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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2 20:25 수정 : 2020.01.03 02:38

보험 가입 심사 항목을 한 두 가지 정도로 간소화해 유병력자와 고령자를 끌어들이는 ‘초간편 심사 보험’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포화된 보험 시장에서 그간 가입 대상에서 소외된 유병력자와 고령자를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보험사의 전략이지만, 당장의 출혈 경쟁으로 향후 보험사와 가입자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엔에이치(NH)농협생명은 5년 이내 암·제자리암·간경화 치료사실이 없을 경우 고령자 및 유병력자도 가입할 수 있는 초간편심사 보험 ‘하나만묻는NH암보험’을 출시했다. 이날 한화생명도 가입 나이 상한을 70살에서 80살로 높이고, 간편심사로 가입이 가능한 ‘한화생명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을 내놨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나온 손보·생보사의 초간편심사 보험 상품만 1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집중 출시하며 판을 만든 초간편심사 보험 시장은 지난 연말부터 생명보험사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까지 간편심사 보험은 가입자로부터 ‘3·2·5’ 알릴 의무 항목을 받아 가입 심사를 했다. 최근 3개월 이내 입원·수술 및 추가검사 필요 소견, 최근 2년 내 입원·수술 이력, 최근 5년 내 암으로 진단·입원·수술 받은 이력 등에서 문제가 없어야 암보험 등에 가입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가입자가 보험사에 알려야 할 고지 항목이 통상 10개가 넘었지만, 초간편심사 시장이 커지면서 결국 1개까지 줄어든 셈이다.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가입 나이 상한도 65~70살에서 80살로 높이고, 보장은 100살까지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일부 손보사 상품은 90살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유병력자·고령자 대상 상품을 늘리는 건 장기적으로 보험사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보험사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젊은층은 부모가 들어준 보험도 해지하고, 중장년층도 웬만한 보험은 다 가입된 상황에서 결국 확실한 보험 수요가 있는 고령층과 유병력자층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신 이들의 보험료는 건강한 성인 대비 많게는 2배가량 비싼 편이다.

가입이 쉬워졌지만 세부 지급요건 등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고령자들은 당장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보험계약일로부터 1년 미만 시점에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면 지급금액의 50%만 지급되는 등의 요건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또 일각에선 당장의 초간편심사 보험 과열 경쟁이 과잉진료와 ‘묻지마 가입’식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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