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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3 19:01 수정 : 2019.12.24 02:33

대졸자 서비스·판매·단순노무 종사
2000년 1월 22.6%에서 꾸준히 늘어

올 3월 처음 30% 웃돌고 9월엔 30.5%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고령화 영향도

대졸 취업자 중 눈높이를 낮춰 직업을 선택한 ‘하향취업률’이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열된 교육투자로 쏟아지는 고학력 노동자를 흡수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또 하향 취업자 10명 중 8~9명은 1~2년 뒤에도 그 상태에 머물러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한국은행 조사국의 오삼일 과장과 강달현 조사역이 낸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를 보면, 대졸자의 하향취업률은 2000년 1월 22.6%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 3월 처음 30%를 웃돌았고 지난 9월에는 30.5%로 집계됐다. 외국의 최근 연구자료들을 보면, 미국의 경우 하향취업 비중이 약 40%(1983~2013년)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고학력일수록 직업 불일치에 의한 실업이 증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한은 연구에서는 대졸 취업자가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직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적정취업, 그 외의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하향취업으로 분류했다. 하향취업자의 직업은 서비스 및 판매(57%)가 가장 많았고 단순노무도 12%에 달했다.

하향취업률은 금융위기 당시 급증한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대졸자 증가를 고학력 일자리 증가가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2018년 사이 대졸자는 연평균 4.3% 늘어난 반면,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0년 1월 기준으로 보면 대졸자(663만명)와 적정 일자리 수(631만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올해(9월)는 대졸자 1512만명과 적정 일자리 수 1080만개로 크게 벌어졌다. 고령화도 영향을 줬다. 은퇴 뒤 새 일자리를 찾는 장년층의 하향취업률은 35%로 청년(29.5%)과 중년(23.5%)보다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29.3%)이 여성(18.9%)보다 높았다. 대학 전공별로 보면 자연계열(30.6%), 예체능(29.6%) 차례로 높았고 직업 연계성이 높은 의약(6.6%), 사범계열(10.0%)은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향취업자 중 85.6%는 1년 뒤에도 그 상태에 머물고 4.6%만 적정 취업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과 3년 뒤 전환율도 8.0%, 11.1%에 그쳐 일자리 사다리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2년 뒤에 하향취업을 유지할 확률은 2001년 74.3%에서 2017년 87.5%로 높아져 하향취업이 점차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하향취업자의 평균임금(177만원, 2004~2018년)은 적정취업자(284만원)보다 38%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적정취업을 한 경험이 있는 대졸 취업자로 한정하면 하향취업으로 임금이 36% 낮아졌다.

하향취업의 증가는 학력 과잉에 따른 교육투자와 인적자본 활용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결국 생산성 둔화를 초래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오삼일 한은 과장은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하고 직업간 원활한 노동 이동을 유도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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