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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4 19:01 수정 : 2006.10.04 19:09

e스포츠계의 마이클 조든…게임 활성화 주역
“입대가 끝은 아냐…복무중에도 경기 가능성”

입대 앞둔 ‘테란의 황제’ 임·요·환

그는 활짝 웃고 있었다. 3일 밤 10시, 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경기로 두 선수와 맞붙어 모두 8경기를 펼친 직후였다.

임요환은 이날 이(e)스포츠 사상 하루에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다. 야구로 치면 하루에 9회 완투를 두번이나 한 셈이다. 파김치가 될 법한데도 10경기를 채 못다한 걸 아쉬워했다. 모니터 밖으로 나온 무적의 사이버 전사 같았다. 그 전사는 사이버 전사에게 없는 자유의지와 책임감으로 충만해 있다.

임요환은 이날 씨제이미디어가 주관한 ‘제1회 슈퍼파이트’ 대회에서 마재윤, 홍진호 등과 5전 3선승제의 경기를 했다. 마재윤에게는 0대3으로 패했지만 홍진호와는 접전 끝에 3대2로 승리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경기 뒤 “이처럼 즐겁게 게임을 한 적은 없었다”며 “10경기 모두 소화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마재윤 선수가 워낙 잘해 어쩔 수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피시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종목으로 하는 연봉 2억원의 프로게이머다. 그의 신들린 손놀림과 기발한 전략은 이(e)스포츠 시장이 395억원(2005년 기준) 규모로 커지고 11개 구단에서 260여 명이 전문 직업인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9일 공군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한다.

책임감 있는 청년
“제가 군대를 안가면 오히려 후배들이 병역특례를 받기 힘들어집니다.” 임요환이 군 입대를 앞두고 사석에서 지인에게 밝힌 얘기다. 그는 지난해부터 국회에 월 2~3회 다녀올 정도로 국회의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날 마지막 대회에도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팬으로 참석할 정도였다. 그 때문에 ‘병역 특례’ 유혹을 많이 받았다. 월드사이버게임즈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따 어느 정도의 자격을 갖췄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자신이 병역특례를 받으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오히려 후배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에서 군 입대를 결정한 것이다.

임요환은 고별사에서 “오늘 이자리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앞날을 기약하는 자리”라며 “제대 후 다시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것이며, 군 복무 중에도 방송 경기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입대 후에도 선임병인 프로게이머 강도경, 최인규, 조형근 등과 연습을 하며 게이머로서의 실력을 갈고 닦을 계획이다.


그의 나이 만 26살. 사회적으로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프로게이머로서는 원로에 속한다. 평균 수명이 2~3년에 그친다는 그 바닥에서 만 7년째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단순한 선수 생활의 연장이 아니라 좋은 성적을 계속 거두고 있다. 한풀 꺾였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정상의 자리를 차지해 건재함을 드러냈다. 소속팀 에스케이텔레콤 티(T)1의 주훈 감독은 “연장자임에도 솔선수범하고 후배들에게 좋은 전략을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소속팀 선수들은 이날 임요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스포츠 흥행전도사
“스타크래프트계의 마이클 조든으로 보면 됩니다.”

씨제이미디어의 전동희 게임 티에프티(TFT) 팀장이 내린 임요환에 대한 평가다. 조던이 신기에 가까운 실력으로 미국은 물론 해외의 팬을 불러모은 것처럼, 임요환 역시 드랍십 등 기묘한 전략으로 한국 이스포츠를 주목하게 했다. 특히 조던이 ‘나이키’라는 브랜드 가치를 키운 것처럼 임요환 역시 소속팀(오리온, 에스케이텔레콤 등)의 가치를 드높였다. 다만 조던이 은퇴를 번복하고 코트로 돌아왔다면 그는 잠시 이별을 고하고 컴백을 약속했다. 임요환의 입대 소식이 전해지자 해외 팬들까지 ‘가상 세계의 빅스타를 현실 세계가 가둔다’는 등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가 그저 ‘뛰어난 전략가’ 차원을 넘어서 이스포츠계의 ‘아이콘’ 역할을 한 것이다.

그의 성장 비결은 ‘꾸준한 연습’이다. 2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습을 한 적이 있을 정도 철저했다. 매일 10시간 이상 연습을 통해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실제 프로스포츠 선수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임요환은 “우리는 연중 내내 시즌이 이어져 쉴 틈이 없지만 야구·축구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부러운 구석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독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인들에게 은혜를 갚을 줄도 안다. 이날 대회 상금으로 받은 1천만원을 그동안 감사했던 이들에게 모두 전달할 계획이다.

영원한 이스포츠맨
“제대 뒤에도 선수생활을 하고, 은퇴 후에는 코치로든 감독으로든 계속 남고 싶다.” 제대 뒤에도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프로야구가 언제 망할 것 같으냐는 질문과 똑같다”는 답을 했다. 그도 역시 게임이 한때 한순간의 유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임요환은 “한때 2004년까지만 유행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현재 프로구단이 늘어나는 등 더 번성하고 있다”며 “스타크래프트 대회는 이미 하나의 프로스포츠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이후에는 코치든 감독이든 좋은 선수들을 길러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는 추석 연휴인데도 7천여 명의 팬들이 그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또 엑스티엠(XTM), 엑스포츠, 엠넷 등 3개 케이블채널과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곰티브이가 생중계했다. 해외에서는 시나닷컴(sina.com), 톰닷컴(tom.com), 맙닷컴(mop.com) 등 중국 내 3개 포털이 현지 팬들에게 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글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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