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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6 16:55 수정 : 2020.01.06 17:24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시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충청북도 충주의 한국자활연수원에서 열린 ‘2019 사회적 경제 활동가 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충주/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기고] 정부의 사회적 경제정책 평가 및 개선방안
현장에서의 긍정적 변화 불구 풀어야 할 숙제 여전
통합지원 위해 사회적경제민간위원회 설치 바람직
제도금융의 대출 늘었지만 연대기반 금융은 위축돼
지방의 적극성 아쉬워, 중앙-지방-민간 거버넌스 시급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 절실, 총선과 개원국회에 기대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시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충청북도 충주의 한국자활연수원에서 열린 ‘2019 사회적 경제 활동가 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충주/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2017년 5월 촛불 시민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언했다. 사회적 경제 통합지원체계 구축, 금융 접근성 강화, 사회적 경제 인력양성 체계 강화, 사회서비스·문화예술·프랜차이즈·소셜 벤처·지역 기반 연계 등을 통해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 만들어져 시행된 지 2년이 넘었다. 이제 중간평가를 할 시간이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정부의 사회적 경제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이는 정책이 제대로 된 좌표를 향해 가는지를 점검해 그 효과성을 높이고, 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자는 목적이었다. 정책 모니터링은 △사회적 경제 통합지원체계, △사회적 금융, △사회적 경제 인재양성, △지역 기반 연계, △사회적 가치, △사회적 경제 기본법 등 총 6개 분야에서 이뤄졌다. 연대회의의 정책기획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자료수집-설문-자료 분석-관계자 인터뷰-보고서 작성의 과정을 거쳤다.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하면, 사회적 경제 활성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창업이 활성화됐다. 또,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민간과 공공이 새로운 시도에 나섰고, 정부정책 간 연계성이 강화되면서 현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사회적 경제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근거 법령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며, 연대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금융의 조성, 사회적 경제 인재의 체계적 양성 등의 과제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분야별 정책 모니터링의 구체적인 내용과 제언은 다음과 같다.

통합지원체계 분야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경제 정책은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민간의 참여를 보장하는 구조가 미흡했다. 또, 17개 부처에서 시행하는 사회적 경제 정책이 통합적으로 지방정부에 전달되지 못함으로써,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초래됐고, 정책 간 연계성이 저조하며, 민·관의 협업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연대회의는 사회적 경제 계획수립과 집행과정에 민간의 참여가 구조적으로 보장 될 수 있도록 (가칭) 사회적경제민관위원회 설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회적 금융 분야

사회적 금융 도매기금이 출범하고, 신용보증기금 지원으로 대출 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등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제도 금융권에서 사회적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사회적 경제 전문 금융기관의 자금 중개 및 공급 기능이 약화했다. 이에 대한 지자체에의 역할 또한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통해 사회적 금융 활성화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사회적 경제의 연대에 기반을 둔 자조 기금을 더 많이 조성해 금융 사각지대를 줄이는 한편 긴급자금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책금융과 제도금융의 경직성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인재양성 분야

지난 2년여간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사회적 경제 인재양성 정책을 활발히 내놓은 것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사회적 경제로 청년의 유입은 늘어나고, 대중의 교육기회는 빠르게 확대되어 가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 종사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시도들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가 우리 사회에서 폭넓게 인식되고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토대 구축과 인재양성 종합지원체계 구축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됐다. 연대회의는 교육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실행에 나서길 기대하며, 노동부는 효과성을 제고하는 한편, 기재부는 인재양성 분야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지역 기반 연계 분야

지역 기반 연계 분야 정책 모니터링 결과 17개 부처별로 다양한 정책이 수립 시행되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 조례 제정 여부, 사회적 경제 담당 부서의 존재 여부, 지자체 내 부서 간 사회적 경제 정책에 대한 소통 등이 정책 효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의 적극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회적 경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관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한 형편이다.

사회적 가치 분야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사회적 경제 기업에 적합한 평가시스템과 측정 지표를 개발했으며,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실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평가 지표 5개를 추가했다. 그 결과 공공기관과 사회적 경제 분야의 협력 사례도 출현하는 등 사회적 경제 생태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현실적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은 쉬운 일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미래지향적인 사회적 가치 측정 방식의 개발과 운영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는 만큼 이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 추진 경과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사회적 경제 활성화의 근거가 되는 기본적 법률로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는 법이다. 현재 유승민, 윤호중, 강병원 의원 등의 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나 여야의 대립으로 20대 국회에서 제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연대회의는 법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추진 경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 나갈 예정이다. 만일 이번 국회에서 무산되면 차기인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및 국회개원에 발맞추어 재입법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연대회의는 지난 4개월의 정책 모니터링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경제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사회적 경제 분야를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롭게 시도된 과제여서 정책들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는 시간과 투자가 필요함 역시 확인했다. 연대회의는 올해에도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작업이 헛된 메아리가 되질 않길 바란다.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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