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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3 18:37 수정 : 2005.01.23 18:37

대형회계법인 ‘파트너’ 선별 자격요건 강화
대기업, 관리시스템 쇄신 ‘자료 조작’ 차단
12월 결산법인 감사 본격화…투명성 기대

[3판] 증권집 단소송제 시행 원년을 맞아 기업들과 회계법인들이 분식회계나 부실감사로 인해 집단소송을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묘책 마련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말부터 본격화되는 12월 결산법인에 대한 회계감사 착수를 앞두고 회계 투명성 높이기와 회계시장 선진화에 대한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부실감사로 집단소송을 당하게 되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분식회계 관련 증권 집단소송 적용 대상인 자산 2조 이상 78개 상장·등록기업을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회계감사를 맡을 수 있는 전문 회계사를 내부적으로 선별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00여명에 이르는 전체 임원급 회계사(파트너)를 대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최신 감사기법 등을 포함한 자격시험을 벌여해, 통과하지 못한 회계사들은 이들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지 못하도록 했다. 삼일은 또 이들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는 파트너들에게는 금융당국한테서 받은 처벌 경력이나 내부평가 점수, 감사 직접 참여 시간 등에서 더욱 엄격한 자격 요건을 부여했다. 삼일 관계자는 “자산 2조원 이상 78개 상장·등록기업 가운데 40% 정도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어, 솔직히 ‘지뢰밭’을 걷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형 회계법인들은 감사 중에 회계부정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기존 감사팀을 철수시키고, 최정예 회계사들로 구성된 ‘부정적발팀’을 투입하는 신속대응 체제를 구축했다. 회계법인의 임원은 “전에는 분식회계를 눈감아 주는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나중에 걸리면 죽는데, 누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집단소송제는 회계시장의 오랜 관행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금까지 회계사는 감사대상 기업을 물어오는 ‘찍새’와 그 밑에서 실제 현장감사를 맡는 ‘딱새’로 나뉘었지만, 앞으로 그런 구분은 사라질 것”이라며, “전에는 한 회계사가 감사와 세무, 컨설팅 업무를 다 맡아 왔지만 앞으로는 회계사 전문화와 독립성 강화를 위해 하나에만 집중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도 도입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김영식 홍보이사는 “분식회계의 정의를 명확히 해서 고의성이 있는 중대한 회계부정만 소송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기업이 회계부정을 주도한 경우에도 회계사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리는 관련법규의 개선을 위해 청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회계관리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는 등 분주하다. 삼성화재, 국민은행, 케이티, 삼성에스디아이 등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상당수는 이를 위해 별도 회계관리 컨설팅까지 받았다. 4대그룹의 한 임원은 “내부 견제·검증장치를 통해 회계부정이나 오류를 잡아내는 회계관리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라며, “영업활동 단계별로 관련 자료를 통합관리하는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도입을 통해 중간 과정에서 임의로 회계자료를 조작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들은 이들 대기업들은 경영시스템이 이미 국제 수준에 도달해 있어 집단소송제 시행에 따른 문제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또 설사 과거 분식이 남아있는 기업이더라도 ‘전기오류 수정’을 통해 자진고백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신 은밀히 과거분식을 비용으로 털어내는 ‘역분식’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가 끝나고 회계법인과 기업간 이견조정에 들어가는 2월 중순 이후부터 말까지 사이에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김선웅 좋은기업 지배구조연구소장(변호사)은 “집단소송제를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시장감시 기능의 강화와 기업 및 회계법인 자체의 노력으로 회계시장 선진화와 회계 투명성 제고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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