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7.21 13:51
수정 : 2009.07.21 13:51
공급자가 쥐락펴락한 시장환경에 큰 변화
무선랜 기능 삭제 등 서비스통제 못할수도
소비자는 앱스토어서 다양한 콘텐츠 거래
넉달 전 낡은 휴대전화를 바꾸기로 마음먹은 30대 회사원 김유석씨는 요즘 공짜폰 제의가 쏟아지는데도 혼란스럽다.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둘러싸고 워낙 다양한 소문이 쏟아지는 탓이다.
아이폰을 다루는 언론 보도도 제각각이다. 케이티(KT)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줄다리기와 애플의 과도한 요구로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는 보도와, 이동통신사의 요구로 무선랜(와이파이) 기능이 제한된 상태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대표적 보기다.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을 사대주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아이폰을 능가하는 고성능 휴대전화 출시를 알리는 기사와 함께 공짜폰으로 전락한 일본에서처럼 국내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식의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쿨’하다는 아이폰이 국내에서 출시되기도 전에 왜 이리 뜨거워졌을까.
■ 미확인 보도의 배경
아이폰을 둘러싼 미확인 보도가 잇따르는 배경은 애플의 비밀주의와 시장의 높은 관심 때문이다. 애플은 내부 직원은 물론 계약 상대에게도 철저한 비밀 유지를 요구한다. 관심은 높은데 애플과 이통사가 아무 것도 확인해주지 않는 상황은 미확인 추측성 보도로 나타났다.
이달 초 아이폰의 두 모델(3G, 3Gs)은 외국에서 판매되는 기능 그대로 국내 전파관리소의 인증을 통과했다. 구형과 신형 모델 모두 국내 출시가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전세계 76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지만 일부 기능을 빼고 출시하는 곳은 없다”며 “한국에서 무선랜 등 기능이 제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사가 무선랜을 차단하지 않더라도, 네스팟과 같은 유료 무선랜 상품 가입을 의무화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애플과 이통사가 감당해야 할 비난은 적지 않다.
아이폰은 출시국가와 이통사에 따라 서비스 조건이 다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미국 에이티엔티(AT&T)만 제공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네트워크 과부하 때문에 고민이다. 미국에서 아이폰은 2년 약정 조건으로 구형이 12만원선, 신형이 25만원선에 판매되지만, 월 평균 유지비용이 13만~20만원으로 조사될 만큼 돈이 많이 드는 제품이다. 국내에서도 아이폰용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나 저렴한 요금제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높은 유지비로 말미암아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더라도 시장 점유율은 낮을 수 있다.
■ 뭐가 달라질까
아이폰이 출시되면 국내 이통통신 시장에는 일대 변화가 닥친다. 그동안 4700만 가입자를 내세워 공급자가 우위에 선 시장질서와 이통시장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통사는 그동안 데이터 요금 수익이 줄어들까봐, 단말기에서 무선랜 기능을 삭제하고 출시해왔다. 한동안 자사가 운영하는 멜론·도시락 등에서 판매한 음원이 아닌 음악파일은 재생될 수 없도록 제한해왔다. 무선인터넷도 이통사가 제공하는 경로인 네이트, 쇼, 오즈를 거쳐 이용하도록 했다. 삼성·엘지전자도 이통사의 요구에 맞춰 최근까지 단말기에서 무선랜 기능을 제거한 채 공급하고 있다.
아이폰이 한국 이통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점유율이 아닌, 환경의 변화다. 아이폰은 이통사의 로고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시장에서 균일한 품질과 디자인을 고수한다. 국내에서 단말 제조사가 이통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요 기능까지 제거하는 것과 반대다. 애플은 이통사에 자신들의 조건을 강요한다. 이통서비스사의 절대권한이 줄어들고 단말 제조사도 영향력을 갖게 되면, 더 나은 서비스로 소비자를 잡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진다.
아이폰의 성공 비밀은 ‘앱스토어’다. 출시 1년 만에 15억회 다운로드를 기록한 애플의 모바일 콘텐츠 거래장터인 앱스토어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콘텐츠시장 질서를 바꿔놓았다. 이용자가 직접 응용프로그램을 구매·설치해 다양하게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다. 이메일 등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는 물론 전자사전으로, 내비게이션으로, 게임기로, 공학용 계산기로 활용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서 이뤄지는 이런 모든 활동은 이통사와 무관하게 진행된다. 콘텐츠 공급자와 애플이 7대3의 비율로 매출을 나눌 따름이다. 그동안 이통사는 가입자에게 이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지위를 활용해 가입자가 접할 수 있는 서비스의 수준을 통제해왔지만 아이폰은 이 구조를 무너뜨린 것이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는 환경이 개막되는 것이다. 애플만 막는다고 막힐 환경도 아니다. 안드로이드 마켓을 앞세운 구글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이통시장의 ‘앙샹레짐’을 흔들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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