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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6 17:05 수정 : 2020.01.07 10:23

지난해 4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 고 조양호 회장을 추모하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세청, 2년 전 조중훈 전 명예회장 스위스 계좌 등 해외재산
조양호 전 회장 등 다섯 남매가 고의로 숨겼다고 판단해 과세
당사자들 “단순 신고 누락” 주장 조세심판원에 불복 절차
지난해 법원은 “계좌 존재 알고도 수년간 신고 회피” 판단

지난해 4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 고 조양호 회장을 추모하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범 한진그룹의 2세 경영진 다섯 남매가 2년 전 부과된 852억원의 상속세가 부당하다며 불복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한진그룹은 국세청이 부과한 상속세 852억원을 향후 5년간 분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두 달 뒤 조세심판원에 “과세가 정당한지 따져달라”며 심판 청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쟁점은 다섯 남매가 선친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명예회장에게 물려받은 스위스 은행 계좌 예치금 등 해외 자산 존재를 알고도 고의로 신고하지 않았는지 여부다. 국세청은 이들이 납세 회피 목적으로 선친의 해외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당사자들은 뒤늦게 발견하게 됐고 이미 납세 기간이 지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숙 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2018년 7월 조중훈 전 명예회장의 스위스 유비에스(UBS) 은행 계좌 등 국외 재산 상속분에 매긴 상속세가 부당하다며 국무조정실 산하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셋째아들인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2006년 11월 사망)의 아내 최은영 씨도 같은 내용의 심판을 청구해, 한진가 2세가 모두 과세 불복했다.

사건의 발단은 최은영 씨가 2017년 8월 시아버지의 스위스 계좌에 관한 상속재산을 국세청에 수정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나서 조 전 명예회장의 스위스 계좌 예치금과 프랑스 파리 부동산 등에 상속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다. 또 조 전 명예회장 사망 4개월 전인 2002년 7월 스위스 계좌에서 5천만 달러(약 580억원)가 인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2018년 4월 국세청은 이 돈의 목적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상속 개시일 전 처분 재산의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이 돈까지 포함해 총 852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5월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상속인들은 2002년 조중훈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세 신고 납부를 마쳤으나, 2016년 4월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해외 상속분이 추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남매간 협의를 거쳐 2018년 1월 국세청에 상속세 수정신고를 했다”며 “1차로 국세청에 192억원을 납부했으며 나머지 금액은 향후 5년간 나눠서 납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섯 남매는 두 달 뒤인 그해 7월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스위스 계좌 등 해외 자산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고의로 탈세를 한 것이 아니고, 단순 신고 누락 경우는 세금 부과 기간이 10년이라 이미 지났기 때문에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고 했다. 상속세 납부 의무는 조 전 명예회장 사망 6개월 뒤인 2003년 5월부터 발생해, 이미 과세할 수 있는 기한인 2013년 5월을 넘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특히 조 전 명예회장 사망 직전 스위스 계좌에서 5000만 달러가 인출됐고 이 사실을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알았다고 보고 이들이 고의로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경우 세금 부과 기간은 15년으로 늘어나 2018년 5월까지 과세할 수 있다. 국세청은 과세 시한 직전인 2018년 4월 상속세를 부과했다.

한진그룹 2세들이 이 계좌 존재를 알았다는 사법기관의 판단도 있다. 국세청은 상속세 부과 당시 조양호 전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해외계좌 미신고 혐의(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발했고, 검찰은 이들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김유정 판사는 해외계좌 미신고 혐의로 조남호·조정호 회장에게 각각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두 사람이 부친 조중훈이 개설한 스위스 유비에스(UBS) 은행 계좌 2곳의 예금채권(합계 약 450억원)을 법정 상속지분비율에 따라 상속받았고,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에 따라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선친 사망 이후 5년간 해외 보유계좌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 이 계좌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수년간 신고의무를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조세심판원이 해당 사건을 신청받고 절차에 따라 심리 중”이라고 밝혔다. 조세심판원이 한진그룹의 청구를 기각할 경우 한진그룹은 행정소송을 통해 다시 불복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조세심판원이 한진 손을 들어줄 경우 이들은 852억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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