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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31 00:57 수정 : 2019.12.31 02:43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금융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임추위 단수 추천, 이사회 통과
내달 중순 ‘DLF 징계안’ 확정땐
손 회장, 재심 등 이의 제기키로
금융당국 “어처구니가 없다” 당혹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금융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해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한 가운데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손 회장을 차기 지주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확정했다. 과거 금융회사 대표들은 중징계를 받으면 사퇴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연임에 도전한 손 회장은 물론 임추위 양쪽 다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재심 신청 등으로 이의제기를 이어갈 뜻을 표명해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회장 선임 일정이 금융당국과도 사전 교감 없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당국이 크게 당혹해 하는 분위기이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30일 3차 회의를 열어 손 회장을 차기 지주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고, 이사회가 이를 의결했다. 이로써 손 회장은 내년 3월 주총을 거쳐 ‘3년 임기’의 연임으로 가는 카드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손 회장은 디엘에프 사태와 관련해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받았고, 내년 1월 중순 열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징계 내용이 확정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민간)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지주 임추위는 손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이나, 지주 출범 초기인 점을 고려해 조직안정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차기 회장의 조기 선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제재와 관련해 강성 기조의 발언을 한 바로 다음 날, 자회사 대표 등 4명의 최종후보군 중 손태승 회장을 후보로 추천하는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디엘에프 사태 경영진 제재와 관련해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신호)을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중징계를 예고했다. 하지만 임추위 관계자는 “24일 2차 임추위 회의에서 손 회장을 후보 추천하는 것으로 공감대가 이뤄졌으나, 금융당국의 징계안 사전통보를 받은 뒤 30일에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26일 당국의 통지문이 왔다”며 “징계 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상태여서, 30일 마지막 임추위 회의를 열어 손 회장 혼자만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후보 추천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손 회장의 실적이나 조직 화합 성과, 다른 인물을 추천했을 때 조직이 불안해질 가능성 등을 참작했다”며 “중징계안이 확정된다 해도 재심을 신청할 수 있고, 그 이후로도 행정심판·소송 등을 이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책경고는 중징계로 잔여 임기는 다할 수 있지만,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선임이 제한되므로 이를 경징계로 낮추기 위한 공방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의 내부에선 “어처구니가 없다” “의표를 찔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이사회 의사일정의 자율성은 공감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한 지 얼마 안 됐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서 “외국에선 디엘에프 사태 정도가 터지면 이사회가 경영진 교체에 나서기 때문에 당국 개입까지 갈 일이 없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금융 쪽은 설 연휴 이전에 지주 회장이 겸임했던 은행장직을 분리해 새 은행장을 정하고, 다른 자회사 대표 인사 등을 서둘러 진행할 방침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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