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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4 15:32 수정 : 2005.01.14 15:32



또 한 해가 시작돼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은 40대 세 친구는 각각 걱정이 앞섰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아이들 공부도 계속 시켜야 하는데 자신들의 노후는 암담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식들이 자신들의 노후를 책임져 주지 않을 텐데, 앞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제껏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이들은 올해 당장이라도 노후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각자의 상황도, 현재의 소득 수준도, 지금의 소득이 유지되는 기간도 모두 달랐다. 옆 친구의 연금 상품을 ‘커닝’해 봐야 별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각기 상황이 다른 이 세 친구들은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할까.

달랑 종신보험 하나뿐인 조씨 - 연금으로 전환, 부족분만 연금보험 가입

개인택시 운전을 하는 조상훈(가명·45)씨는 라디오를 듣다 심란해졌다.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 수명이 73살, 여자는 80살이 넘는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65살까지 운전을 할 계획이므로, 그때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뒤 적어도 10년, 길면 20년 정도를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 국민연금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

다행히 결혼을 일찍 한 덕에 두 아이의 공부는 앞으로 2~3년이면 모두 끝난다. 하지만 이제껏 아이들 학자금 마련만으로도 숨이 차, 따로 모아둔 쌈짓돈도 하나 없다. 혹시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가입한 종신보험만 한 개만 달랑 있을 뿐이다.

조씨는 당장 연금 상품에 대해 알아보았다. 조씨와 같은 경우에 고려할 만한 연금 상품으로는 은행의 연금신탁과 생명보험사의 연금보험이 있었다. 현재의 수익률로만 비교한다면 연금신탁이 연금보험보다 좋아 보였다. 연금신탁의 수익률이 평균 1%포인트 이상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돈을 굴리는 연금 상품의 특성 때문에 연금보험이 더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복리효과 때문이다. 서병남 인스밸리 대표는 “연금보험은 가입 초기엔 사업비부분으로 인해 수익률이 조금 떨어지지만, 연금신탁과 달리 복리로 계산을 하기 때문에 10년 이상 넘어가면 수익률은 역전된다”고 말한다. 단리와 복리의 차이는 대개 10년이 넘어섰을 때 나타난다. 연금 상품은 보통 10년 이상 예치한 뒤 20년 이상 뒤에 찾는 경우가 많아 복리효과가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금신탁은 10년, 15년 등 기간을 정해놓고 연금을 지급받는다. 반면 연금보험은 확정형도 있지만 종신형이 있어 남은 여생 동안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갈수록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기왕이면 종신형으로 연금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한다.

조씨는 이런 비교 뒤 연금보험에 가입하기로 마음먹고 보험설계사를 찾았다. 그런데 뜻밖의 덤을 하나 얻었다. 조씨가 가입한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하면 해약환급금만큼이 연금으로 지급될 수 있었다.

결국 조씨는 부족한 금액만큼만 연금보험을 들기로 했다. 조씨가 택한 연금보험의 보험료는 월 30만원. 수익률 연 4.6%로 계산할 때 10년 동안 납입한 뒤 65살부터 연금을 받을 경우, 죽을 때까지 한 달에 43만원씩 받는다. 하지만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할 때 받을 수 있는 20만원에 국민연금까지 합치면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씨는 뿌듯한 마음에 친구인 김민호(가명·45)씨에게도 자랑을 했다.

보험 하나 들어놓지 않은 김씨 - 일단 종신보험 가입뒤 연금 전환

하지만 김씨는 조씨와는 사정이 달랐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씨는 결혼을 조금 늦게 한 까닭에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닌다. 게다가 정신없이 살다 보니 보험 하나 변변히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늦어지면 노후계획은 아예 세우지 못할 것 같아, 조씨를 따라 연금보험을 가입하려 했다.

그러나 같은 보험설계사가 김씨에겐 종신보험을 권했다. “김 선생님 경우엔 노후도 중요하지만 질병이나 사고라도 닥치면 모든 식구가 난감해집니다. 아이들이 공부할 기간도 많이 남았고요.” 설계사는 일단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일정한 연령에 연금으로 전환하라고 권했다. 위험과 노후를 함께 대비하라는 것이다.

김씨는 처음 얘기를 듣고 썩 내키지가 않았다.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할 땐 연금보험으로 가입할 때보다 연금액이 적기 때문이다. 역시 연 4.6%로 계산할 때, 10년 동안 월 30만원씩 연금보험을 낸 뒤 65살부터 연금을 종신형으로 받으면 한 달에 43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종신보험으로 비슷한 금액을 낸 뒤 연금으로 전환하면 한 달에 20만원밖에 받을 수 없었다. 김씨가 나이가 꽤 든 데다, 사망했을 때 5천만원을 받는 보장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설계사의 이야기가 옳은 것 같았다. 고민 끝에 김씨는 종신보험료를 조금 더 내서 노후 보장을 늘리는 것을 택했다. 한 달에 34만원 정도로 보험료를 올려보니 사망 보험금도 8천만원, 한 달에 받는 연금도 28만원으로 늘었다. 김씨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보험료를 좀 더 올려 연금액을 늘릴까 저울질하고 있다.

목돈 있지만 정년 짧은 박씨 - 변액유니버설보험 가입, 여윳돈 예치

조씨와 김씨의 친구인 박형진(가명·45)씨는 이들보다는 형편이 넉넉한 편이다. 벤처기업 이사를 하고 있어 월급도 또래보다는 많다. 하지만 앞으로 2~3년 뒤면 회사를 나와야 할 것 같아, 친구들처럼 10년 동안 보험료를 내는 것은 어렵게 느껴졌다. 그 안에 여윳돈이 조금 있을 때 노후대책을 세우고 싶은 게 박씨의 생각이다.

박씨 역시 같은 설계사에게 의뢰를 했다. 그랬더니 박씨에겐 변액유니버설보험을 권했다. “2년 동안 여윳돈이 있을 때마다 충분히 예치를 해놓고, 10년 쯤 후부터 필요할 때마다 그냥 찾아 쓰세요. 연금전환을 할 필요도 없고요.” 변액유니버설보험은 2년만 여윳돈을 넣어두면 그 후엔 아예 돈을 넣지 않아도 계속 유지가 돼, 박씨에게 적당하다고 했다.

특히 이 방법이 수익률에선 더 좋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이 연금으로 지급될 때에는 일정한 금액을 연금으로 쪼개 지급받는다. 하지만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생활비를 빼 쓰는 동안에도 나머지 돈에는 계속 복리 이자가 붙어, 예치금은 계속 불어나는 셈이 된다. 물론 펀드 운용에 따라 원금이 손실될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펀드가 얼마나 수익률을 내느냐에 따라 만기액이 크게 좌우되는 데다 지금은 얼마나 나올지 가늠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는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면 수익률도 웬만큼 유지된다는 말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이처럼 동갑내기 40대들이라 하더라도 몸에 맞는 노후 대비책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노후 계획에도 ‘묻지마 투자’는 답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김윤지 기자 yzkim@economy21.co.kr


* 연금상품 가입때 유의할 점

연금 상품에 가입할 땐 꼼꼼하게 살펴볼 부분이 많다. 연금수령 방법에서부터 전환방법, 가입액 등을 직접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종신보험 가입자가 연금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엔 연금수령 시기 1년 전에 전환신청을 하면 된다. 연금수령은 45살 이후 어느 때부터든 가능하다. 단, 연금전환을 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종신보험은 해지되기 때문에 종신보험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를 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특히 연금전환을 할 때에도 사망보험금 부분인 주계약 부분만 전환을 하고 특약은 유지하는 게 좋다. 나이가 든 뒤에도 질병이나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계약만 연금으로 전환하고 특약은 살려두면 사망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아도 치료비는 보장받는다. 하지만 보험회사에 따라 일부 회사에서는 이렇게 주계약만 연금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기왕에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에는 연금전환은 가능한지, 또 주계약만 전환하고 특약은 계속 유지하는 게 가능한지도 함께 점검해 보는 게 좋다.

연금형태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확정지급형보다는 종신지급형을 택하는 게 좋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어 연금 지급기간은 가능한 길게 잡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지급 시기를 65살 이후로 미뤘을 때에는 받는 기간을 따져보는 게 좋다. 10년형, 15년형으로 지급받으면 종신으로 받을 때보다 한 달 연금액이 조금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가입회사를 고를 땐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건전성을 먼저 살펴야 한다. 15~20년 뒤에 연금을 지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건실할 수 있는 곳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연금 가입을 할 때 제시받은 연금 예상액대로 꼭 연금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수익률이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계산한 예상액이기 때문이다. 만약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진다면 연금 수령액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90년대 중반에 연금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들의 실제 연금 수령액은 예상액보다 크게 떨어졌다. 가입 당시엔 연 7~8%의 수익률로 연금 예상액을 계산했지만, 현재 수익률이 연 4%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금 상품은 복리 계산을 하기 때문에 후반부에 수익률이 떨어지면 만기액에 큰 차이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수익률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연금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기간을 늘려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20살인 사람이 40년 동안 1만원씩 납입하는 것과 40살인 사람이 20년 동안 2만원씩 납입하는 것은 가입금액으로는 똑같다. 하지만 연금 수령액은 앞의 경우가 훨씬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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