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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4 15:30 수정 : 2005.01.14 15:30

2004년 말 개통된 17번 아우토반. 이 도로는 동독 지역의 드레스덴으로부터 체코의 프라하로 이어진다. EPA \



올 들어 12톤 이상 화물차에 통행세 물려…위성추적장치로 운영, 효용성 논란

자동차의 나라 ‘독일’ 하면 곧장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고속도로, 이른바 ‘아우토반’이다. 시원하게 뚫린 아우토반은 전국 곳곳을 촘촘히 엮어준다. 성능 좋은 자동차를 몰며 시속 200킬로가 넘는 짜릿한 속도감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것도 아우토반이 안겨주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아우토반의 유명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즐거움을 누리는 데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별도의 통행요금을 내지 않는다. 독일 정부가 국가 기간시설에 들어가는 돈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탓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우토반의 매력도 조금씩 시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도로 건설 및 수리비용을 견디다 못한 정부가 ‘아우토반=공짜’라는 등식을 깨고 나섰기 때문이다. 2005년 새해 첫날, 드디어 독일 아우토반에도 자그마한 변화가 일어났다. 오랜 논란 끝에, 아우토반을 운행하는 화물차에 대해 일정 수준의 통행요금을 물리는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된 것이다. 잔뜩 짐을 실은 화물차로 인해 아우토반 곳곳이 파손됨에 따라 이를 수리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게 이유다. 2005년 1월1일부터 아우토반을 운행하는 총 중량 12톤 이상의 화물차는 배출가스 등 등급에 따라 킬로미터당 9~14센트씩, 평균 12.4센트의 통행요금을 내야 한다. 앞으로 독일 정부는 연간 30억유로의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제도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한 24억유로 정도가 해마다 도로 건설 및 수리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익숙했던 전통이 깨진 탓에, 시행 첫날엔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적발된 위반 차량은 10% 정도. 이 가운데 70% 정도는 독일 아우토반을 이용한 외국 화물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정부는 당초 예상했던 비율보다 낮다며 별다른 혼란 없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거둬들인 통행요금 수입은 모두 100만유로에 이른다.

하지만 위성추적장치에 의해 운영되는 이 제도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은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화물차는 운전석에 위성추적장치(OBU)를 설치한 채 운행해야 한다. 현재 100만여대에 이르는 화물차 가운데 31만5천대만이 이 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장치를 갖추지 않은 화물차는 대신 전국 3700여곳의 주유소나 국경 검문소 등에 설치된 기계를 이용하거나, 인터넷 등을 이용해 통행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각 주유소 등지에선 통행요금을 내느라 화물차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어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위성추적장치 등의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진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이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도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야 했다. 처음으로 이 제도 도입이 결정된 건 2001년. 당초 2003년부터 시행되기로 한 이 제도는 준비 부족으로 몇 차례 연기됐다. 특히 이 제도의 운영을 맡은 도이치텔레컴과 다임러크라이슬러를 비롯한 컨소시엄은 약속했던 기일 내에 제도를 선보이지 못함에 따라 독일 정부에 6조4천억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물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엔 기다리다 못한 독일 교통부 장관이 이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가, 총리가 직접 나서 뒤늦게 무마하는 일도 있었다.

어쨌든 자동차의 나라를 상징하는 아우토반의 명성도 화물차 통행요금 제도의 도입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물론 독일산업연맹(BDI)이 최대 수출 히트상품이 될 것으로 자랑하고 있는 이 통행요금 징수 시스템이 계획대로 잘 운영될 경우, 여기서 거둬들인 막대한 수익은 고스란히 도로 건설 및 수리에 들어가 독일 아우토반에게 더욱 큰 과실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Hannes B. Mosler/ 객원기자 mino@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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