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07 14:56 수정 : 2007.05.07 14:56

싸이월드 선물가게에서 아이템을 이용하여 꾸민 미니룸. ⓒ 한겨레 블로그 stop

컴퓨터를 켠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다. 아이디를 친다. 네모난 공란 안에 비밀번호를 두드린다. 로그인된다. 메인을 쳐다본다. 광고를 본다. 뉴스도 본다.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접속한다. 그 후, 싸이월드로 간다. 블로그는 미덥지 않다. 아이디는 가면이기 때문이다. 관계의 진실성이 없다. 가면을 상정한다. 그러니까, 내 자아는 두 개다. 하나는 진실한 내 실명이다. 다른 하나는 내 아이디다. 따라서 두 개의 공간이 필요하다. 한 곳은 진실한 나의 공간이고 다른 한 곳은 제작한 자아가 떠도는 공간이다.

진실한 나의 공간은 미니홈피다. 미니홈피는 싸이월드가 제공한다. 간단하다. 계약에 동의하는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 약관에 동의한다. 개인정보를 입력한다. 이름, 나이, 주소 등을 입력한다. 마우스 버튼을 한두 번 클릭하면 된다. 어린애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정도다. 한글을 읽을 줄 알고 기본적으로 컴퓨터 조작을 할 수 있다면, 나의 미니홈피를 갖는 건 쉽다.

내 미니홈피가기를 클릭한다. 창이 하나 뜬다. 우측에 프로필, 다이어리, 방명록과 같은 메뉴가 보인다. 메인에는 아바타 혹은 아바타가 생활하는 공간이 있다. 공간을 예쁘게 꾸미려면, 돈을 주고 아이템을 구입하면 된다. 쇼파와 가구와 같은 아이템을 산 후, 방을 꾸민다. 아바타를 위해 옷을 입히고, 신발도 신길 수 있다. 꼭 집이 아니어도 좋다. 싸이월드가 제공하는 아이템은 기발해서, 아이템 중에는 옥상도 있고, 산골도 있고, 교실도 있다. 또한 아바타를 위한 고운 옷도 여러 개 마련되어 있다. 물론, 아바타와 그녀가 사는 집을 꾸미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곳, 싸이월드에서 판매하는 아이템. ⓒ 한겨레 블로그 stop

싸이월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오죽하면, ‘싸이질’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을까. 미니홈피에 담기는 글과 인물은 사적이다. 다른 매체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나 게시판에서는 아이디를 만든다.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을 표현한다. 아이디는 자신을 방어한다. 무책임한 악성댓글의 당사자는 아이디를 공격한다. 한마디로 아이디와 아이디가 공방한다. 서로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아이디를 사용한다. 하지만, 싸이월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 곳에서는 실명을 쓴다. SK가 한국 시민의 수준을 신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본명으로 활동한다.

이용자는 약관에 동의한다. 홈피가 생성된다. 약간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본다. 우측에 있는 메뉴에 관하여 운영자는 비공개로 설정할 수 있다. 방명록에 글을 남길 수 있는 권한은 전적으로 자신이 부여한다. 미니홈피에 관하여 운영자가 갖는 권한은 막강하다. 가령, 어떤 사람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고 가정하면, 운영자는 사생활침해로 분류하여 방명록신고하기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이처럼 싸이월드는 운영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막강한 권한만을 준다.

이해하기 쉽도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방명록신고하기를 통해 어떤 사람을 신고한 운영자가 있다고 가정한다. 신고한 사람은 운영자, 신고를 당한 사람은 방명록에 글을 남긴 사람이다. ‘방명록신고하기’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악의가 난무하는 현실이다. 악의를 갖고 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은 제어를 받아야 한다. 운영자는 신고하고 신고 당한 사람이 작성한 글은 삭제된다. 신고를 당한 사람은 주의를 받는다.

싸이월드에서 운영하는 권리보호센터. ⓒ 한겨레 블로그 stop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조리에 맞지 않는다.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판단하는 주체는 운영자만이 아니다. 미니홈피의 운영자가 1차적으로 권한을 갖는다면, 싸이월드를 관리하는 담당자도 역시 관여해야만 한다. 또한 신고한 당사자는 신고사유를 구체적, 명백하게 진술한 후, 신고를 받은 당사자에게 제출하고, 합의해야 하는 것이 예의에 맞는 것이다. 즉, 신고자, 신고 받은 자, 싸이월드의 사생활침해담당자가 모두 개입한 후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에, 운영자가 사생활을 공개하고 특정인의 접근을 허용한 상황에서, 방명록에 글을 남긴 당사자가 공개된 사생활을 적시했다면, 그것은 사생활침해가 될 수 없다. 그러한 경우에, 신고자는 다시 무고를 이유로 재신고할 수 있는 장치의 도입이 절실하다. SK는 싸이월드를 운영하면서, 회원의 수준을 고려하고, 권한의 차등화를 실현할 수 있는 조항을 약관에 삽입하는 것은 어떤가?

개인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함축한다. 자유의 남용은 이성의 실종이다. 자유와 책임의 조화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싸이월드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꾸준히 사생활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SK커뮤니케이션즈 홍보팀 신희정 과장의 말처럼, 노력하고 변화하는 싸이월드를 그려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