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6.30 13:57
수정 : 2009.06.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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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네트워크’에 가입한 이용자(앨리스)가 특정 콘텐츠(봅)에 접속 요청을 보내면, 그 요청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토르 네트워크 가입자의 피시(노드)를 거치면서 암호화되고 익명화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사용자 추적이 불가능하다.(왼쪽 그림) 사이폰은 방화벽으로 차단된 특정 콘텐츠를 접속하고자 할 때 방화벽에 미세한 구멍을 내어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 경로가 차단되면 자동으로 새로운 경로를 제공해주는 기술이다.(※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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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란 새 검열기술 도입 ‘표현의 자유’ 억압
검열 우회 프로그램도 함께 발전 ‘통제 무력화’
도도한 정보의 흐름에 댐을 쌓아 그 물결을 통제할 수 있을까? 인터넷 정보 통제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이란 대통령선거와 중국의 검열 강화를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중국은 검열의 힘과 기술을 믿는 대표적인 나라다. 엄청난 규모의 인력을 동원해 인터넷의 모든 콘텐츠를 감시하며 통제를 시도해온 중국은 최근 모든 피시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검열을 강화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중국은 7월1일부터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피시에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인 ‘그린 댐-청소년 에스코트’를 반드시 탑재하도록 했다. 레노보 같은 자국 브랜드만이 아니라, 애플·휼렛패커드 등이 중국에 내놓는 모든 피시가 해당된다. ‘청소년을 포르노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제로는 파룬궁·티베트·천안문사태 등 특정 용어가 들어간 콘텐츠를 정부가 손쉽게 차단할 수 있어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 유럽연합은 “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이자 인터넷 검열이며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며 세계무역기구 제소 가능성을 밝혔다.
지난 12일 치러진 대선 이후 이란은 검열 기술의 창과 방패가 부딪치는 최전선이다. 이란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킨 데 이어 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키아와 지멘스가 합작한 회사가 이란에 인터넷 검열 기술을 판매한 사실이 알려졌다. ‘딥 패킷 인스펙션’으로 불리는 이 장치는 이메일·그림·문자 등 인터넷의 모든 트래픽을 검열할 수 있다. 테러와 포르노, 마약거래 등을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지만, 이번에 정치적 검열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이란에선 대선 이후 인터넷 속도가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검열에 대한 의심이 높아졌다고 지난 23일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새로운 검열 기술 개발 못지않게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노력도 괄목할 만하다. 프록시 서버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접속자의 아이피(IP) 주소를 감추거나 바꿔서 우회접속하는 기존의 방법 외에 새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해커들이 활용하던 기술이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 요구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캐나다의 라팔 로호진스키가 개발한 검열 우회 프로그램 ‘사이폰’(psiphon)이 대표적이다. 사이폰은 컴퓨터 방화벽에 수천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서 차단된 콘텐츠에 접근하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이란에서 차단된 <비비시> 뉴스를 보려 할 때 접속이 가능한 프록시 서버를 연결해주고, 검열에 의해 접속이 차단되면 새로운 경로를 자동으로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로호진스키는 최근 10일 동안 1만8000명 넘는 이란인들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지난 26일 전했다.
미국 해군 연구소와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지원으로 개발된 ‘토르(Tor) 네트워크’도 이란에서 검열을 우회하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토르는 전세계의 자발적 지원자들이 참여한 수많은 컴퓨터를 이용해 이용자를 익명화하고 트래픽을 암호화하는 기술이다. 토르 쪽은 각국의 언론인, 군인, 인권활동가 등 수백만명이 다양한 이유로 토르를 사용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토르를 이용한 접속자의 아이피는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 민주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2007년에 3100만달러, 2008년에 6000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이란은 최근 소요사태의 배후에 미국 중앙정보국이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중국과 이란의 인터넷 이용자가 각각 3억명, 2300만명으로 추산되는 현실에서 인터넷 전면 차단은 쉽지 않다. 또 기술의 발달은 검열과 통제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휴대전화를 통해 140자의 단문을 올리는 트위터는 디지털 게릴라전에 최적이다. 정부가 트위터의 아이피를 막는 순간, 이용자들은 새롭게 확보된 우회서버(프록시 서버)의 정보를 휴대전화로 공유하고 정보를 올리기 때문이다.
에릭 슈밋 구글 최고경영자는 지난 27일 칸 국제광고제에서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정부의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형편없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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