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8 18:53
수정 : 2006.11.0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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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세상/‘불리’
게임 하나에 미국 교육계가 발칵 뒤집히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2용 액션게임 ‘불리’는 학원폭력을 다뤄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논란이 됐다.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이라는 뜻의 불리(Bully)는 제목 그대로 집단 따돌림, 학원폭력, 교사 구타 등 미국 사회의 ‘교실 붕괴’ 문제를 노골적으로 다뤘다.
사립학교에 전학 온 주인공은 평소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에 고통받아 왔다. 사용자는 주인공을 강하게 키워 자신을 괴롭힌 동료들에게 복수하고, 교사들을 골탕먹여야 한다. 주인공이 왕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말 잘 듣는 ‘범생이’가 되거나, 폭력을 일삼는 ‘문제아’가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교 친구는 물론 교사들에게도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게임에 표현된 폭력수위는 상상 이상이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주인공이 또 다른 약자를 찾아 폭력을 가한다. 폭력은 주인공을 지켜주는 방어 수단인 동시에 자신보다 더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가학 수단이다. 야구방망이로 상대를 구타하거나 폭력서클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괴롭힐 수 있다. 심지어 학생들 간 동성애 내용도 등장해 충격을 던져준다.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도 부정적이다. 교사들은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비열한 기성세대로 등장한다. 이상론만 읊어대는 교장을 시작으로 알코올 중독자 교사, 촌지만 밝히는 비리 교사 등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교육자가 없다.
이처럼 청소년 폭력을 다뤘다는 이유로 발매되자마자 미국에서 판매를 금지당했다. 게임 내용은 우리 현실의 단면이기도 하다. 게임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 추한 모습이 비추었다면 거울을 깨기보다 우리 자신의 모습부터 아름답게 정화해야 할 것이다. 게임메카 이덕규 기자(www.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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