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멈추지 않는 세계의 공장 지난해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독일에 이어 세계 3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 상무부는 새해 3일 지난해 무역 총액이 1.1조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무역총액이 1000억달러에서 1조달러에 이르는 데 독일은 26년, 미국은 20년이 걸렸으며 중국은 16년이 걸렸다. 세 나라 이외에는 무역총액 1조달러에 다다른 나라가 아직 없다.
개혁개방 4반세기만에 무역총액 1조1천억달러 세계3위
자동차 생산 3위·냉장고 점유율 1위
카메라·TV등 ‘메이드 인 차이나’홍수
최근 10년 경제성장률 평균 8.4%, 무역인구만 8천만명 ‘초대형 종합상사’
‘사상해방’시키자 외자 5500억 밀물
‘세계의 조립공장’넘어 질적비약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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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메이드 인 차이나’는 미국·유럽에서 남미와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세계 구석구석 손길을 뻗지 않은 곳이 없다. 신중국 성립 55년 동안 중국의 수출입 총액은 750배로 늘어났다. 중국 상무부 조사결과를 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4.6%에서 지난해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수출입에서 발생한 조세수입은 중국 전체 세수의 18%를 차지했고, 무역회사에서 발생한 조세수입은 전국 세수의 20%를 초과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대외무역에 직접 종사하는 직원수는 80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은 한국 인구의 두 배 가까운 인원이 무역에 종사하는 초대형 무역 종합상사인 셈이다.
■ 중국의 ‘조용한 기적’= 1978년 개혁개방을 처음 시작했을 때 8억 인구의 중국이 생산해내는 연간 자동차수는 고작 22만대였다. 지난해 중국은 573만대(중국 상무부)를 생산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가 됐다. 세계 카메라 생산량의 절반, 텔레비전 생산량의 30%가 중국산이다. 78년 중국은 연간 249만대의 텔레비전을 생산했으나 지난해에는 약 7000만대를 생산한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이미 2002년 세계 냉장고의 5.98%를 점유해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세계는 지금 ‘중국의 기적’을 놀란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동아시아의 기적을 만들어낸 ‘네 마리 작은 용’(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은 인구 5천만 미만의 작은 국가들이다. 중국의 장쑤(7355만명/10.26만㎢)·저장(4613만명/10.18만㎢)·푸젠(3440만명/12.14만㎢)·광둥(7783만명/17.8만㎢)·산둥성(9041만명/15.67만㎢) 등의 인구와 면적은 한 개의 성이 ‘작은 용’ 넷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최근 10년간 중국 경제성장률 평균이 8.4%인데 비해 이 성들은 평균 13~15%에 이른다. ‘네 마리 작은 용’의 요란한 승천에 비하면 이들은 조용히 거대한 기적을 만들어왔다. ■ 개혁개방의 신사고 =‘중국의 기적’을 낳은 원동력은 개혁개방이다. 개혁개방은 1980년 8월26일 제5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 15차회의에서 통과된 ‘광둥성 경제특구 조례’에 따라 광둥성 선전시와 주하이시가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선전은 스펀지처럼 외국자본을 빨아들이며 중국 전역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창구 구실을 했다. 아직도 ‘개방’의 활력이 살아 있는 이 도시는 중국이 어떻게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암시해준다. 선전시에는 초대형 마천루가 경쟁적으로 치솟고 있다. 그러나 어떤 고층건물보다 더 인상적인 건축물은 지난해 6월2일 일부 문을 연 선전시 인민정부 새 청사다. 북쪽의 롄화산을 등지고 세워진 이 청사는 맨해튼 아이비엠 본사를 설계한 뉴욕의 화교 건축가 리밍이(58)의 작품이다. 세계 어느 도시의 시청보다 모던해 관청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붕새의 두 날개 혹은 물소의 두 뿔을 연상시키는 물결 모양의 지붕과 강렬한 원색은 현대미술관 같은 느낌을 준다. 겉모양만 모던한 게 아니다. 선전시의 새 정부청사엔 담장이 없다. 선전시정부는 개혁개방의 도시답게 모든 담장을 허물고 청사의 ‘시민중심’을 24시간 내내 시민에 개방하기로 했다. ‘인민광장’ 등 ‘이념적’ 명칭 대신 ‘시민중심’이라 한 것도 뜻밖이다. 모두 2575대가 주차할 수 있는 시민중심의 지하 주차장도 국내외 민원인에게 무료 개방하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이 선전시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선전시 외사판공처 양양 주임은 설명한다. 그는 “‘담장 없는 시정부’가 시민의 친근감을 사고 있어 이미 항저우시 등 몇 곳의 지방정부 대표단이 선전시를 참관하고 돌아갔다”고 소개했다. 선전시의 ‘개방 정신’이 여전히 중국 전역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개혁개방의 정신이 인구 2만5천명의 작은 어촌마을이던 선전을 인구 300만의 국제 경제도시로 천지개벽하도록 만들었다”고 리훙중 선전시장은 말한다. ■ 중국으로 몰려드는 세계기업 =선전시청 맞은 편에는 70층이 넘는 거대한 오피스텔 두 채가 나란히 건설중이다. 왼쪽의 오피스텔엔 ‘다국적 오피스텔’이란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고, 오른쪽엔 ‘세계 500대 기업 입주 환영’이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다국적기업 환영’ 구호가 뜻밖이라고 하자 양 주임은 ‘사상해방’을 하면 달리 보인다고 말한다.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덩샤오핑은 ‘사상을 해방시키라’고 말했다. 낡은 사고에 머물러선 ‘제국주의 착취자’인 다국적기업을 받아들일 수 없다. ‘사상해방’ 덕분에 중국은 외자 투자액 제로 상태에서 개혁개방 25년만에 5500억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양 주임은 “세계 500대 다국적 기업 가운데 400여 기업이 중국에 투자했으며 세계 자동차산업과 정보기술산업의 상위 100대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중국에 투자했다”고 설명한다. 2000년 이후 선전·주하이·산터우·하이난·샤먼 등 5대 경제특구는 상하이·톈진·산둥 등 신흥 경제중심지에 밀려났다. 개방의 창구 구실이라는 역사적 소임을 마친 셈이다. 그 대신 외자기업 유치를 위한 ‘개발구’가 전국으로 확산해가고 있다. 중국은 지금 광저우·하이난·난징·우한 등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 54곳, 중관춘·선전·지난·안산 등 국가급 첨단기술개발구 53곳, 청두·항저우·웨이하이 등 국가급 수출가공구 15곳, 톈진·청두·다롄 등 보세구 15곳, 단둥·만주리·헤이허·이닝·둥싱 등 국가급 국경경제합작구 15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세계의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조립 공장’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3월 전인대에서 빈부격차 해소 등 ‘과학적 발전관’을 발표한 데 이어 1년 내내 ‘경기과열’ 방지를 강조한 것은 중국경제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내실화를 꾀해야 하는 새로운 전환점에 와 있다는 징표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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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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