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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1 14:54 수정 : 2007.05.21 15:23

세컨드라이프 홈페이지. ⓒ 한겨레 블로그 김외현

시내 총격전

마드리드 시내 총격전이 발생했다. 스페인의 진보여당과 보수야당 사이에 일어난 상호 테러였다. 현장을 직접 봤다는 한 목격자는 이렇게 전했다.

“폭탄도 던지고, 기관단총을 들고 건물에 진입해 난사하더니, 불도 질렀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봐야죠.”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왠일인지 물적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컨드라이프 가상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다.

<로이터>통신은 18일 스페인의 보혁갈등이 가상공간으로 이어져 이같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현 사회당 정권이 바스크지역 분리주의자들에게 화해를 청한 것에 반발해 수십만의 군중이 거리를 메웠던 시위의 연장선 상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 여당 대변인은 “프로그램 운영진에 테러에 대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세컨드라이프 붐

세컨드라이프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가상 아바타로 현실생활과 다름없이 주거, 매매, 인적교류를 하는 3차원 가상공간이다.(<한겨레> 3월20일치 16면 기사 참조). 미국 린든랩사가 운영하는 세컨드라이프 홈페이지에 들어가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무료) 접속하면 들어갈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의 인기는 최근 들어 급등하고 있다. 18일 현재 등록된 거주자(이름을 정한 아바타)는 모두 6백5십만명에 이르고, 지난 한달동안 로그인이 한 번이라도 기록된 실사용자만 해도 1백만명을 넘는다. 세컨드라이프에서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린든달러의 사용건수도 지난해 11월 1만3천 건 선에서 지난 1월에는 2만 건을 돌파해 4월에는 모두 3만4천 건을 기록했다.


현실 이해관계를 반영하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위 총격전의 예와 같이 현실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일이 잦다. 특히 사용자 가운데 4분의 3 가량이 미국인인 것으로 추산되는 가상공간의 ‘표심’을 얻기 위해 내년 실시되는 미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은 각자 나름대로의 가상 부락을 만들어 오가는 유권자의 아바타들에게 정책과 비전을 홍보하고 있다.

세컨드라이프 힐러리 선거운동본부의 모습. 가운데 등을 보이고 서있는 것은 기자의 아바타. '힐러리'라고 쓰여진 플랜카드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 한겨레 블로그 김외현

유타주의 음악가 커트 베스토는 힐러리 캠프 쪽으로부터 “자금 모집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세컨드라이프 안에서 자금모집을 담당해달라는 의미다. 베스토는 세컨드라이프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팡응아만’에서 미국, 노르웨이, 독일 등 전세계의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연다. 화면에서 보이는 것은 아바타 뿐이지만 연주되는 음악은 실시간 연주곡이다. 지하실에 만든 스튜디오에서 직접 연주한 음악을 가상공간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홍보효과는 기업들에도 이어진다. 세계 최대규모의 컴퓨터회사인 <아이비엠>(IBM)은 최근 세컨드라이프에 컴퓨터 가게를 열었다. <아디다스>와 <선마이크로시스템>도 가상 점포를 열었을 뿐 아니라, <로이터>통신은 '아담 로이터'라는 특파원을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는 최근 가상스튜디오를 설치해 다녀가는 아바타들이 동영상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현실을 능가하기도 해

세컨드라이프에 비단 현실이 반영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현실을 능가하고 있기도 하다.

많은 장애인들이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꿈을 실현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인터넷판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웹사이트 <아우치>(OUCH)는 최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이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전세계를 여행하는 데 매료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잡지 <맥심>은 최근 발표한 2007년 100대 섹시인물에 '세컨드라이프걸'(가운데)을 선정했다. ⓒ 한겨레 블로그 김외현

남성잡지 <맥심>은 최근 발표한 ‘2007년 100대 섹시인물’에서 95번째 인물로 ‘세컨드라이프 걸’을 꼽았다. “전지구적으로 5백만명의 거주자들을 자랑한다”는 것이 선정이유다. 100대 섹시인물에는 린제이 로한,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이 포함됐다.

가상공간이 닫혔다?

세컨드라이프를 중심으로 한 가상공간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통신산업 연구기관인 프리폼 다이나믹스의 존 콜린스는 세컨드라이프를 경험한 사람들 가운데 꽤 많은 이들이 “퍼스트라이프가 뭐가 잘못됐길래 세컨드라이프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공간 체험 웹사이트들은 모두 별개로 존재하는데 그 세계를 넘나들 방법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워크래프트>나 <리니지>와 같은 게임에서도 사람들은 3차원 가상 현실을 경험할 수 있지만, 각각의 ‘현실’은 다른 가상공간과 통하지 않는다. 가장 열려있는 듯한 가상공간이 닫혀있는 셈이다.

<데몰리션맨>의 교훈

1993년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존 스파탄(실버스타 스텔론)은 냉동된 채 미래사회로 보내져 새로운 현실을 낯설게 받아들인다. 미래사회에서 그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에는 '사이버섹스'가 있다.

레니나 헉슬리(산드라 블록)와 은밀한 시간을 보낼 기대감에 존은 냉큼 그녀를 안으려 한다. 그러나 폭력이 금지된 미래사회에서는 피부의 접촉이 금지돼있다. 섹스를 통한 육체적 쾌락은 모든 접촉과 감정을 코드화한 가상세계에서만 가능하다.

피부와 피부가 닿는 짜릿한 기쁨을 기대했던 존은 결국 레니나와 센서와 헤드셋을 끼고 마주앉아 괴상한 경험을 한다. 존은 결국 이 경험을 뿌리치고, 레니나가 스스로 경험했다고 믿는 '오르가즘'을 인정하지 않는다.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주인공들은 피부접촉이 금지된 미래사회에서 가상섹스를 해야했으나(왼쪽), 결국 존(실버스타 스탤론)은 거칠게 끌어안아버렸다(오른쪽). ⓒ 한겨레 블로그 김외현

영화 말미에서 존은 레니나를 거칠게 끌어안는다. 그 뒷 이야기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실버스타 스텔론의 마초적인 남성성으로 상징된 존의 캐릭터는 결국 '가상공간'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전개는 세컨드라이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적 교감이 전제되지 않은 가상공간의 부정성을 발견하는 셈이다.

세컨드라이프의 아바나 해변 댄싱스테이지에서 혼자 살사를 추고 있는 기자의 아바타(가운데). 밖의 여성아바타와 같이 춤을 추려면 돈을 내야한다. ⓒ 한겨레 블로그 김외현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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