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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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극마저 게임에 빗대다니…
전투 게임 몰입한 누리꾼들 끔찍한 사건 무감각증
‘민간인까지 살해’ 게임…심의 통과 또 도마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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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들의 일부다. ‘킬’은 사망자를, ‘양념’은 부상자를, ‘데쓰’는 본인의 죽음을 뜻하는 컴퓨터 게임 은어로, 하루 평균 동시접속자가 10만~20만명에 이르는 인기 ‘일인칭 전투게임’ 사용자들의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대화는 놀랍게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댓글들이다. 이번 참사를 컴퓨터 게임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 전문가들은 “이런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은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전투게임의 시점이 1인칭이어서 몰입도가 더 높기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시선으로 잔혹한 전투에 참가하는 상황을 사이버 공간에서 반복하다보면 32명을 살해한 ‘현실’조차 대단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포털 등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난 온라인 밀리터리게임 ‘스페셜 포스’의 광적인 유저다. 가끔 느끼는 건데 길거리에서 운전하다 보면 차 몰고 가는 녀석들 모조리 갈겨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거나 “저는 온라인 밀리터리게임 ‘서든’의 광적인 유저입니다. 가끔 가다가 저와 생각이 다른 것들을 보면 칼을 꺼내 ○○고 싶은 충동이 있습니다. 동지군요?” 따위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게임산업 전문가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끔찍한 사건을 게임 용어를 써가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무감각증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갱이 된 미국 이민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경찰은 물론 민간인까지 살해하는 내용의 일인칭 전투게임이 국내 심의를 통과한 사실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화관광부 산하 게임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액션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는 전 세계적으로 3천만장의 판매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민간인과 경찰을 살해하면서 경험치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해 논란이 돼왔다. 게임전문웹진 <게임메카>의 이덕규 팀장은 “게임 속에서 선량한 시민을 마음껏 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반사회적”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에는 미국 10대 소년 2명이 이 게임을 모방해 총기난사 사건을 저질렀다고 고백해, 제작사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가 피해자들에게 피소된 바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는 “실제로 게임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면 심각한 정신질환이지만, 구별을 하더라도 오랫동안 반복 노출되면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대안은 사회적 관계망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정유경 수습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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