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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7 07:42 수정 : 2008.11.17 10:45

국내 게임 수출 규모.

수출액 사상 첫 ‘1조원 돌파’ 눈앞
국내 시장은 주춤했지만 ‘5년연속 무역흑자’
엔씨 새 대작 ‘아이온’ 첫날 10만명 동시접속

“첫날 동시 접속자 10만명을 넘어선 것은 한국 온라인게임 사상 처음입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지난 11일 오픈된 ‘아이온’의 성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리니지1·2’ 이후 이렇다 할 인기작이 없던 엔씨소프트가 4년 동안 250억원을 들여 개발한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이 서비스 첫날부터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104주 연속 1위를 지켜온 씨제이인터넷의 총싸움게임 ‘서든어택’(게임하이 개발)도 2위로 밀어냈다. 지난달 서비스된 씨제이인터넷의 감성형 온라인게임 ‘프리우스’도 동시접속 7만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게임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흥행 대작을 기다려온 게임업계에 가뭄 끝 단비가 내리고 있다. 국산 인기작들에 이어 해외 대작들도 게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수입게임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도 경쟁에 가세했고, 일렉트릭아츠(EA)의 ‘워해머 온라인’도 엔에이치엔을 통해 서비스된다. 16일 막을 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G★) 2008’에는 역대 최고인 18만여명이 몰렸다고 주최 쪽은 밝혔다.

한국은 온라인게임을 개발해 세계에 전파한 ‘종주국’이지만, 최근에는 많은 개발비를 들인 작품들이 잇따라 실패해 명성에 상처를 입었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된서리를 맞았다. 2007년 국내 게임시장은 5조1400억원으로, 2006년의 7조4500억원에 비해 매출이 31%나 줄어들었다. ‘바다이야기’가 철퇴를 맞고 사행성 아케이드게임이 ‘퇴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산업의 수출 전선에는 흔들림이 없다. 지난해 국내 게임수출은 전년보다 16% 이상 증가한 7억8100만달러로, 수입 3억9000만달러의 2배였다. 5년 연속 무역흑자다. 게임수출액은 올해 첫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댄스게임 ‘오디션’을 앞세워 세계 80개국에 진출한 예당온라인의 경우 전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50%가 넘는 ‘수출형 기업’이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로열티를 포함한 해외 매출이 1388억원으로, 매출의 42% 수준이다. 최근엔 고환율로 인한 수혜도 톡톡하다. ‘리니지’ ‘메이플 스토리’ ‘미르의 전설2’ ‘열혈강호’ 등 누적수출액 1억달러를 넘긴 게임들도 여럿이다.

문화콘텐츠 수출액 중 게임의 비중은 출판·캐릭터·애니메이션·방송·영화 등 나머지 분야를 합친 것과 같은 45%에 육박한다. 게임 수출은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치가 창출되고, 충성도가 지속되는 경향도 높다. 10년이 넘었지만 꾸준히 10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고 있는 리니지가 대표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온라인게임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노하우도 쌓였다. 재미와 구성을 갖춰야 하되,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현지화’의 중요성이다. 60여 나라에서 8700만이 접속하는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는 서비스되는 지역마다 맵과 아이템이 다르다. 중국판에서는 소림사를, 일본에서는 후지산이 배경인 곳을 지나야 하고, 스페인 버전에서는 토마토 축제가 벌어진다. 종교에 따라 아이템도 다르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는 인도에서는 소를 닮은 몬스터를 뺐고, 이슬람 국가에서는 돼지와 비슷한 캐릭터를 없앴다.


하지만 ‘게임 강국’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과제도 많다. 수출이 온라인게임에 치중돼 해외시장이 큰 비디오게임이나 모바일 분야에서는 성과가 미미하다. 중국 온라인게임도 한때 80%를 점유했지만 현재는 20~30%대다. 박재우 예당온라인 이사는 “한국은 3~4년에 걸쳐 수십억원을 들여 개발하는데 중국은 6개월 만에 훨씬 적은 돈으로 만들어내고, 미국의 투자 규모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액”이라며 “세계시장에서 한국은 두 추격자 사이에 끼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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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는 스스로를 ‘미움받는 효자’라고 말하며, 산업으로서의 특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아쉬워한다. 한 게임 개발업체에 다니는 이현정씨는 바다이야기 사태 때 고향의 부모님으로부터 “‘왜 하필 그런 회사에 다니냐’는 꾸중을 들었다”며 “업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힘들다”고 말한다.

이러다보니 업계는 게임의 역기능이 불거져, 규제가 산업을 덮치는 게 가장 걱정스럽다. 이달 초 게임업계는 보건복지부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관련부처와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차단(셧다운)’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바다이야기 때의 악몽을 떠올렸다.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세계 최고인 온라인게임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펼 것”이라며 “이달 말 게임산업 진흥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모 실장은 심야시간 강제차단제와 관련해 “아직 부처 간 협의를 공식 요청받지 않았지만, 문화부는 반대가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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