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끝난 제2차 한-일 양자협의

19일 제네바서 6시간 협상 뒤 입장 차 확인
정해관 한국 대표 “3차 협의 가능성 있지만
‘협의를 위한 협의’는 하지 않을 것”
산업부 “패널 설치 요청 등 검토하겠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처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중인 한-일 통상당국이 진행한 두번째 양자협의도 빈손으로 끝났다. 본격적인 재판 절차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차 양자협의는 지난달 11일 열린 1차 때와 같이 한국 쪽은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일본 쪽은 구로다 준이치로 경제산업성 통상기구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산업부는 20일(한국시각) 보도자료를 내어 “우리는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는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무역제한조치로 더블유티오 협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수출통제제도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조속히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해관 협력관은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국은 그간 두차례에 걸쳐서 6시간씩 집중 협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조치와 입장에 대해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평가하기에 양측의 기존 입장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정 협력관은 “3차 양자협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 된다. 협의를 위한 협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통상기구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수출규제는)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세계무역기구 (협정) 위반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며 “두번째 협의로 서로 이해는 깊어졌지만 일·한 어느 쪽도 종래 주장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제한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며 더블유티오에 제소했다. 본격 패널 심리에 앞서 이뤄지는 양자협의가 결렬되면 제소국은 더블유티오 분쟁해결기구에 패널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통상전문가들로 구성되는 패널 심리가 3~9개월 동안 진행된 뒤 분쟁해결기구의 권고·결정이 나면 패소국은 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상소를 제기하면 재판은 3년 이상 길어질 수 있다. 구로다 부장은 “앞으로 진행 방식은 협의를 요청한 한국이 검토할 것이다. 일본은 세번째 협의 요청이 있으면 검토하겠으며 한국이 패널 설치(제소)를 원하면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패널 절차를 포함한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은형 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