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브리지 4300억 과세할까

연합뉴스

제일은행 팔아 1조이상 차익
뉴브리지 과세할 수 있다

제일은행 주식을 매각해 5년 만에 1조1500억원을 남긴 ‘뉴브리지캐피탈’(케이에프비 뉴브리지 홀딩스)에 대한 과세는 불가능한가? 국세청은 12일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과세가 불가능하지만, 뉴브리지가 세금 회피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라면 세금을 매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뉴브리지 쪽 신고가 들어오면 과세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었다.

＂서류상 회사 입증땐 가능＂
국세청 구체조사 나서기로

◇ 이중과세 방지협약, 원칙은 과세 불가=국내 기업이나 금융회사 등이 국내에서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겼다면 최고 36%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뉴브리지가 국내 법인이었다면 4300억원 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뉴브리지는 우리나라가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맺은 말레이시아에 설립된 법인이라 원칙적으로 과세할 수 없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중과세 방지협약은 국가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투자법인이 설립된 나라에서만 세금을 매기도록 하고 있다.

◇ 조세 회피만을 위한 법인이라면 과세 가능=국세청 쪽은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맺은 나라에 설립된 법인이라 하더라도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실무관계자는 “합리적 사업에 목적을 두지 않고 순전히 조세 회피만을 위해 만들어진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투자한 것이 명백하게 확인되면 우리나라 세법의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입증할 책임은 우리 정부에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2003년 3월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설립한 펀드가 국내의 한 비상장 반도체회사에 투자했다가 주식을 팔아 거둔 양도차익에 대해 45억원의 세금을 매긴 적이 있다. 이 관계자는 “과세 여부는 사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매각이 완료돼 뉴브리지가 자진신고를 하고 나면 신고 내용을 보고 과세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 조세피난처 라부안은?=제일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번에 제일은행의 주식을 매각한 ‘케이에프비 뉴브리지 홀딩스’란 이름의 투자법인은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돼 있다. 라부안은 법인 설립등기 및 법인 유지에 따른 비용만 받고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거의 면제해주는 유명한 조세피난처(Tax Haven) 가운데 하나로, 국제 투기자본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서류상의 회사를 많이 설립하는 곳이다.

한편, 우리나라와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맺은 나라는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현재 60개국이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뒤 국내에 투자된 자금은 8조원이 넘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남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