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3 12:45
수정 : 2020.01.0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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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신임 행장이 출근을 하려 하자, 노조 쪽이 저지하고 있다. 사진 기업은행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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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은·금융노조, 집권 뒤 ‘내로남불’ 비판
“낙하산은 자진사퇴하라” 요구에
신임 행장 “함량 미달 아니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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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신임 행장이 출근을 하려 하자, 노조 쪽이 저지하고 있다. 사진 기업은행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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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신임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장이 3일 오전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청와대 낙하산’이란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날 임명된 윤 신임 행장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 했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의 저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와 금융노조 조합원 200여명은 이날 아침 7시부터 본점 출입문에서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윤 행장을 향해 “관치금융을 적폐로 여겼던 문재인 정부가 모피아이자 청와대 낙하산을 기업은행장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코미디”라며 “자진 사퇴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도 “낙하산 인사는 관치금융이고 독극물이라고 했던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정권에 부담 주지 말고 당장 돌아가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말했다. 이에 윤 행장은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행은) 1만4천 가족들의 일터이기도 하지 않나. 열심히 해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윤 행장은 몇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반대 목소리에 결국 약 10분 만에 돌아갔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부터 본점 1층 로비에 투쟁본부를 마련하고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했다. 노조 쪽은 “임명이 철회될 때까지, 직원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행장은 시내 모처에 임시 사무소를 마련해 부행장들과 상견례를 하고 업무현황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취임식 등 앞으로 일정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예전에 민주당은 관료가 은행장으로 가는 것을 관치라고 비판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과정이 어땠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들은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직전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바 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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