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결합상품, 가족·기간 잘 엮으면 더 싸진다

가족범위 업체별로 달라
합산가입기간 길수록 유리
가입비등 전환비용 따져야

“묶어! 묶어! 묶으면 싸져!”

통신업체들이 ‘결합상품’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 취급품목만 다를 뿐, 재래시장의 좌판과 다름없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서로 경쟁업체보다 할인폭이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케이티(KT)와 엘지텔레콤(LGT)을 비교 광고를 통해 부당하게 비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사업자 사이 신경전도 치열하다. 통신 결합상품이란 여러가지 통신서비스를 묶어 함께 이용하면 요금을 깎아주는 것을 말한다.

각 업체들이 외치는 결합상품의 요금 할인율 수치도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곳곳에서 “50% 할인”을 외친다. 절반을 깎아준다는 얘기다. 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다. 예컨대 ‘밥값 50% 할인’이라고 써붙여 놓고, 막상 밥값을 반만 내려고 하면 “밥값이 50%라고 했지 누가 반찬값까지 50%라고 했냐”며 더 내라고 하는 식이 난무한다.

가입자들이 가족 단위로 묶여 결합상품으로 전환하면 요금이 할인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할인폭을 키우려면 전략을 잘 써야 한다. 잘못하면 통신비 1만원 아끼려다 2만원의 비용을 쓰거나 그만큼의 요금 절감 기회를 잃는 식의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각 업체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우선 욕심을 줄여야 한다. 한꺼번에 큰 폭으로 절감하겠다고 덤볐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상황을 부를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느긋해야 한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한가지 서비스 내지 가입자를 한명씩 붙여, 2~3년 뒤쯤 가족 모두가 하나의 결합상품으로 모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집에서 쓰고 있거나 가족들이 가입한 통신서비스 현황을 조사한다. 어느 업체의 어떤 서비스에 언제 가입했는지와 약정이 걸려 있는지 등을 꼼꼼히 조사해 정리한다. 이때 업체는 ‘케이티’, ‘에스케이텔레콤+에스케이브로드밴드’(이하 에스케이), ‘엘지텔레콤+엘지데이콤+엘지파워콤’(엘지) 등 세 그룹으로 분류한다.

다음에는 각 업체의 결합상품 조건을 살핀다. 케이티 결합상품은 집 단위로 돼 있다. 가족이라도 한집에 살고, 요금 납부자가 같아야 함께 묶일 수 있다. 또한 이용기간과 상관없이 결합상품으로 묶인 이동통신 가입자 한명당 이동통신 기본료를 10%씩 최대 50%까지 깎아준다. 에스케이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가족이면 모두 결합상품으로 묶일 수 있고, 결합상품으로 묶인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의 가입기간을 합친 햇수가 10년이면 이동통신 기본료와 초고속인터넷 이용료를 10%, 20년이면 20%, 30년이면 30%, 30년 이상이면 50%를 할인한다. 이 업체는 초고속인터넷도 가족 이름으로 가입된 것이면 주소지에 상관없이 2회선까지 묶일 수 있고, 집전화 기본료를 무조건 50% 깎아준다. 엘지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결합상품으로 묶인 이동통신 가입자 한명당 이동통신 기본료와 초고속인터넷 이용료를 각각 10%씩 최대 50%까지 깎아준다.

가족의 범위는, 에스케이가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장인·장모·며느리·사위까지로 가장 넓다. 케이티는 본인·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엘지는 본인·배우자와 직계존비속·장인·장모까지만 가족으로 인정한다. 가족의 범위가 넓을수록 요금 절감 폭을 키우기가 쉽다.

집과 가족들의 통신서비스 가입 현황과 각 업체 결합상품의 가입 및 요금할인 조건을 비교하면, 어느 업체 결합상품으로 모이는 게 유리한지 윤곽이 잡힌다. 가족이 흩어져 살면서 에스케이텔레콤 이동통신을 오래 이용한 가족이 상대적으로 많으면 에스케이 결합상품으로 모이는 게 유리하다. 가족들이 흩어져 살면서 가족들의 이동통신 이용기간이 짧을 때는 엘지로 모이는 게 낫다. 대가족이면서 케이티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가족이 상대적으로 많을 때는 케이티로 모이는 게 나을 수 있다.

어느 업체 결합상품으로 모일 것인지를 결정했으면, 모일 때의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요금 절감 폭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우선 단말기 교체나 가입비 같은 전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부터 묶는다. 예컨대 에스케이 결합상품으로 모이기로 결정했으면, 이미 가입된 에스케이텔레콤의 이동통신과 에스케이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집전화부터 묶는다. 다른 업체에 가입된 것은 약정기간이 끝나는 시점이나 단말기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봐서 옮겨 추가한다. 케이티와 엘지의 결합상품으로 묶일 때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결합상품으로 묶일 때는, 먼저 요금제를 최적화하는 게 좋다. 예컨대 기본료 30% 할인 대상인 경우, 기본료가 1만3천원이면 할인액이 3900원이지만, 5만원이면 1만5천원을 할인받는다. 월 평균 요금이 5만원을 넘는 가입자는 요금제를 기본료가 높은 것으로 바꾼 뒤 결합상품으로 묶이면 요금 절감 폭을 키울 수 있다. 요금제는 결합상품에 가입한 상태에서도 최적화할 수 있다.

김재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