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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5 19:04 수정 : 2019.12.16 02:38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정의연대와 파생결합증권(DLF) 피해자대책위원회 주최로 분쟁 조정 규탄 및 세부기준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규제 방식 전면 개편 목소리]

금융상품 융복합 사고 잦아
금감원, 업권 아울러 감독 강화
‘암행조사관’ 예산 두 배 늘리기로

사모펀드 사전규제 거의 불가능
위반 땐 CEO까지 일벌백계해야
고객 피해 신속한 보상도 중요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시급”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정의연대와 파생결합증권(DLF) 피해자대책위원회 주최로 분쟁 조정 규탄 및 세부기준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당국은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한계를 드러낸 현행 금융감독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선 최근 금융사고가 은행·증권·자산운용 등 여러 금융업권에 걸쳐서 벌어지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현행 업권별로 구분돼 있는 감독조직에 업권을 아우르는 ‘기능별 감독’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임 최흥식 금감원장 시절에 은행 담당 부원장과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 직속으로 만들어진 두개의 ‘감독조정팀’(건전성·영업행위)의 기능을 확대하고, 부원장들의 협의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현재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사모펀드 감독 강화를 위해 많이 팔리는 상품의 성격과 위험성 등을 신속히 파악하는 기동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사전적 감독 보완 수단인 미스터리 쇼핑 관련 예산을 늘리고, 소비자경보 발령을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스터리 쇼핑은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금융회사 창구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평가하는 방식인데, 예산이 2015년 2억2천만원에서 올해는 6천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내년에는 두배가량 늘리고 사후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소비자경보 발령은 민원과 소비자 피해 증가 가능성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한 개선안을 내년 업무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런 정도의 대책으로는 리스크 요인들을 적시에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한계가 분명한 만큼, 금융규제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이 대표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사후 규제 강화다. 사모펀드의 경우 사전적 규제는 거의 불가능한 만큼, 위반 시 일벌백계해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으로는 미국·영국 등 금융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운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손해액의 몇배를 보상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1순위로 꼽힌다. 법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 액수도 대폭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 분야에서 지금까지 가장 높게 부과된 과징금은 2013년 저축은행 사태 때의 67억원이다. 조 단위의 벌금을 부과한 미국 등과 대비된다. 또 교묘하게 제재를 피하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대부분의 전문가가 제안하는 방안이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객 피해가 발생했을 때 좀더 신속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정 교수는 “지금은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감독기관 검사 뒤 분쟁조정을 거치고, 여기서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의 삼심제를 거쳐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재판 외의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좀더 신속하게 손해를 회복할 수 있게 되면 금융회사들도 이를 의식할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감독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해도 국고로 귀속되고 피해자들은 보상을 못 받는다”며 미국의 ‘공정한 기금’(Fair Fund) 제도를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도는 증권감독당국이 민사제재금을 받은 뒤 이를 피해 고객에게 보상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논의되는 대책들이 마련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며 감독당국의 시장 파악 능력 제고 노력과 함께 금융감독체계까지 손보는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처럼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 권한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구조에서는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게 된다. 그러나 이를 견제하는 기관이 없어 제도적 맹점이 생기게 된다”며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가 핵심적 과제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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