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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30 20:42 수정 : 2012.12.30 20:42

이강국의 경제산책

2030 세대의 야당 지지에도 불구하고, 숫자가 늘어난 5060 세대의 압도적 지지로 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세대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진보의 집권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과 함께, 청년세대와 50대 이상 세대 사이의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일부 젊은이들은 보편적 복지를 반대한 노인층의 지하철 무임승차나 노령연금의 폐지를 주장한다.

선진국에서 세대간의 경제적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65살 이상의 66%가 사회보장과 노인의료보장제도를 보호하는 것이 재정적자 축소보다 중요하다고 대답했지만, 30살 이하는 그 반대였다. 초고령사회 일본은 노인복지 부담에 청년층의 허리가 휘어서 ‘사회복지의 아동학대 사회’라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20대의 88만원 세대가 기성세대에 기회를 뺏겨 고통받고 있으니 짱돌을 들라는 책이 화제였다.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정부지출을 늘리자는 여당의 주장을 보고 그런 걱정이 더 커졌다. 이른바 ‘리카도 항등성 정리’에 따르면, 정부가 빚을 내서 재정지출을 늘리면 사람들이 미래의 세금인상을 예상해 소비를 줄여 정책효과가 약화된다. 이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사람들이 정말 이기적이면 자식세대에게 갈 세부담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랏빚의 짐을 미래세대가 진다면 세대간 경제전쟁 운운할 만도 하다.

그러나 세대차이의 정치학을 이유로 세대갈등의 경제학을 과장해선 안 된다. 박정희에 대한 향수와 안보에 대한 과민, 또는 지역주의 등 5060 세대가 여당을 지지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들의 삶 역시 가난하고 힘에 겹다. 노인 빈곤율은 절반에 이르러 다른 세대보다 4배나 높으며, 이미 선진국 1위인 자살자 중에서는 28%가 노인이다. 엄청난 투표율을 기록한 50대는 곧 직장에서 밀려날 운명이지만 47%가 비정규직으로 다른 세대보다 고용의 질이 낮으며 임금도 40대보다 낮다. 이미 퇴직한 많은 이들도 영세한 가게 하나로 근근이 살아간다. 빚내서 산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다 키워놓은 자식은 취직도 어려운데, 앞으로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이 세대는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진보진영의 패배는 이 불안을 해소하는 믿음을 주지 못한 탓이다. 사회정책과 노인복지에서 더욱 적극적이었지만 이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말로만 민생을 외친 여당에 표를 뺏기고 말았다. 저소득층과 저학력계층의 여당 지지도가 더욱 높다는 사실은 진보한테는 아픈 현실이다.

청년실업에 시달리고 ‘알바’로 연명하는 청년층과 그들의 부모나, 살림살이가 똑같이 힘겨운 것은 역시 소수 기득권층에 부가 집중되는 경제구조의 탓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대간의 갈등을 걱정하기 전에 먼저 부자와 빈자 사이의 소득재분배를 외쳐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해 부모·자식 세대 모두가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경제에서 세대간의 이타주의가 꽃피는 법이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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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이강국·류동민 교수의 ‘경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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