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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9 20:46 수정 : 2007.04.19 22:21

액션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

참극마저 게임에 빗대다니…


전투 게임 몰입한 누리꾼들 끔찍한 사건 무감각증
‘민간인까지 살해’ 게임…심의 통과 또 도마위에

“32킬, 1데쓰죠.. 정말 놀라운 실력이군.”

“그게 아니라 32킬 29양념 1데쓰죠.”

“(그의 실력이) 마냥 부럽다는...”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들의 일부다. ‘킬’은 사망자를, ‘양념’은 부상자를, ‘데쓰’는 본인의 죽음을 뜻하는 컴퓨터 게임 은어로, 하루 평균 동시접속자가 10만~20만명에 이르는 인기 ‘일인칭 전투게임’ 사용자들의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대화는 놀랍게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댓글들이다. 이번 참사를 컴퓨터 게임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 전문가들은 “이런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은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전투게임의 시점이 1인칭이어서 몰입도가 더 높기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시선으로 잔혹한 전투에 참가하는 상황을 사이버 공간에서 반복하다보면 32명을 살해한 ‘현실’조차 대단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포털 등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난 온라인 밀리터리게임 ‘스페셜 포스’의 광적인 유저다. 가끔 느끼는 건데 길거리에서 운전하다 보면 차 몰고 가는 녀석들 모조리 갈겨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거나 “저는 온라인 밀리터리게임 ‘서든’의 광적인 유저입니다. 가끔 가다가 저와 생각이 다른 것들을 보면 칼을 꺼내 ○○고 싶은 충동이 있습니다. 동지군요?” 따위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게임산업 전문가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끔찍한 사건을 게임 용어를 써가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무감각증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갱이 된 미국 이민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경찰은 물론 민간인까지 살해하는 내용의 일인칭 전투게임이 국내 심의를 통과한 사실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화관광부 산하 게임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액션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는 전 세계적으로 3천만장의 판매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민간인과 경찰을 살해하면서 경험치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해 논란이 돼왔다.

게임전문웹진 <게임메카>의 이덕규 팀장은 “게임 속에서 선량한 시민을 마음껏 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반사회적”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에는 미국 10대 소년 2명이 이 게임을 모방해 총기난사 사건을 저질렀다고 고백해, 제작사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가 피해자들에게 피소된 바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는 “실제로 게임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면 심각한 정신질환이지만, 구별을 하더라도 오랫동안 반복 노출되면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대안은 사회적 관계망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정유경 수습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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