도가 팔려 나갔다. 동일한 디자인의 ‘짝퉁’인 데다 가격도 마티즈보다 미화로 1천달러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마티즈와의 경쟁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때문에 GM대우 입장에서는 QQ의 매출이 마티즈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한 노릇이다. 게다가 체리사가 QQ를 동남아 등지에 본격적으로 수출할 경우 GM대우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는 점도 GM대우를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번 소송에서 GM대우가 체리사를 상대로 얼마만큼의 보상액을 요구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랍 레겟 본부장은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에 수억달러의 투자비가 들어갔다”며 “기술가치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990002%% QQ가 디자인뿐만 아니라 부품을 호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심해졌다. 랍 레겟 본부장은 “강력한 증거가 없었다면 이런 소송을 제기하지도 않았다”며 “자동차 내외부 장치들 가운데 상당수가 마티즈와 호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전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경쟁사의 모델을 이처럼 유사하게 모방한 회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입증 쉽지 않아 힘겨운 싸움될 듯
그럼에도 GM대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리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모방이 성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지적 재산권은 명목상으로만 보호를 받고 있을 뿐 실제로 법정에서 인정받은 경우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스케치 단계에서 양산까지 보통 3~4년이 걸리는 자동차업계 특성상 법원조차 누가 누구를 모방했는지를 쉽게 구별할 수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한편 체리사 관계자는 “체리사는 국제 규정에 따라 QQ를 디자인했다”고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제 GM대우와 체리사는 마티즈 모델의 모방 문제를 둘러싸고 법정에 서게 됐다. 그동안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모방으로 피해를 본 도요타, 닛산, 혼다, 폭스바겐 등도 이번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2년 동안 체리사와의 소송을 착실하게 준비해 온 GM대우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거리다. 류현기 기자 hector@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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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자동차도 모방의혹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디자인 모방 논쟁은 낯설지 않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의 야심작 NF쏘나타가 출시되자마자 “벤치마킹이냐? 모방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한차례 불붙은 바 있다. 아우디 A6와 혼다 어코드를 섞어놓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여기저기서 돌아다니기도 했다. 기아차가 내놓은 스포티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혼다의 SUV인 CR-V와 닮았다는 얘기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세단 디자인은 과거와 달리 트렌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자동차들이 주는 느낌이 서로 비슷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디자이너들을 각종 모터쇼에 보내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힘쓰고 있음을 강조하며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사들의 차종을 분석하기 때문에 비슷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디자인 개발 시작 단계부터 세계적인 명차들을 벤치마킹하는 탓에 ‘모방’의 유혹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자동차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외제차에 대한 부분적인 모방은 으레 있는 일이라는 얘기도 떠돈다. 설령, 있는 그대로 모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감을 얻어오다 보면 자칫 결과적으로 비슷한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30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기아차 오피러스의 경우, 출시를 앞두고 자동차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재규어 S타입과 그릴이 너무 흡사해 “모델을 좀 더 바꿔야 하지 않느냐”라는 지적이 나왔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기아차의 쏘렌토 역시 도요타 RX300과 흡사해 일각에서는 “렉서스를 살 능력이 없으면 쏘렌토를 사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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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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