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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6 09:00 수정 : 2020.01.06 09:13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배민(배달의 민족)’ 인수, 어떻게 보시나요?” 2019년 12월18일 서울 마포 공덕동에 있는 닭볶음탕 가게 사장님 부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닷새 전 배민은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고 밝혔는데요. 40억달러(4조7500억원)에 이르는 ‘빅딜’로, 아시아나항공 매각가(2조5000억원) 두 배에 이르는 규모였거든요.

사장님 부부는 이런 것보다 수수료를 걱정하셨습니다. 두 분은 배민뿐만 아니라 ‘요기요’와 ‘배달통’ 같은 배달앱(애플리케이션)에도 수수료를 내고 있었습니다. 배민은 배달 수수료 3.3%를 받고, 배달앱 광고료로 매달 8만8천원을 요구합니다. 요기요는 광고비가 없는 대신 수수료 12.5%를 거둬들입니다. 배달통은 광고비 1만~7만원, 중개수수료 2.5%를 받습니다.

수수료를 적게 받으면 광고비를 많이 받거나, 수수료를 많이 받으면 광고비를 적게 받는 식인데요.

사장님 부부는 배달앱 수수료로 한 달에 100만원씩 나간다고 하더군요. 두 분은 “앞으로 배달앱업체가 단합해 수수료와 광고를 같이 올릴 것 같다”며 걱정했습니다.

배달앱으로 ‘콜’을 받아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라이더는 보통 건당 수수료로 3천원 안팎을 받습니다. 이들 역시 “앞으로 배달료를 내리면 어떡하냐”고 걱정했습니다.

현재 ‘배민 인수’ 논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우리나라 1등 배달앱 기업이 독일에 팔려 민족 감정을 건드리고 있는 건데요. 배민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며 철가방을 들고 고구려 벽화 안을 내달리는 TV광고로 참신한 인상을 남겼기에 더 그런 듯합니다. 이런 이유로 ‘게르만 민족’ ‘배다른 민족’ 같은 패러디가 나왔습니다. 또 다른 이슈는 독과점 논란입니다. 현재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배민이 55%, 요기요 33%, 배달통이 10%입니다. 앞으로는 배달앱 시장 대부분을 DH가 독식하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수수료 민족’이 될 거라는 패러디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두 개 이슈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재미없지만 원론적인 얘기를 해볼게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얘기입니다. 포터 교수는 1979년 산업구조분석을 얘기하며 ‘5가지 경쟁요인’(5 Force models)을 내놓았습니다. 다섯 가지 가운데 최근 기업 경영에서 부쩍 중요하게 등장한 요인은 ‘협상력’입니다.

배달앱 시장을 독과점한 기업은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커진 협상력으로 자영업자에겐 수수료를 올리고, 라이더에겐 배달료를 내리고, 소비자에겐 쿠폰 같은 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을 시나브로 진행할 겁니다. 왜일까요? DH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된 기업입니다.

수익을 극대화해 주주와 투자자에게 배당해야 하는 게 모회사 경영진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DH의 1년 영업이익이 9천억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은 ‘가난한 배달의 민족’ 영토에 사는 자영업자, 소비자, 라이더의 푼돈을 모아, 게르만 민족 대주주에게 바치는 방식으로 바뀔 듯합니다. 게르만 민족 대이동으로 로마는 망하고 농민→귀족→왕으로 상납하는 중세 봉건제가 정착됐죠. 배달앱 시장에서 그런 봉건제가 나올지 걱정해 봐야 할 때입니다.

정혁준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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