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5 17:23
수정 : 2006.12.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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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기자 @어바인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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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기자 @어바인 통신
“옛날에 다른 사람 주민등록번호를 많이 도용했는데, 어찌 해야 하나요?”
최근 한 누리꾼으로부터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온 사실을 고백하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 누리꾼은 “옛날에 게임을 한창 하던 시절 남의 주민번호로 여러 사이트에 가입했다”고 고백하며, “싸이월드 등 서너 곳을 빼고는 어디에 가입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데 어찌하면 좋으나?”고 물어왔다. 자신의 행위가 주민번호를 도용당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언론을 통해 해결을 호소하고 싶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누리꾼들의 주민번호 도용은,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입력해 발생한다. 이런 행위는 오래 전부터 이미 공공연하고, 일반화해 왔다. 주민번호 도용은 주민번호 생성기를 사용할 때도 일어난다. 주민번호 생성기가 만든 주민번호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부여됐거나 부여될 예정인 것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신청했을 때 ‘이미 등록된 상태’라는 메시지가 뜨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 중에는 본인이 가입하고 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민번호를 도용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주민번호를 사용해 회원으로 가입한 것이다. 이는 사이트 운영자가 회원 가입 신청 때 주민번호를 입력하게 하면서, 주민번호가 신청자 본인 것인지를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다.
남의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것은 분명한 불법 행위다. 주민번호 도용은 모두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일어난다. 남의 주민번호로 회원 가입을 하면서 만든 사용자이름(아이디)이 살아 있는 한 주민번호 도용 상태는 해소되지 않는다. 문제는 도용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회원 가입을 취소하려면 본인이란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남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회원 가입을 한 처지로는 쉽지 않다. 또 대부분 남의 주민번호를 어느 사이트에서 도용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따라서 주민번호 도용을 막는 장치와 함께 이미 도용된 주민번호의 도용 상태를 푸는 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인터넷 사이트들이 실명 확인 절차 같은 것을 통해 그동안 수집한 주민번호 가운데 도용당한 것을 걸러 삭제해준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 하지만 사이트 운영자들이 회원 신상정보를 재산으로 여기고 있어,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휴면계좌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참고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행정자치부나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같은 곳이 나서서, 누리꾼이 자신의 주민번호를 입력하면 그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해 회원 가입이 된 사이트를 모두 찾아주고, 이 가운데 본인이 가입하지 않은 곳을 골라 회원 가입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이트 운영자들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회원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담긴 주민등록번호 가운데 도용당한 것은 ‘장물’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도용된 당신의 주민번호를 갖고 있는 사이트를 찾아줍니다.’ 이런 서비스가 하루 빨리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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