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04 14:13
수정 : 2009.09.04 14:13
관계 패러다임의 혁명, 트위터
정치인·CEO·스포츠인들과 실시간 접촉
학·지·혈연 틀깨고 새 사회 관계망 형성
“5단계 거치면 세계 누구와도 연락가능”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트위터’에 한 누리꾼으로부터 “생일 선물로 제 한 표를 드리겠다”는 글을 받았다. 그리고 좀 있어 심상정 전 의원의 축하 메시지가 도착했다. “트위터를 보니 오늘 생일이시네요. 고생이 참 많으세요.” 두 사람이 사전에 트위터의 ‘팔로잉’(following·따라보기) 관계를 맺고 있어, 심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노 대표 트위터에 올라온 누리꾼의 글을 봤던 것이다.
미국의 단문메시지서비스(SMS) 문자 한도인 140자 이하 짧은 글로 이뤄지는 의사소통이 새로운 정치적·사회적 실험의 도구가 되고 있다. 신종 인터넷 서비스일 뿐인데, 이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사회관계망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힘은 전달력에서 비롯된다. 미니홈피 격인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미리 지정한 상대편의 트위터에 자동으로 글이 전달된다. 기본적으로 한 사람한테만 전해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쪽지, 전자우편 등 기존 매체와 달리, 특정인의 글을 읽겠다고 신청한 ‘팔로잉’ 관계의 다수한테 한꺼번에 메시지가 전달돼 전달력의 차원이 다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서 받아 보는 사람만 210만여명에 이른다.
국내 대표 트위터 사용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노 대표와 ‘따라보기’ 관계를 맺은 사람은 3일 현재 7647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는 정치인뿐 아니라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소설가 이외수씨, 영화배우 박중훈씨, 방송인 김제동씨 등 각계 인사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 말고도 ‘팔로잉’ 단추만 클릭하면 누구든 노 대표가 적은 글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의견을 전달할 수도 있다.
노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트위터 대화를 통해 “트위터의 가장 큰 매력은 마치 광장을 거닐듯 다수에게 외칠 수도, 때론 특정인과 귓속말을 할 수도 있는 가장 진화된 형태의 사회관계망 서비스”라고 말했다.
이런 전파력 덕분에 다른 분야에서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평범한 시민들도 따라보기 관계를 통해 평소 접촉하기 어렵던 정치·사회·연예·스포츠인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셈이다. 김용학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우리 사회의 관계에서 핵심이던 연줄 외에 특정인에게 다가갈 경로가 다양화되고 있다”며 “‘5개의 매개체를 거치면 전세계 누구와도 연락이 닿는다’는 이론에서 이제 중간 단계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사, 언론사 등 일반 기업들이 사람들과 양방향 소통의 수단으로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참여민주주의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전 의원 등도 참여의 뜻을 밝힌 ‘소셜네트워크 정당 운동’은 가입·탈퇴의 절차도 없이 온·오프라인에서 자유로운 정치적 논의와 실천을 추구한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은 “기존 정당은 상층부 중심으로 운영돼 일반 시민들이 결합할 시간적, 정서적 공간이 적다”며 “낡은 정치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정치 실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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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잉, 팔로어
트위터(twitter.com)는 ‘미니 블로그’ 또는 ‘미니 홈피’의 일종으로 전세계에서 30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특정인의 글이 보고 싶으면 그의 트위터를 찾아가 ‘팔로잉’(following·따라보기) 버튼을 눌러 이른바 ‘1촌 맺기’를 하면 된다. 블로그나 미니 홈피는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해 글을 확인해야 하지만, 팔로잉을 신청한 상대편의 글을 내 트위터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내가 쫓아가 글을 보는 사람을 ‘팔로잉’이라고 부르며, 나를 쫓아와 내 글을 가져가 보는 사람은 ‘팔로어’(follower·따르는 이)가 된다. ‘팔로잉 ← 나 ← 팔로어’ 구조다. 댓글을 달거나 특정인에게만 글을 전달하는 다이렉트 메시지 기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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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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