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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0 14:45 수정 : 2007.08.10 14:55

UCC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움직임에 대한 우려, 노파심

UCC가 가진 놀라운 능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최근, 영국의 한 축구신동 "레인 데이비스"라는 9살 소년이 UCC동영상를 통해서, 당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스팀에 입단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그 소년의 동영상은 9살 소년답지 않는 능숙하고 노련한 플레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헛다리 짚기, 중거리슛, 넗은 시야를 이용한 공간 패스 등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동영상은 금새 화제가 되어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선 슛돌이의 '이강인'선수와 비교해 보며 즐거워했다. 레인 데이비스라는 소년의 이름은 '축구 천재 소년', '제2의 루니'라는 별명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프로나 아마추어로 뛰고 있는 무명선수들보다 더 유명해 졌을 듯 싶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무명의 외국밴드가 러닝머신을 활용한 기발한 아이디어의 뮤직비디오를 UCC동영상를 통해 공개해 히트를 쳤고, 금새 유명밴드가 되었다는 소식도 접했다.

UCC가 이제는 개인의 능력을 보여줄수 있는 아주 유용한 매체로서 각광받고 있고, 이는 건조하기 짝이 없는 문서로부터 마침내 해방을 선포하는 것처럼 보인다. UCC는 '이력서'가 되는 동시에 '자기소개서'가 되고, 앞으로는 '포트폴리오'로서의 가치도 가질듯 싶다. 실제로 모 기업에서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UCC로 만들어서 제출해라고 해서 화제가 된 사례도 있었다.

정말로 UCC의 힘은 놀랍다. 정확히 말하자면, UCC가 가진 대중의 접근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것은 필연, UCC가 대중들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공유된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성취일 것이다. 또한 한번의 마우스 클릭이 단순하고 무의미한 동작, 마치 책의 페이지를 아무생각없이 열었다 닫는것 같은 동작에 불과한것이 아니라, 현재, 한번의 클릭은 곧, 마치 한권의 책을 정독한것 처럼, 의미있는 행위가 되었다는데에도 주목할만 하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것이 있다. 그런 UCC의 접근력, 영향력에 있어서 생각해야 할점은 바로, '빈도(Frequency)'가 많은 것을 '노출(Reach)'이 많은것처럼 생각되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종의 거품일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일단 이 이야기는 접어두고라도, UCC는 확실히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하지 않을수 없다.

UCC가 가진 놀라운 능력이 시장의 피할 수 없는 물결을 맞게 되고, 그로 인해 특정 타겟을 노리는 마케팅요소로서 정보 관리, 조작이 이루어지고 정보의 '포장', 심지어 강요하게 되는 '협박'의 과정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이는, UCC를 '공공영역의 확장'으로 보는 긍정적인 기대에 매우 치명적인 일이 될 것이다. UCC는 경제, 정치,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매우 독립되었다는 측면에서, 하버마스가 말한 '공공영역'의 개념에 비교적 근접해 있었다.

이미 이 논의는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서, UCC를 통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지 못하도록 만든 법안이 통과된 것도 바로 그러한 논의의 결과인듯 했다. 하지만, 그 법안 역시 아직은 너무나도 어슬프고 애매하기 짝이 없다. 선거운동의 공평성을 위해 만든 법안이기는 하지만, UCC 제작자의 의도를 무엇으로 판가름 할 수가 있으며, 또한 UCC란 개념 자체가 바로 유저들이 직접 만드는 그 어떤 정치적 경제적 영역으로부터 독립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에 있는데, 그러한 영역을 제도적으로 침범한다는 것에는 상당한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위의 사례와 같이 외국의 밴드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일약 스타가 된 것을 보고, 엔터테인먼트사나 연예인 기획사들은 UCC가 가진 대중영향력에 매료되어 관심을 가질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차세대 신인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서 UCC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길거리 공연현장, 그들의 연주 모습등을 공개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모 언론매체를 통해 현재 많은 연예인 기획사들이 마케팅에 UCC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물론 공개할수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환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연예인 기획사들의 의도란 무엇인가. 그들은 영상제작과 편집에 능통한 준전문가 혹은 전문가들을 고용해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든 콘텐츠를 UCC라는 이름표를 붙여서 내보내려한다. 그것은 UCC의 기본개념을 완벽하게 거스르는, UCC의 가치를 추락시키는 일일지도 모른다는게 내 생각이다. UCC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목적에서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쓰여져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동영상을 제작할 때부터 그 목적이 출세나 돈에 가 있다면 벌써 그 동영상은 UCC란 이름을 거부하고 '상업영상' , '광고영상' , 혹은 '상품'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위와 같은 일들을 상당히 우려한다.

UCC(User Created Contents)라는 말의 풀이를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유저가 직접 창조하는 콘텐츠'. 유저들은 전문가들이 아닌 사람이 많다. 비록 미숙하지만 유저의 철학으로, 유저의 시각으로, 유저만의 독창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치'있는 것이다.

UCC가 다수 대중들로부터 공감받았을 때, 비로소 그 UCC는 단지, '존경' 과 '감탄' 의 댓글로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공공영역이란 대중들의 것이고, UCC 또한, 바로 우리들 '유저'의 것이여야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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