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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오픈마켓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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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솔루션·콘텐츠, 판매·중개 개인에도 개방
개발도구·기술지원…초기엔 SKT가입자만 이용가능
* 앱스토어 : 모바일 오픈마켓
대학생 이민석씨는 지하철에서 깜빡 졸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휴대전화에 내릴 역이 가까워지면 깨워주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지하철을 탈 때 휴대전화에 담긴 지하철 지도에 내릴 역을 지정해두면, 한 정거장 앞에서 벨소리나 진동을 울려 깨워주는 것이다.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는 정승일씨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마다 벨소리나 버튼 음을 잘 활용하면 외국어 단어 외우기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벨소리나, 휴대전화 뚜껑을 열고 닫거나 버튼을 누를 때마다 미리 지정된 단어 글자를 화면에 띄워주고 발음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생활 속에서 외국어 단어가 익숙하게 하는 것이다.
이씨와 정씨의 이런 생각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좋은 아이디어’로 채택돼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모바일 오픈마켓’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개최한 공모전에서 뽑힌 이들의 아이디어를 모바일 콘텐츠로 만들어 휴대전화에 넣기로 했기 때문이다. ‘떼돈’을 벌 수도 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포함해 60여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돼, 상품화 기회를 얻었다.
이동통신을 이용하다 생각난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돈까지 벌 수 있는 길이 우리나라에서도 열리는 것이다. 오명숙 에스케이텔레콤 플랫폼사업팀 매니저는 “모바일 오픈마켓의 시험운용 결과가 좋아 예정보다 앞당겨 8월 중에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오픈마켓이란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솔루션이나 콘텐츠를 개발해 다른 이용자들에게 팔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이다. 운영방식과 이용방법 모두 미국 애플의 ‘앱스토어’와 같다.
모바일 오픈마켓은 통신망에 나쁜 영향을 주거나 기술적으로 장애가 없는 것이면 모두 등록할 수 있게 한다. 휴대전화를 좀더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기능,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을 해결해주는 솔루션, 화장실 에티켓 소리 등을 담은 콘텐츠, 게임 등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필요로 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모두 개발해 올릴 수 있다. 임동찬 에스케이텔레콤 매니저는 “기술적으로 장애를 일으키거나 남의 저작권을 위반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음란물 등이 포함된 것을 제외하고는 다 등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무선인터넷 솔루션이나 콘텐츠 시장에는 기업만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오픈마켓은 개인에게도 개방된다. 개인도 모바일 콘텐츠 등을 개발해 모바일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 개발 도구와 기술도 지원된다. 모바일 오픈마켓에 솔루션이나 콘텐츠를 올리려면 먼저 연회비를 내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연회비로 10만원을 내면 추가 비용 없이 1년에 2건, 20만원은 5건, 30만원을 내면 10건까지 등록할 수 있다. 유료화할 수도 있고, 무료로 내려받게 할 수도 있다.
유료 콘텐츠가 ‘대박’을 터뜨릴 경우 졸지에 떼돈을 벌 수 있다. 예컨대 1000원짜리를 500만명이 내려받았다고 가정하면 5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오명숙 매니저는 “벨소리나 통화대기음(컬러링)의 사례로 볼 때, 그 이상의 대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이용료는 이동통신 요금에 포함시키거나 신용카드 결제 방식으로 에스케이텔레콤이 받아 넘겨준다. 대신 매출액의 30%를 이용료 수납 대행 및 기술지원 수수료로 내놔야 한다.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베타테스트 때는 정해진 횟수 안에 영어 단어를 맞히는 게임 ‘행맨’, 용변 때 나는 소리를 다른 소리로 가려주는 ‘화장실 에티켓’, 난이도별로 다양한 영어 단어를 공부할 수 있게 한 교육 콘텐츠 ‘영어단어’, ‘닥터몽 의대 가다’, ‘지뢰찾기’, ‘박명수 거성 맞고’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초기에는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들만 모바일 오픈마켓에 등록된 솔루션이나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다. 이동통신망을 통해 직접 내려받을 수도 있고, 케이블을 이용해 초고속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내려받을 수도 있다. 이동통신망을 통해 받으면 데이터통화료가 발생한다. 케이티(KT)·엘지텔레콤(LGT) 가입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이용할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콘텐츠를 등록할 수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가 없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예상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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